'이 정도면 괜찮다'고 말할 수 있기까지

흔들리고 부족해도, 여전히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by 유진오

나는 게으른 편이다.

서툴고, 늘 느리다.

아이를 키우는 일도, 집안을 돌보는 일도, 매끄럽게 흘러가는 법이 없다.

급한 마음은 늘 앞서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는다.

어질러진 거실, 씻지 않은 그릇들, 바닥에 소복히 쌓인 고양이 털.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내 안에 조용한 한숨이 맺힌다.

'왜 나는 이렇게밖에 못할까.'


학창시절을 떠올린다.

그때의 나는늘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 잘해야 해."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안 돼."

칭찬보다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데 익숙했다.

성적표를 받아든 날에도, 누군가 '수고했다'고 말해주기 전에 나는 먼저 나를 다그쳤다.

'다음에는 더 잘해야지.'

'왜 이걸 놓쳤을까.'

기대와 아쉬움 사이를 끝없이 오가며 나를 몰아세웠다.

그런데 아이는, 그런 나를 모른 척했다.

아니, 어쩌면 알고도 품어주었다.

아이는, 완벽하게 잘해내는 엄마를 바라지 않았다.

뜨거운 국을 쏟아도, 바쁜 아침에 짜증을 내도, 아이의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툭 던지듯, 아무렇지 않게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

"엄마 최고야."

"엄마 사랑해."

나는 그 말 앞에서 늘 무너진다.

그리고 다시 조심스럽게 마음을 고쳐잡는다.


아이는 내게 가르쳐준다.

사랑은완벽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서툴고, 모자라고, 가끔은 미안해지는 나에게도 아무렇지 않게 주어질 수 있다는 걸.

나는 그 사랑을 어설프게 받아들인다.

아직은 조심스럽고, 어색하고, 때로는 죄책감에 주춤거리지만.

그래도 매일 조금씩 나는 배워간다.

사랑은 이루어낸 결과가 아니라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이라는 것을.

오늘도 나는 부엌에 남은 설거지를 외면하고 조금 엉성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조용히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오늘도 수고했어."

"이 정도면 괜찮아."

작은 위로이지만, 그 한마디가 나를 어딘가 부드럽게 품어준다.


나는 아직 서툴다.

가끔은 도망치고 싶고, 가끔은 무너진다.

하지만 그런 나를 아이처럼 나 스스로도 조금씩 사랑해주기로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흔들려도,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려는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오늘을 견딘 나에게, 오늘도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

"괜찮아."

"충분히 잘하고 있어."

그리고 이 사랑스러운 불완전함 속에서 나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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