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일까? 학부모들이 너무너무 궁금했다. 아마 대안학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이들만큼이나 학부모들도 궁금할 것이다. 대안학교가 학부모 참여도가 높기도 하고, 나름의 목적들이 있을 테니 말이다. 교육열로 세계 탑을 찍는 한국 사회에서 대안학교를 선택한다는 것. 많은 고민과 결심이 필요할 것이다. 어떤 확고한 교육관 또는 그에 못지않은 무언가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냥 집 앞에 있어서 왔어요~” 이런 학부모는 단언컨대 없을 것이다.
재미난학교 입학 전 미리 학부모들 상견례처럼 인사하는 친목 자리가 있었다. 재학 중인 학부모들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대단한 ‘용기’라고들 했다. 사람들이 건네는 이 말의 의미를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분명 우리 가정처럼 비슷한 고민의 시간이 있었을 것이고, 나름의 이유로 결정을 했을 것이다. 비슷한 고민과 같은 결정을 내린 사람들의 동질감이나 연대감 같은 것이 분명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재미난학교 학부모들은 ‘열심’이다. 학교나 아이들 일이라면 무엇이든 진심을 다한다. 또 독서를 좋아한다. 일 년에 기껏 몇 권 정도 읽는 나에게 이곳 학부모들은 수험생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이들 교육열 보다 되려 본인들의 학구열이 높다고 할까? 이런저런 독서모임이 꽤 있고, 같이 책 읽고 공유하는 걸 좋아한다. 물론 범생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운동 좋아하는 사람들, 여행, 캠핑, 술, 노래방 그중에 또 샤이한 사람들... 모두 제 각각이다.
학기 초 웬만한 모임은 거의 다 참여하려 노력했다. 어느 단체든 초반 활동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신입의 이미지와 인맥이 좌우된다는 것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이곳은 나름의 이유로 고심 끝에 찾아온 학부모들이 있는 곳이다. 다들 열 일 하는데, 나만 팔짱 끼고 있을 순 없겠다 싶었다. 그 덕분인지 비교적 짧은 기간에 많은 학부모들과 얼굴을 읽히게 됐다. 자연스레 친분이 생기며, 이야기도 나눌 기회가 많아졌다. 그만큼 아이들의 이야기는 입에 자주 오르내리게 됐다. 짧은 기간 동안 열심히 학교 일에 참여하는 나와 와이프에게 사람들은 고마움과 칭찬을 전하며, 또 쉬엄쉬엄해도 괜찮다는 말을 건넸다. 두 달 정도 지났을 즈음에는 비교적 친분이 있던 몇몇 사람들에게 종종 듣는 말이 됐다.
이미 경험해 본 자들의 노하우라고 할까? 학부모 활동은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생각보다 힘들고 지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기 초 정말 열심히 활동하다가 나름의 이유로 갑자기 활동을 멈추는 학부모들도 간혹 있다고 했다. 약간 뜨끔했다. 나도 사실 학기 초 3개월 정도 반짝 활동하고, 5월부터는 서서히 활동을 줄이려 했다. 하기야 이런저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드나들었겠는가? 나 역시 그런 사람들 범주 안에 있겠지.
내친김에 맘을 좀 털어놨다. 다들 열 일 하는데 나만 뒷짐 지고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한 학부모가 덤덤하게 그렇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걸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여건이 되는 사람은 하고, 안 되는 사람은 안 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혹시라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 그냥 잊어버리라고 했다. 나는 부채의식은 없냐고 물었다. 없다고 했다. 정확히는 안 가지려고 계속 노력한다는 것이다. 부채의식이 생기면 계속 나가야 된다는 압박이 싹트고, 그러다 보면 마음이 정말로 멀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그리 간단치 않은 문제다. 이날 대화는 내게 작은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 돌이켜보면, 이때의 심경은 스스로에게서 비롯된 조바심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 내 조바심과는 무관하게 아이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신나게 학교를 다니고 있다. 부모로서 무언가 해야만 할 것 같은 조바심은 나뿐만 아니라 재학 중인 학부모들도 한 번쯤은 겪어본 경험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안학교를 생각하고 있는 예비 학부모들도 비슷하게 겪고 있을 고민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