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푸줏간! 참된 돼지고기의 맛을 보여주겠다!” 별안간 돼지 목살을 팔게 됐다. 재미난마을 사람 몇몇이 모여 재미난학교 20주년 행사비 충당을 어떻게 할까 이야기하고 있었다. 일일주점, 경매, 펀딩 등등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고기를 팔잔다. ‘웬 고기?’ 갑자기 도축업자, 유통업자가 된 느낌?! 결론을 못 내린 채 회의가 끝났는데, 며칠 후 갑자기 급발진의 불씨를 댕기며 이번 주말에 고기를 팔게 됐다. 뚝딱 디자인을 하고, 내용을 가다듬고 마을 단톡방인 장터에 ‘재미난 푸줏간’의 돼지목살 판매가 시작됐다.
회사에서 프로세스와 목적을 깐깐하게 따지며 일을 하는 또 T형이기도 한 내 시각에선 재미난마을 사람들은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덜컥 일들을 벌인다. 비 계획적이면서 용자이기까지도 한 것 같다. 이곳에는 재미난학교를 중심으로 지도에도 없고, 내비에도 나오지 않는 재미난마을이 존재한다. 마을 사람들은 재학생, 졸업생, 학부모들, 지역 활동가와 인근 상인들이다. 이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자꾸 무언가 일을 벌인다. 모여서 책을 읽고, 무엇을 사부작사부작 만들어 장터라는 단톡방에 팔기도 하고, 학교와 관련된 행사를 열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주춤해졌다지만 음악밴드나 공방, 취미활동도 있다. 특히 책을 읽는 독서 동아리가 많은 편이다.
이곳으로 이사 온 후 줄곧 재미난마을의 정체가 궁금했다. 학교 교육 철학인 ‘마을 속 학교 공동체’에 해당하는 개념이 바로 재미난마을이라 했다. 어떤 물리적 공간이나 실체가 없는 재미난마을이란 개념이 아리송했다. 한편으론 굳이 ‘마을공동체라는 이런 개념까지 필요한가?’ 하는 생각과 호기심에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봤지만 속 시원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 평소 생각을 안 해봤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냥 뭐 하자고 하면 좋아서 같이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재미난마을이라는 소속감을 꽤 좋아한다. 그 의미에 대해선 별로 생각 안 해봤지만 그냥 재밌고 좋은 것인가?
그동안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지켜본 결과 재미난마을 사람들은 열정적이면서도 약간 슬렁슬렁하기도 하다. 뭐랄까.. 약간 서울시골너낌? 배부른데 허기진? 일반인 전문가? 뭔가 체계적이고 목적이 분명한 것보단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재미난 푸줏간도 그랬다. 20주년 행사비 마련을 위해 돼지목살을 팔다니. 공전하는 느낌이 들다가도 또 갑자기 한쪽에서 불을 지피니 활화산처럼 금방 솟구쳐 오른다. 물론 모두가 다 이런 건 당연히 아니겠다. 재미난마을도 열 일 하는 사람이 있나 하면 샤이한 사람들도 있다.
재미난마을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뭔가 소꿉장난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살짝 동화 속에 나오는 마을 같기도 하다. 도서관 마법사라는 학교 부설기관이자 마을 책방을 꿈꾸는 도서관 모임도 있고, 수유재라는 마을 배움터도 있다. 없는 것도 있다. 장삿속이나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욕심이 없다. 목적 지향적인 경향이 뚜렷한 내겐 약간의 내적 갈등이 찾아오기도 했었다. 재미난마을이 어떤 마을인지는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이름 따라 재미는 좀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스스로 발품 파는 재미도 쏠쏠한 그런 마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