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기 : 이른바 "헬조선"을 벗어던지기 위한 여행
여행을 다니다 보면, 우리나라는 여러 모로 참 빠름을 추구하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인터넷이나 핸드폰 데이터 전송 속도만 봐도 알 수 있다. LTE가 나온지 얼마 안 되어, 광대역 LTE에 LTE-A에...
또 5G가 이야기되고 있는 것과 같이 더 빠른 인터넷 속도 전송 상품이 나온다니 정말 속도 경쟁에 미쳤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런데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이러한 빠른 세상보다 오히려 느리지만 삶을 천천히 볼 수 있는 세상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 같다. 그게 바로 여행의 미덕인 것도 같다. 여행을 가면 조금은 문명의 혜택이 덜 받은 곳이지만, 오히려 더 아름다움 곳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은 여행에서 느끼는 오래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그렇다고, 모든 것에 익숙하게 적응하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외국에서 동영상 드라마나 예능 프로 하나 다운로드 받으려면 밤에 다운로드를 걸어놓고, 아침이 돼야 받아지기도 하니깐. 그렇게 모든 것을 초월하지는 못하는 천상 한국인이라는 것은 밝혀두고 시작하자!
아아!! 인터넷 하다가 성질 버리겠어!!!
필자에게 여행을 다니며 기억에 남은 곳 중 하나가 바로 이집트 바히리야 사막이었다. 바히리야 사막은 이집트 수도인 카이로에서부터 사막에 있는 오아시스 마을까지 차로 약 4시간 정도를 가게 된다.
수도를 벗어나면 어느 순간 숲도, 빌딩도 하나 없는 정말 광활한 벌판에 도로 하나 있는 곳이 나오게 된다. 드디어 사막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오아시스 마을에 도착하게 되면, 사막에서 원래부터 살고 있는 베두인족을 만나게 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베두인족과 함께 다시 3시간 정도를 오프로드 4륜 자동차를 타고 더 멀리 들어가게 된다.
바히리야 사막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운 모래 사막이라기보다는 화산지형으로 인한 검고 흰 암석이 있는 사막이다. 그 모습이 참 오묘하면서도 신기하기만 하다. 이제부터는 와이파이는 물론이고, 핸드폰도 연결되지 않는다.
진정한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사막에 가면 대게는 1박 또는 2박을 하게 된다. 필자 역시 사막에서 1박을 하게 되었다.
사막에서 1박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은 것 2개를 고르라면?
우선은 밤에 해가 지고 나서 그 하나가 시작된다. 이 밤의 모습은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잘 나타나지가 않아서 너무 아쉽기만 하다.
해가 지면, 머리 위에 온통 별이 가득 찬다. 정말 이렇게 많은 별이 세상에 있구나 싶을 정도로.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 그 광경을 눈에 모두 담기에도 힘든 별들이 눈 앞에 펼쳐지게 된다.
그러고 나서는...
사막의 밤을 맞이하는 하이라이트!
필자가 그동안 봐온 것 중.
아니, 정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 옛날 시골에서 본 정말 밝은 달의 모습보다 10배, 아니 100배는 더 밝은.
정말 해의 밝기와 버금가는..
그러한 너무나 아름답고 큰 달이 떠오른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고뇌와 걱정이 없어지고,
우리들 세상의 부조리와 불합리가 사라지면서,
“세상이 정말 아름답구나! 우리는 이 아름다움을 그동안 더 빨리, 그리고 더 편하게 살기 위해 개발한 것들과 맞바꾸었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며 우리 삶을 저절로 반성하게 된다.
사막에서 보는 또 하나의 감동 하나가 더 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다시 사막에 가고 싶은 마음에 설렌다.
사막에서는 베두인족이 차려주는 맛있는 저녁을 먹게 된다. 사실 그 저녁식사 양이 워낙에 많아서 다 먹지를 못하는 정도이다. 그러면 자연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베두인족들은 그 음식을 우리가 잠을 자기 위해 쳐놓은 텐트 근처에 놔두게 된다.
베두인족들은 정말 밝고 놀 줄 아는 사람들이다. 같이 여행을 간 사람들이 심심할까 봐 그들은 자기 전에 자기들의 토속 노래를 부르고, 또 시샤 물담배를 함께 나누어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저~뒤에서 넘실거리는 무언가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물체는 빠르게 우리 뒤를 지나, 음식이 놔두어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바로..
어린 왕자의 친구..
치킨을 먹는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앙증맞다. 쫑긋한 귀로 사람들의 움직임과 소리를 관찰하면서, 맛있게 음식들을 먹는다. 사람들이 가까이 가도 크게 해를 가할 것 같지 않으면 도망가지 않고 함께 먹이를 나누어 먹는다.
그 척박한 사막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생명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또 이렇게 언제까지나 살아줘서.
그리고 이렇게 나타나 줘서 감사하다고 속으로 이야기하게 된다.
사막여우는 그렇게 음식들을 먹는다. 거의 치킨을 위주로 먹는데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가서 보고 있는데도 크게 소리를 내지 않으면 아랑곳하지 않고 치킨을 먹는다. 마치 어린 왕자가 된 느낌이랄까? 기분이 묘했다.
가지말아줘!!! 외치지만, 어느새 치킨을 물고 사라져버린다!
그렇게 사막은 어떻게 보면 우리 문명과 가장 동떨어진 정말 문명이란 것이 아무것도 갖추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이 곳에 1박을 하면서 너무나 많은 것을 마음속에 간직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차! 우리가 그동안 삶의 속도를 빨리 하면서 놓치고 있던 것들을 볼 수 있었다. 개발이 되지 않았더라도 생각보다 그리 부족한 것만은 아닐 텐데. 오히려 더 좋은 것들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들이 들게 된다.
그 생각은 베두인족들의 모습에서 더 느껴지게 된다. 우리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지만, 언제나 더 무언가를 우리에게 보여주려 하고, 더 무언가를 도와주려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모습이 어쩔 수 없어서가 정말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에 머리가 저절로 숙여지기도 했다.
우리와 함께 여행을 가면서 운전과 저녁식사와 노래와 가이드를 겸해준 "왈리다"는 너무나 친근한 친구이자, 많은 것을 가르쳐준 스승이었다.
사막에서 그렇게 좋은 추억을 만들면서, 문득 '오래된 미래'가 생각났다.
대학 필독서로 언제나 리스트에 있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는 인도 북부 라다크의 아름다운 모습이 그려지면서 오히려 문명이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 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곳임을 말해주고 있다.
오래된 미래를 읽다 보면, 우리 삶에 대한 반성과 함께 특히, 여행을 하는 여행자들도 정말 조심스럽게, 개념을 갖고 여행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우쳐 준다. 약간 길지만 잠깐 인용해 본다.
... (중략) ...
"나는 앞에서 묘사한 대부분의 경험을 라다크가 서구세계에 의해 심각하게 영향을 받지 않은 시절에 겪었다.
… (중략) … 물론 그 문화는 해가 바뀌고 세대가 바뀜에 따라 변화를 경험했다. 라다크는 아시아의 주요 교역통로에 위치해 있어서 다른 문화의 영향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러나 과거에는 변화의 속도가 느려서 내부로부터의 적응을 허용했다. 외부로부터의 영향은 라다크 문화속에 서서히 통합되었다. 그러나 근년에 외부로부터의 힘은 라다크 사람들에게 눈사태처럼 쏟아져내려 거대하고 빠른 붕괴를 초래했다.
1962년부터 이 지역을 파키스탄과 중국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라다크에 와 있는 인도군대가 이미 이 문화에 영향을 미쳤었다. 그러나 변화의 가정은 인도정부가 그 지역을 관광객들에게 개방한 197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 (중략) …
외환을 약속하는 관광사업은 개발의 중요부분이었다. 물질문화에 대해서 관광이 끼치는 영향은 광범위하고 파괴적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에 끼치는 영향이다."
사실 라다크는 관광객들이 유입되면서 그들의 살고 있는 생활을 뒤흔들어 놓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들에게 서구 문명을 심어주면서 평화로운 라다크는 혼란을 겪게 된다. 그토록 아름다운 라다크는 이제 다시 원래의 모습을 갖추려 노력하고 있다. 필자가 바히리야 사막에서 느낀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을 더 늦기 전에 회복하려고 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며 또 한 편으로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삶에 반성하게 된다.
에릭 홉스봄은 지난 20세기를 극단의 시대로 규정한 바 있다. 지난 20세기만큼 개발 논리에 의한 파괴와 인간 이성의 실종이 극에 달한 적이 없었다는 것일 게다. 문명의 자가 중독, 그것이 지난 한 세기의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의 개발논리에 대한 집착은 갑자기 21세기를 맞이하기 위하여 나온 것이 아닐 것이다. 20세기 말부터 계속적으로 주창된 개발논리는 20세기의 역사와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우리가 지난 한 세기 동안 해온 것이 무엇일까 자문해본다. 기술진보와 과학혁명, 그리고 풍요로운 삶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로 인해 10년 전만 해도 물을 사 먹을 것이라고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은 당연시되고 있는 것 같다. 개발과 발전이 최고선(最高善)이라는 생각으로 계속 앞만 보고 달려왔으나 남는 것은 인간성 없는 삭막한 도시와 파괴되고 있는 생태계의 먹이사슬뿐이 아닐까 우려된다.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우리보다 인터넷 속도가 빠른 곳을 볼 수는 없었다. 또, 서울보다 더 발전된 곳을 보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서울에 대해 더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바히리야 사막이 더 그리워지는 것은 지금 우리의 모습이 옳은지 확신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일 것 같다.
바히리야 사막에서 "오래된 미래"를 보았고, 문명에 대해, 그리고 개발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된다.
* 본 글은 필자가 2014년 2월에 쓴 ‘오래된 미래’ 네이버 포스트의 글을 토대로 보완하여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