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기 : 이른바 "헬조선"을 벗어던지기 위한 여행
내가 하는 일을 시간적으로나 업무성격적으로 분류해본다면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을 듯하다. 하나는 관광사업에 대한 프로젝트에 대한 일인데, 흔히 관광지 개발과 관련한 기획이나 타당성 분석 등이라 할 수 있다. 여행이나 관광을 공급하는 입장에서 접근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또 하나의 일은 여행과 관련된 강의 일이다. 주로 일반인이나 공무원 대상으로 "여행의 기술"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많이 하게 되는데, 강의는 통상 여행을 가면 좋은 이유를 설명하는 "여행의 가치", 여행을 어디로 떠나면 좋겠는지를 추천하는 "여행, 어디로 가는지?", 마지막으로는 여행을 준비하고 계획하여 떠나는 "여행, 어떻게 준비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되겠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서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언제나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강의를 할 때 늘 강조하는 것은 여행은 "가면서"부터 여행이 아니라, 가기 전 "준비하면서"부터가 여행의 시작이라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세부계획을 세우는 것부터가 여행의 절반이 시작되는 것이다. 세부계획을 세우는 것은 여러 종류가 있을 것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여행의 준비는 크게 3가지를 염두 해두고 여행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 3가지란, 1) 무엇을 위한 여행인가?, 2) 어디를, 언제 갈 것인가?, 3) 여행으로 남길 것은 무엇인가?이다.
여행 강의 때 늘 강조하는 "여행을 준비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사람들이 물어본다.
어디가, 어느 여행이 좋았나요?
사실 여행을 다녀왔을 때 모든 여행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딱히 기억에 남지 않는 여행이 있기도 하다. 분명 가기 전에는 좋은 곳이라고, 기억에 남을 곳이라고 생각하고 여행을 떠났는데 이상하게도 내게는 아무런 기억이나 감흥이 남지 않는 여행. 그런 여행은 다녀온 뒤 무척 좋았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가 없다.
내가 여행을 가긴 갔는데, 대체 뭐를 했더라?
이러한 여행은 생각해보건대, 대부분 내가 여행을 왜 떠나야 하는지 잘 판단을 못하고 갔을 때이다. 그저 남들이 좋다니깐, 그때 항공이나 숙박비가 저렴하니깐, 그냥 가보자 하고 떠난 여행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딱히 그 지역에 대해 사전 지식 없이 공부도 게을리한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여행을 가도 꼭 봐야 한다거나, 꼭 해야 할 것들을 찾지를 못한다. 물론, 모든 여행이 꼭 무언가를 하고, 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쉬고, 사색하는 여행도 좋은 여행이 된다. 그러한 여행도 당연히 쉬고, 사색하겠다는 목적성이 있는 여행이지, 아무 생각 없이 떠나는 여행은 아닐 것이다.
여행을 준비하는 자세 중 가장 첫 조건은 바로 "무엇을 위한 여행인가?"를 확실히 하는 것이다. 여행에 간 그 장소와 시간에서 무엇인가 하나는 확실하게 정하면 그 여행이 보다 즐거워질 수 있다. 그동안 준비한 여행 일정 중 대표적인 여행의 이유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것이 상당히 하찮은 이유일지라도..
우선, 인도! 인도에 간 가장 큰 이유는? 타지마할을 보고 싶었다. 살면서 7대 불가사의를 다 보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 웅장하다는 타지마할은 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타지마할을 봤을 때는 무척 감격스럽긴 했다. 하지만, 너무 힘들긴 했다...
모로코는 여행을 가야 하는 여러 이유 중 TV 프로그램에서 본 영향이 가장 컸다. 천연 가죽 염색을 하는 공장인 테너리를 보기 위해서였다. 치열하게 사는 모습. 그리고 색상으로 도시를 표현할 수 있는 모로코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바로 페즈를 가고 싶었다.
일과 관련되어 직업병이 도져서 보게 된 것들도 있다. 크루즈를 탈 때는 사실 어딘가를 가는 이유가 아닌, 크루즈 자체를 타보고 싶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렇게 지중해에서, 한중일을 돌아다니는 크루즈를 타게 되었다. 크루즈는 그 자체로 엄청난 관광산업의 융복합된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라오스 팍세 지역도 그러한 이유였다. 커피산업과 관광산업이 만난 커피 리조트를 보고 싶었다. 우리에게는 무척이나 생소한 지역 팍세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가면 볼라벤 고원이 나오는데, 볼라벤 고원 한 가운데 시눅 커피 리조트라는 커피를 소재로 한 리조트가 있었다. 커피가 자라고, 수확되고, 로스팅이 되는 모습을 볼 수도 있고, 한가롭게 커피 리조트 정원에서 커피를 마시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었다.
태국 후아힌이라는 지역도 역시 관광리조트를 보고 싶어서였다. 렛츠 씨 리조트는 빌라 객실을 모두 연결한 아름다운 수영장이 있는 곳이었다. 리조트 하나를 보기 위해 현지 로컬버스를 타고 방콕에서부터 5~6시간을 갔던 것은 너무 무모했으나, 그러나 일과 관련되서는 얻은 것이 있었다(고 생각해야만 안 억울하다 ^^)
스위스의 에멘탈 지역은 일반적으로 한국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가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농업과 관광을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쯤 가볼 만하다. 에멘탈! 어딘가 들어본 것 같지 않은지? 그렇다! 바로 에멘탈 치즈로 유명한 그 에멘탈 지역이다.
물론, 이러한 고상한(?)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오사카는 먹기 위해 가려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러다 보니 원래는 마츠리 기간에 여행을 갔으나, 먹을 것에 대한 일정에 결국 마츠리는 보지도 않고 먹기만 했다.
이렇게, 하나의 이유만 가지고도 여행을 다녀온 뒤 목적 달성을 했다는 생각에 여행이 보다 뿌듯해지고 기억에 남게 된다. 남들의 의견보다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보려 하는지를 염두 해두는 여행이 필요하다.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몇몇 여행 사진에 모델(?)로 찍히는 내 반려자는 바리스타 교육자이면서, 조그마한 개인 카페를 운영하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질문을 한다고들 한다.
어떤 커피가 좋은 커피인가요?
그럴 때면, 늘 대답은 같다.
본인이 맛있는 커피가 좋은 커피예요. 커피는 기호품이니깐요.
비싼 커피로 알려져 있는 사향고양이 응아 커피(루왁커피)는 왠지 커피에 뭔가가 있을 것 같아 더 싫다!
난 사실 싸구려 믹스커피가 가장 맛있다 ^^
여행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여행이야말로 사람들마다 보려는 것, 하려는 것, 먹는 것이 다 선호도가 다를 것이다. 여행도 기호품이다. 내가 무엇을 위해 여행을 가려는지를 결정한다면, 그 여행은 온전히 내 것이 될 것이고 아마 더 훌륭한 기억이 남는 여행이 될 것이다.
계획을 세울 때에 당연히 생각해야 할 것은 어디를, 언제 갈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다. 사실 어디를 가건, 언제 가건 정답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래도 어디를 가고, 언제 가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2가지 사항이 함께 연결될 수밖에 없다.
가령, 동남아를 가는데 아무리 저렴하다고 여름철에 간다면 더위에 지쳐 눈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 캄보디아 씨엠립의 앙코르와트를 보러 여름철과 겨울철 모두 갔었는데, 분명 보는 것에 대한 차이가 존재했다. 여름철에는 툭툭을 타도 더운 바람이 한증막처럼 불어와서 유적지고 뭐고 빨리 보고 시원한 음료수나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겨울철은 - 물론 겨울철이라도 25도에서 30도 정도의 온도를 자랑하지만 - 앙코르와트의 유적의 섬세함과 스토리가 눈과 귀에 살며시 들어왔다.
크루즈는 사람들이 꼭 한 번 타보고 싶어 하는 여행이기는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지중해와 같은 경우 크루즈 상품이 저렴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수영을 하기 어려운 10월 말이 지나면서부터이다. 이 때는 지중해 크루즈가 비수기에 돌입하니, 시간만 맞는다면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더 추워지는 한 겨울철에 가면 어떠냐고? 미안하지만, 배는 이동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다. 추운 경우에는 지중해가 아닌 따뜻한 지역으로 크루즈 상품 경로가 바뀌게 될 것이다.
이렇게, 여행의 주요 결정사항이 무엇이냐에 따라 언제 갈지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최적의 조건에서 여행을 다니고 관찰하려면 기후를 최우선적으로 따져야 하나, 비용이 더 큰 문제라면 아무래도 비수기, 추운 지역은 추울 때, 더운 지역은 더울 때 가는 것이 비용을 저렴하게 아낄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동남아를 여름철에 가면 정말 덥긴 덥다!
어디를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처음 이야기한 무엇을 위한 여행인가와 연결된다.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보느냐를 결정해서 어디를 갈 것인지를 차례로 결정해보자.
휴양을 하려면 철저하게 휴양을 즐기자. 온천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온천으로 유명한 지역으로 가야 한다. 독일 바덴바덴은 스파로 유명한 도시이다. 이름도 바덴바덴(Baden Baden), 영어로 bath bath니깐, 우리말로 표현하면 도시 이름이 목욕탕 목욕탕 정도 되겠다. 얼마나 스파가 좋으면 그러할까. 그 스파시설의 백미는 프리드리히 스파이다. 로만-아일리쉬 기법의 과학적인 목욕요법은 내가 즐기는 대로 가는 목욕탕이 아니라 코스형 스파이다. 16개의 조그맣고 커다란 욕탕을 주어진 시간 동안 있으면서 즐기는 형태이다. 처음에는 왜 이러한 강제성을 두냐고 투덜거렸으나, 3시간 코스를 다 완료하고 나면 모든 육체의 피로가 풀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단,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요일에 따라 남녀가 함께 코스를 돌 수도 있다. 또 남녀가 함께 코스를 돌지 않더라도 메인 욕장에서는 함께 만나기도 하니, 이 점은 고려해두고 가자.
깜짝이야!!! (라고 하지만, 조금 지나면 적응되긴 한다)
다른 이유라면, 또 다른 곳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 사파리를 보고 싶다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크루거 국립공원을, 고대 역사문명을 보고 싶다면 이집트 카이로 기자 지구를, 오로라를 보고 싶다면 아이슬란드를, 탱고를 보고 싶다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진짜 맛있는 커피를 먹고 싶다면 로마의 세인트 에우스타치오 커피숍을 가야 한다.
다만 이 커피숍은 줄을 서지 않으니 요령껏 주문하자! 쥴리아 로버츠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영화에서도 잠깐 커피를 주문하는 전쟁 같은 모습이 나온다.
다음 생각해볼 것은 여행으로 남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이다. 이 부분을 생각하지 않으면 여행을 통해 남는 것은 정말이지 사진밖에 없다. 물론, 사진도 여행의 추억을 되새기는데 좋은 방법은 될 수 있다. 그런데 사진이야, 소셜미디어에 올려서 내가 어디에 갔다 왔다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좋은 도구이지, 그것을 내 가슴속에 새기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해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다녀와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와야만 한다. 나와 같이, 여행이 곧 밥벌이가 되는 사람들이야, 여행을 계속 다니면서 그것으로 살아갈 수 있겠으나, 많은 사람들의 여행은 일상생활의 연장선에서 여행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행을 다녀오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 해준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정해주기도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에서 사진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메모장일 수 있다. 조그마한 기자들이 가지고 다님 직한 크기의 메모장을 들고 다니면, 내가 여행을 다니면서 생각나는 것들, 그리고 느끼고 깨닫는 것들을 적을 수 있다. 그렇게 적은 다음 숙소에 와서, 또는 귀국해서 다시금 정리해보자. 생각보다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많이 얻어오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생각들은 당시에는 잘 기억이 나도, 나와 같이 머리가 좋지 않으면 금방 까먹게 마련이다. 꼭 메모를 해서 기억에 남기도록 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내게는 여행이 세상을 보는데 많은 나침반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통해 세상을 읽는다는 표현을 하곤 한다. 여행 강의 때 여행을 주저하는 이들에게 말하는 것이 있다.
세상에는 두 가지의 지식이 있는 것 같아요.
간접적인 지식과 직접적인 지식!
간접적인 지식은 보통 책으로부터 많이 얻게 돼요.
그런데, 직접적인 지식은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그 사람의 문화를 직접 느끼고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저는 그 직접적인 지식이 여행으로부터 많이 얻는다고 생각해요.
혹시, 내가 너무 거만하지는 않았는지, 내가 다른 사람이나 문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지는 않았는지, 내가 너무 꼰대같이 행동하지는 않았는지, 내가 나를 포함한 내 속한 사회의 관습과 현상을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여행은 좋은 가르침을 주는 듯하다. 그것이 진정으로 여행을 통해 남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여행이 꼭 정답은 아니라고. 여행을 다녀온 뒤 어차피 일상에 복귀해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에서 길을 찾고 답을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허무할 수 있는지 모를 거라고. 그리고 그렇게 여행에 빠지면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적응할 수 없다고도 말하는 것을 보았다. 맞는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여행을 다녀온 뒤 일상생활에 복귀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을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고 이야기하거나 이를 종용하는 글은 쓰레기일 수 있다.
처음 이 연재 글 앞에 나는 분명 여행을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고 했으니.. 혹시 따라 하신 분들이 있다면 죄송!
그런데, 한편으로는 여행을 갈망하는 삶이 일상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 삶의 여행이라는 새로운 삶을 찾은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듯 하다. 본인이 여행의 가치를 삶에서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그 자체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일지도 모른다. 그 삶이 일상에서 자기 일에 충실하여 능력을 인정받는 삶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인생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하나의 여정이다. 그 여정 안에서 정답처럼 일상을 어떻게 복귀해야 하고, 어떻게 꼭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남에게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훈수는 쉬워도 훈수는 훈수일 뿐이다.
모든 삶의 여정은 각자 스스로가 걷는 것이다. 그 여정에 정답도 없고, 그리고 꼭 어디로 가야만 한다는 것도 없다. 여행도 꼭 어디를 가야만 하고, 어떻게 가야한다는 정답이 없는 것처럼.
그래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다. 여행이 꼭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여행에서 자기가 깨닫고자 하는 것을 잘 남겨오면 일상을 돌아보는데 훌륭한 나침반이자, 지침서의 역할을 해주기는 충분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