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래산
일찍 일어나 회사를 갈까 하다가 뜨거운 태양의 반대편에 놓인 산을 선택했다. 회사일은 오늘 안해도 되지만 태양을 등질 수 있는 순간은 지금뿐이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는 이유는 우울증이 사라지고 에너지가 돌아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놀려도 좋다. 하지만 나는 산을 오르면서 땀이 차오를수록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바다로 둘러싸인 산을 오르다 보니 어느 순간 바다가 펼쳐진다. 한 번도 느끼지 못한 평화로움이다. 그 평화로움에 시간이 얼마나 흐른지를 모른채 그냥 멍을 때린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환희의 순간이 많았다. 아내가 결혼을 승낙했을 때.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내가 잘못했는데 정말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용서를 받았을 때이다.
반대로 힘든 순간도 많았다.
말이 앞서서 약속을 못 지켰을 때. 학생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갇혔을 때. 사장이라고 모든 일을 내 중심으로 했을 때. 그 결과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등을 돌리고 혼자 남았을 때가 제일 힘들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환희의 크기는 80프로이고 좌절의 크기는 20프로였다. 80프로가 넘는 절대적인 기쁨도 없었지만 20프로가 넘는 극단적인 아픔도 없었다.
그 이후로 그냥 산다고 이야기했다.
오늘 처음으로 깊고 넓은 바다가 보였다.
그래서 이제 되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