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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Jul 01. 2023

일요일

찰나와 영원함

어제 후배를 만났다. 내일부터 유럽으로 40일간의 출장을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7월에 내가 인솔하는 대한 손님에 대한 항공권과 호텔 그리고 도시 간 이동 편과 입장료 그리고 마지막 여행자 보험까지 인수인계를 했다.


후배는 평소 주차장을 운영하는데 새벽 4시에 출근해서 오후 2시에 퇴근하는 삶이 즐겁다고 한다. 어떤 직업이든 매일 몰입하는 삶이 가장 건강하고 행복하다고 후배와 키득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은 12차 중 2차 항암을 마친 아내를 데리러 병실에 갔다. 그런데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콧노래 소리가 들렸다.


최근 가장 감명 깊은 음악 중 하나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었다.


영화 <쇼생크의 탈출>에서 주인공은 감옥 안에서 울려 퍼지는 모차르트의 <편지 이중창>틀면서 독일어로 되어 있는 가사는 몰라도 그 음악이 주는 자유롭고 아름다운 리듬이 나뿐만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들에게 자유를 준다고 이야기 한다.


이후로 빈에 가면 여행자들과 함께 꽃보다 할배에서 나왔던 공연장을 찾아서 모차르트의 <편지 이중창>을 들으며 젼율에 빠진다.


세상에서 가장 절벽에 있는 장소인 암환자 병동에서 들려오는 콧노랫소리는 모차르트의 음악만큼 아름다웠다.


콧노랫소리에 오늘 주말인지 알았다. 주말이면 병원도 응급환자를 제외하고 여유가 넘친다.


주말이면 환자가 무슨 병을 앓고 있든 병실이나 휴게실 그리고 병원의 조그마한 정원에서 혼자서 햇살을 즐기는 분이 많다. 그리고 치킨을 시켜 주위 사람들의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분들도 많다.


일요일은 보통사람들이든 환자들이든 오늘 이 하루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 태어난 날이다. 어쩌면 우리의 소망과 영원함은 일요일의 그 찰나에 있을 줄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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