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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 타자기 Dec 19. 2024

눈물샘

기일(忌日)에 부쳐


눈물샘이 말라 눈물이 얼어붙어도

가로등 일제히 꺼진 밤 이슥할 때까지

스며드는 슬픔을 견디지 못해

펑펑 소리 죽여 흐느낍니다.


갑작스런 정전에 소란스러울 것 같은 밤인데도

이 한 밤 정적만이 감도는 것은

아버지 당신의 운명을 예감하신 탓인가요?

하늘이 대신 눈물을 떨구는 이 깊은 밤


빗방울 소리는 구천의 곡소리인가요?

하다못해 웃옷을 찢어 던지고

갈기갈기 찢긴 심장마저 도려내면

그제야 흐르는 피눈물이 곡이 될까요.


눈물의 빗길을 한없이 질척이는

상여소리마저 온 세상 횃불로 타오르는 밤

세상 멀리 마중 나온 겨울나무들하고

인사하는 이 작별의 순간쯤이야


아버지 당신의 원망은 서리로 내리고

성에꽃 되어 슬픔이 차곡차곡 쌓이는 밤

되돌아보면 메마른 눈물샘에 다시 고이는

이 강물은 당신이 가신 곳을 향해 흐르는 강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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