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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아 Aug 29. 2024

내성적인 사람도 서비스업 할 수 있나요?

방귀와 함께 끝나버린 나의 첫 서비스업 도전기


 요새 유행하는 성격유형 검사에서 ESFJ가 나왔지만 E와 I 반반인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나에겐 내성적인 면이 적지 않게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말하는 것이 쉽지 않을 때도 많고 내 감정을 솔직히 말하는 것이 어려워 싫어도 네네, 좋아도 표현 못 하고 숨기는 성격이기도 하다.


 어렸을 땐 특히 내성적인 면이 더 많았는데 그럼에도 고등학교 1학년때 친구와  햄버거 가게에서 파트타임로 일해 보기로 했었다. 


 처음으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나보다 나이 많은 언니 오빠들, 30살의 점장님까지 먼저 다가가려는 엄두는 못 내고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던 것 같다.


 일 시작하고 며칠 안되어 오전 근무를 같이 하게 된 언니가 제빙기에서 얼음을 꺼내라고 시켰고 그대로 스쿱을 제빙기 안에 넣어 두었다. 그땐 스쿱을 따로 빼놔야 하는지 몰랐었다. 잠시 후 점장님이 오더니 스쿱을 누가 제빙기 안에 넣어 두었냐고 물어 내가 했다고 말했다.

 "세아 너 잠깐 따라와" 점장님의 부름에 창고로 따라갔다.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그렇게 혼나 본 적은.

 투실투실한 허리에 양손을 얹고는 고함을 치며 나를 쏘아보던 점장님, 그 당시 그 햄버거 가게 직원들이 머리에 쓰던 하늘색 모자가 흔들거릴 정도로 나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고작 16살이던 나는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무서움을 느꼈다. 어찌나 무서웠던지 내 괄약근에선 나도 모르게 '뿡뿡뿡뿡' 방귀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사람이 심한 두려움을 느끼면 몸의 신경세포들이 활발히 움직이는구나 처음 깨닫게 된 순간이기도 하다.

 점장님은 자신이 소리치는 소리에 내 방귀소리가 들리지도 않는지 몇 분 인지도 모를 정도로 사방에 침을 튀기며 소리를 질러대다 그대로 나가버렸다.


 창고에서 나가니 나에게 일을 시켰던 언니가 정말 미안해하는 표정과 함께 사과하였다. 본인이 일을 시키는 바람에 내가 혼났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괜찮아요" 힘 없이 대답은 했지만 억울한 생각은 들었던 것 같다.


 '난 그저 몰랐던 것뿐인데, 누구도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는데..'


 억울한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점장님 앞에서 그렇게 두면 안 되는지 몰랐다고 한마디 말도 못 한 채 혼나고만 있던 나 자신에게 짜증이 났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할 말도 잘 못하는 그런 성격의 아이가 바로 나였다.

 그때의 난 남들 앞에서 내 생각과 기분을 말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고 내 감정과 이야기를 말해야 하는 것이 어색하고 부끄러웠던 것 같다.

 그날 이후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나의 첫 서비스업 도전은 한 달도 못 채운채 방귀를 뀌고 며칠 만에 끝이 났다.

 그렇게 쓰린 첫 경험 때문일까?

우리 가게에 일하러 오는 학생들을 보면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들곤 하였다.
 '나는 그때 그 점장처럼 무작정 소리만 지르는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나이차이 많이 나는 어른들과 일하러 온 학생들은 얼마나 어색하겠는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모습에서 옛날 내 모습이 보이기도 하 더 짠하고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말 잘 못하던 나는 서비스업에서 일을 하면서 성격도 많이 변화되었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일을 하면서 만난 많은 동료들을 보면서 아무리 내성적이고 먼저 말 못 하는 성격이라 할지라도 비스업에서 일하는 것에는 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먼저 말을 걸어주는 동료들도 많고 의외로 조용한 성격의 직원들도 많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인사하는 것도, 손님에게 다가가는 것도 어색해하던 친구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아침에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 건네고 손님들에게도 웃으며 주문받는 모습을 보면서 긍정적으로 성격이 변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니 내가 사람들과 어울려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도 용기를 내보자.


 일을  못하더라도 하려는 모습만 보여주면 옆에서 다 도와주기 때문에 잘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하기보다 성실하게 임하는 자세를 가지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또한 실수하면 어쩌나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다. 큰 실수라 생각했는데 막상 대수롭지 않게 여겨주는 분들도 많고 실수를 통해 무엇이 잘못되었고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배울 수 있기에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보다 괜찮은 동료들이 정말 많다.

 내가 만났던 그 점장과 같신경질적이고 욱하는 사람들도 많기에 '또라이는 어디에나 있다 '는 일명'또라이 법칙'을 마음에 새겨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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