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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아 Sep 05. 2024

도대체 그 언니는 왜 나한테만 그래요?

사람에 대한 이해심이 필요한 직업

 일하던 매장이 폐점하면서 나는 다른 점포로 이동하게 되었다. 옮기게 될 매장의 직원들끼리 패가 갈려있다는 소문이 들렸고 '아, 쉽지 않겠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첫날 매장에서 나를 맞이한 후배는 하얀 얼굴에 옆으로 길게 찢어진 눈매를 가져 웃지 않으면 꽤 시크해 보이는 것이 기가 세 보였다. 나보다 입사일은 늦었지만 이 매장에서 일한 지 꽤 되어 내가 이 친구한테 배워야 할 입장이었다. 같은 이름의 프랜차이즈였지만 이 매장에서만 파는 메뉴부터 서비스하는 방식, 오픈 준비 순서, 직무수행까지 다 달랐기에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마음을 가져야 했다.

 이렇게 초보의 마음으로 일을 하니 후배들이 후배가 아니라 선배의 위치에 있는 것 같았고 그래서 어렵기도 했다.
 그럼에도 다행이었던 건 직원들끼리 패가 갈려있다는 소문이 헛소문이었다는 것이다. 같이 일하는 선배들은 여섯 살에서 아홉 살 정도 차이가 낫지만 상냥했고 모르는 것들도 잘 알려주었다. 인상이 세 보이던 후배는 인상만큼 까칠할 때도 있었지만 평소에는 잘 웃는 동생이었다.

 문제는 나와 살 차이 나던 한 언니였다.

 본인의 기분에 따라 말투가 달라졌고 신경질을 잘 냈다. 특히 나에겐 더욱 그랬다.
 자기가 기분이 나쁠 땐 무얼 물어도 짜증스럽게 대답을 하였다. 손님이 맡긴 아이 이유식이 다 데워졌는지 묻는 질문에도 자기 몸이 두 개냐며 성질을 내어 질문한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툭하면 성질을 내면서 말하여 같은 구역에서 같이 일하는 날은 지옥이었고 매번 그 언니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자신보다 어리고 늦게 이 매장에 들어온 내가 제일 만만했는지 유독 더 나에게 성질을 냈던 것 같다.
 그렇게 구박을 한바탕 받으면 설움이 북받쳐 올라 다른 언니들에게 술 마시자고 무전을 쳤다. 그때 그 언니 때문에 마신 술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때는 도대체 저 언니가 왜 나에게만 유독 그러는지, 내가 무얼 잘못하였기에, 내가 뭐가 그리 미워서 나한테 그러는지 알지도 못하고 서러웠다.


 아직 스물다섯이던 나는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하는 말,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고 상처를 받았다. 그런데 그런 시간들을 거치고 더 많은 사람들과 일하고 부딪치다 보니 상대방의 말 모두에 의미를 둘 것도 마음에 담아 둘 필요도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말 한마디에 의미를 두고 감정에 휘둘리는 건 그 말을 한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었기에 이제는 상대의 투나 행동에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기보단 사실 자체만 받아들이려고 다.

  톡톡 쏘아붙이듯 말하는 동료도 일하면서 예민해진 신경 탓에 그렇게 말하는 것일 뿐 내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이해하게 되었고 나와 잘 맞는 동료조차도 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음을 알게 되면서 사람은 모두 나와 같을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서비스직 업무는 모두 '사람'과 연결된 일이기에

래서 사람에 대한 배려와 이해심이 없다면 하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서로가 다름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생각도 인정하고 배려할 줄 알아야 같이 일 나갈 수 있다. 나의 생각만이 맞다고 고집을 부리고 상대방의 감정이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고 함부로 말을 뱉는다면 아무도 그 동료와 일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스물다섯, 나를 지독히도 못살게 굴던 그 언니가 나에게만 그랬던 건 아니었고 정도와 빈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모든 동료들에게 자기 기분을 그대로 표정에 드러내거나 자기주장을 내세우고 기분 나쁘게 말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렇기에 직원들 사이에서 하나둘씩 '왜 저래?' 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엔  아무도 그 언니를 좋아하는 사람도, 따르는 사람도 없었다.


 와 잘 맞고 좋은 동료 많지만 그렇지 않은 동료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나부터 열까지 전부 나와 맞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일을 하는데 피해를 주는 정도만 아니라면 '저 사람은 저런 스타일로 일하는  사람이구나'로 생각해 그 사람의 일하는 방식도 이해해 주어야 한다. 


  손님이건 동료들 중에서건 유난히 불평불만이 많고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면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릴 땐 이런 사람들이 내뱉는 말이나 말투에 상처를 많이도 받았지만 이제는 '원래 성격이 저러신 분인가 보다.' 넘어가 버리고 때로 심한 분들을 만날 땐 속으로 '어우 재수 없어!'생각해 버리고 만다. 좋게 생각하면 이제 제법 상처받지 않고 털어버리는 내공이 쌓이고 있는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낀다. 럼에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건 그 속에서도 같이 웃을 수 있는 동료들이 더 많고 다양한 손님들을 통해 많이 배우고 깨닫는 것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계속해서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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