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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은 Aug 04. 2021

낮은 고추가 맵다



1, 2학년이 모여있는 초등학교 돌봄교실의 일상은 이렇게 흘러간다. 


여덟 살 승우가 다가와 묻는다. 

“선생님, 저랑 연아랑 서로 얼마나 좋아한지 아세요?” 

색칠 공부를 하고 있는 연아는 승우의 여자친구다. 

“사 년이에요!” 승우가 펼친 손가락 네 개. 

“세상에, 그건 네 인생의 절반이잖아. 승우 너 인생의 반을 연아를 좋아하며 보냈구나!” 


시원이가 와서 종이비행기를 날려도 되냐고 묻길래, 친구들이 다칠 수도 있으니 낮게 낮게 날리라고 말했다. 

시원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외쳤다. 

“낮은 고추가 맵다!” 


성준이는 나한테 엄숙하게 말한다. 

“선생님, 대변 보고 오겠습니다.” 

아이들은 똥을 똥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변, 큰 거, 배변...굉장히 전문적이다. 놀릴 때만 신나게 똥을 사용한다. 그 심오한 이유에 대해 고찰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난 아이들이 집에 갈 때 손을 잡고 교문까지 바래다준다. 예은이는 오늘 가는 길에 예리한 눈으로 내게 물었다. 

“선생님, 선생님은 왜 저희가 애기인 것처럼 말하시죠?” 

“알았어. 내일부턴 더 어른답게 말할게.” 


예은이는 총총 교문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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