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나은 Mar 27. 2023

돌봄 교실의 이상한 선생님들

왜 이상한 선생님들이 많은가


돌봄 교실 일기를 쓴다고 적어놓고 왜 맨날 아이들 맞는 이야기나 하느냐면,

그냥 그게 애들이 하는 이야기라 그렇다. 

아이들의 세계가 그런 일들로 굴러간다는 데 내가 그걸 숨길 수야 없지.


그러면 돌봄교실 어른들의 세계는 어떻게 굴러가느냐. 여기도 쉽지 않다. 

주변에 돌봄 교실에서 일하다는 이야기를 하면 내 또래는 영혼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학부모들은 다들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신기한 건, 학부모들의 기억 속에 돌봄교실은 그닥 좋은 기억은 아니라는 점이다.

“돌봄교실은 돌봄 선생님이 이상했어. 그래서 다니다 끊었어.” 

어떤 분은 나를 붙잡고 진지하게 상담을 부탁했다. 자기 아이가 돌봄 교실에 다니는데 이러저러한 일이 있고 선생님이 그 분에게 이러저러한 말을 했는데 아니 이게 맞는 건지 아니면 우리 아이의 돌봄 선생님이 이상한 사람인 건지…

난 그 분의 돌봄 선생님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다. 시작은 상담이고 핵심은 하소연일 때 늘 하는 일이다. 


그래서, 왜 돌봄 교실에는 늘 이상한 선생님이 있는가. 

라는 궁금증을 정리해보고자 쓰는 글. 


미리 말해두자면 돌봄교실 시스템은 학교마다 다르고 매년 매학기 뒤죽박죽 변한다. 

내가 일하던 2020-2022년 동안 돌봄교실의 선생님들은 대략 이런 구조였다.


첫번째로 세 명의 돌봄전담사 선생님. 한 반에 한 명씩 행정과 아동 서류 업무를 담당하는 선생님이 있다. 한 반에는 보통 스무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있다. 전담 선생님이 8시간 전일제여서 하루종일 아이들을 보며 일관되게 돌봄을 제공한다면 좋겠지만 그러면 월급을 많이 줘야 하므로 교육부는 그러지 않는다. 8시간 전일제 선생님은 1반의 강 선생님 한 분이다. 그리고 강 선생님이 아동 행정+인건비 행정 전반을 관리한다. 2,3반은 4시간 정도 하는 선생님으로 오후 한시 경 출근해 다섯시 쯤 퇴근하신다. 


학기 중에는 오전에 아이들이 학교에 있으니 오후 전담사만으로 할 수 있으나 때는 코로나 시국이라 학교는 문을 열지 않았다. 돌봄교실은 긴급 돌봄을 운영했고 아침 8시부터 5시까지 돌봄교실을 열었다. 아침 8시부터 전담사 선생님이 오는 오후1시까지 어떻게 하면 되느냐. 2.5시간마다 시간제 선생님이 와서 아이들을 돌본다. 오전 8시부터 10시 반까지 한 명, 10시 반부터 1시까지 한 분. 그 다음은 전담사 선생님. 그러면 아이들은 8시부터 5시까지 총 세 분의 선생님을 만난다. 2,3반 두 개의 반에서 여섯 명의 선생님이 계신다. 

강 선생님의 근무시간도 뒤죽박죽이라 8시간 근무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6시간 근무를 할 때도 있다. 원인은 다 월급 때문이다. 월급을 늘려줄 수는 없으니 일하는 시간을 줄인다. 그런데 돌봄교실은 8시부터 5시까지 열어야 하니 강 선생님 머리가 터진다. 6시간 근무하면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는 어떻게 하는가. 내가 투입된다. 오전 두 시간동안 나 혼자 아이들을 본다. 


이건 아이들 돌보기에는 전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일단 선생님이 너무 자주 바뀐다. 아침에 한 선생님은 된다고 한 게임을 다음 선생님은 안 된다고 한다. 기준이 매일 이랬다 저랬다 바뀐다. 선생님마다 돌보는 방식도 성향도 기준도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은 불안정하고 헷갈린다(나도 그렇다). 


게다가 2.5시간, 4시간이라는 근무 시간으로는 아이들에 대해 잘 알 수도 없고 의욕이나 책임의식이 생기지도 않는다. 그냥 한 선생님으로 오전 4시간을 근무시키면 안정적이고 좋겠지만 교육부는 단기 계약 선생님에게 주휴수당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2.5시간은 치사한 시간으로 근무를 쪼갰다. 내 시급이 당시 11,150원이었는데 오전반 선생님들의 시급은 10000원 언저리였다. 주 5일 아침 2.5시간 일해봤자 한 달 오십 만원밖에 못 받는다. 당연히 한 학교에서만 일하는 선생님은 없었다. 다들 오후에는 다른 일이 있었고 퇴근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오전반 선생님들은 매달 새롭게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들의 근로계약은 한달 짜리였다. 그대로 2년 넘게 선생님들이 일했다. 


긴급 돌봄이 급하게 만들어진만큼 자격 요건이 필수인 돌봄전담사와 달리 오전반 교사들의 경우 자격요견이 필수이지 않다. 사회복지사나 보육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일에 매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복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관리 책임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은 많은데다 매일같이 스케줄은 변한다. 아이들을 돌볼 책임은 있지만 제 자리는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서랍 속에 물건을 저장해둘 수도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무슨 일이 나면 책임은 제 몫이다. 노동자로서 이 직장은 형편없다. 2.5시간을 보내는 좋은 방법은 모든 골치 아픈 일은 전부 다음 선생님에게 맡기고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일이다. 다른 일에 출근하러 가야 하니까. 


그래서 왜 이렇게 이상한 선생님들이 많은가. 확률의 문제라고 하고 싶지만, 돌봄교실 자체가 아이들 돌봄의 질에는 신경쓰지 않는 채로 돌아간다. 중요한 건 정해진 시간 동안 돌봄교실을 열어야 하고, 그 사이 선생님 역할을 해줄 사람을 갖다 놓는 일이다. 적은 돈으로 제 시간 써가며 일해줄 사람. 어떻게 돌보는 게 잘 돌보는 것인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모두 선생님 개개인의 윤리 의식과 기준에 달린 문제다. 아이들 돌봄에 대한 기준과 관리가 없으니 두 시간 동안 가만히 앉혀두기만 하는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손들기 등의 훈육 방식을 선택하는 선생님도 있다. 여자는 다리를 벌리고 앉으면 안되고 남자들은 파란 색만 쓰라고 하는 선생님도 있다. 유일한 통제권을 갖고 스무 대여섯 명의 아이들을 상대하고 있으니 자신들의 고정관념과 방식대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다. 대부분 자녀 양육을 끝내고 저임금 노동을 이어가는 중년 여성이니 이들의 인식도 몇십 년 전 양육방식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아직도 가정에선 때리면서 아이들을 훈육하는 사람도 허다한데 선생님들이라고 건강하고 바람직한 방식의 돌봄을 숙지하고 있을까. 


과밀한 아동 수, 적은 임금, 짧은 시간, 한달짜리 근로계약. 이 모든 게 스트레스이고, 스트레스는 당연히 돌봄 노동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돌봄 노동은 마음 쓰는 일이다. 타인에게 자기 마음의 가장 좋은 부분을 흘려보내는 일이다. 독박 육아가 그렇듯이 독박 노동도 사람의 마음을 이리저리 뒤틀어 놓는다. 물론 그 안에서도 사랑의 정신으로 열심히 하는 선생님들이 있지만, 그리고 학부모들은 늘 그런 선생님들을 바라겠지만, 난 그런 선생님들을 기준으로 삼고 싶지 않다. 이들은 받는 돈에 자신의 사랑과 애정을 갈아넣어 과다 노동하고 있는 것이다. 잘해도 알아주지 않는. 


잡글을 쓰려 했는데 어쩌다보니 레포트가 된 것 같다. 아무려나, 긴급 돌봄은 끝나도 방학 돌봄은 여전히 오전반 선생님들의 근무로 돌아간다. 돌봄교실에는 왜 이상한 선생님들이 있는가. 그 이유의 기저에는 저임금으로 쉽고 싸게 인력을 부리고 싶어하는 교육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게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이전 08화 먹어줘, 제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