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ra Days Mar 06. 2023

임신 중기의 기록 - 5 (24주-25주)

공포의 임신당뇨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어느덧 나는 7개월 차 임산부가 되었다.


초기의 입덧이 끝난 이후엔 먹덧으로 바뀌어 급격하게 살이 쪘던 나, 중기가 되어 먹는 양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속도로 몸무게가 늘어나서 걱정스럽다. 벌써 나의 출산 시 목표 몸무게였던 70kg에 도달했고, 원래 유지하던 몸무게에서 16-18kg 정도 찐 수준이다. 처음엔 "와, 나 이 살 나중에 어떻게 빼지?"의 걱정이라면 지금은 작은 거동 하나도 버거울 정도라, 다른 종류의 걱정인 것 같다.


그동안 의사 선생님 소견에 따라 전면 재택에 돌입, 가급적 일 외에는 눕눕 생활을 유지를 했고, 운동도 거의 하지 못했다. 또한 벌써 7개월이나 지났다는 신기함과 아직 3개월이나 남았다는 양가의 감정 속에서 스스로의 멘탈을 잘 붙잡고 지내기 바빴던 것 같다.


그 와중 꽤 거슬리는 변화(?) 중 하나는, 하루에 두 번씩 샤워를 하던 깔끔쟁이인 내가 거동 자체가 너무 버거워 1.5일 정도의 텀으로 샤워를 하게 되었다. 옷을 입고 벗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고, 샤워 한 번을 하면 숨이 차서 누워있어야 했기에 나도 나의 컨디션과 타협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많이 도와주고 이해해 주며, 또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많이 무던하여 오히려 더 좋은 남편과 함께 중기를 나는 것은 든든하고, 본의 아니게 혼자 생리현상을 터버린 내가 머쓱하지 않게 남편은 아무것도 안 들리는 척을 해주고 있다. (가끔은 이게 더 머쓱하다)




지난 24주와 25주에서 가장 상징적이었던 경험을 꼽으라면 당연히 임신당뇨검사와 입체초음파 촬영이었다.


임신당뇨검사는 <공포의 임당>이라고 불릴 정도로 산모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 중 하나이다. 임신성 당뇨는, 원래 당뇨병이 없다가 임신 후 당뇨병이 생겼을 때 일컫는 명칭인데, 일반 당뇨처럼 음식을 먹고 혈당이 치솟는 것을 의미한다. 임신 당뇨는 초기부터 발생했을 시 태아 기형, 태아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병이며 거대아를 초래하고, 추후 태아의 대사증후군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임신당뇨검사를 하기 4-5시간 전부터 공복을 유지하고, 당뇨검사 한 시간 전에 병원에서 준 약을 먹고 병원에 가서 채혈을 하면 되는데, 이때 하는 채혈을 통해 임신당뇨 여부뿐만이 아니라, 철분, 마그네슘 등이 충분한지도 함께 확인을 한다. 혈당은 식후 1시간에 140mg/dL을 넘지 않으면 된다.


원래 단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임신을 하고는 과일이나 아이스크림이 땡겨 종종 먹고, 가끔은 빵도 먹었으며 고기가 소화가 잘 안 돼 상대적으로 탄수화물을 먹는 비율이 높았던 동시 눕눕처방으로 체중이 많이 불은지라 임신당뇨검사를 하기 전 많이 무서웠다. 지난 금요일에 검사를 해 아직 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다음 주에 알게 되겠지만, 부디 정상범위어서 막달까지 아기를 건강하게 품고 무탈하고 건강하게 낳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공포의 임당검사가 끝나고는 남편과 함께 입체초음파실로 향했다. 임신 7개월 때쯤 초음파 사진에서 보이는 얼굴이 가장 태어났을 때 얼굴이랑 비슷하다고 하고, 너무나도 오랜만에 입체초음파를 하는지라 많이 설렜고 기대가 되었다.


남편은 본인 지분이 없는 것 같다며 서운해했다

그렇게 입체초음파 덕에 만난 우리 아기. 처음에는 자꾸 얼굴을 안 보여줘서 "오빠, 우리 아기는 오빠 닮았나 봐. 고집이 세네?"라고 우스갯소리로 남편을 놀렸다. 초음파 선생님도 아기가 조금 움직이게 나가서 좀 걷고 초콜릿우유를 먹고 오라 하셨고, 그렇게 다시 10분 만에 찾은 초음파실에서 만난 우리 아기의 모습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웃긴 것은 남편은 아기를 보자마자 "너랑 똑같이 생겼는데?" 라며 놀랐고, 나 역시도 도독한 광대뼈와 뾰족하고 선명한 윗입술과 입술 모양이 나랑 많이 닮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 입술은 내가 내 외모 중 제일 좋아하는 부분인지라 내심 그게 기분이 좋았으나, 남편은 첫딸은 아빠를 닮는다는 말에 많이 기대를 했는데 본인 지분이 생각 이상으로 없어 서운해했다. (아니 남들은 예쁜 자기 마누라 닮았다고 기뻐한다더만!)


안 그래도 남편은 요즘 아이 셋을 낳자고 정말 매일 귀에 못이 박히게 이야기 중이라 아직 육아휴직을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얼른 회사로 복직하고 싶게 만들고 있는데, 둘째는 본인 지분을 많이 가질 것이라며 혼자 굳센 다짐을 했다.


그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덧 남편은 초음파 속 아기를 보며 "정말 너무 귀엽게 생긴 것 같아"라며 혼자 또 하트를 날리고 있었다. 정말 알 수가 없다.


병원에서 나와 양가부모님께 초음파 사진을 보내드렸더니 표현이 잘 없는 친정아버지가 사진을 보자마자 "아니 내가 왜 거기서 나와?"라고 하셨다. 재미있는 점은 나의 뾰족하고 선명한 입술산은 친정아버지를 닮은 것인데 아버지 눈에도 아기의 입술과 입매가 본인을 닮았다고 생각이 드셨던 것 같다. 여담이지만 아기의 눈은 남편의 눈을 닮았으면 좋겠다. 나는 남편의 예쁜 눈동자와 가지런하고 촘촘하며 꽤 긴 속눈썹, 그리고 선한 눈매를 정말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 날 우리는 저녁에 오래간만에 외식을 했는데 (보통 주말에만 외식을 하고 평일에는 집밥을 먹는다), 좋아하는 피자집에서 밥을 먹고 집 근처 성곽길에서 15분 안되게 산책을 한 후 집에 와서 바로 뻗어 몇 시간을 내리 자는 나를 보고 남편은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하루에 만보 걷기는 기본이던 내가 천보도 안 되는 산책에도 이렇게 기진맥진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간만에 남편과 한 밤산책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집에 돌아오며 함께 연애 때 듣던 노래들을 들으니 새삼스런 감정이 올라왔다.


좋았던 산책
이사를 가면 그리울 풍경

금요일 병원 방문 이후 토요일에는 남편이 예약을 해준 산후조리원에 산전 마사지가 총 3회 포함이 되어있어서 방문을 했다. 처음 방문해 보는 산후조리원의 위치도 보고, 뭉치고 부어있는 몸도 풀 수 있어서 좋았다. 원래 마사지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나는 몸이 예민해서, 혈자리를 만지면 그날 혹은 그다음 날 꼭 토를 하거나 두드러기가 올라온다), 부종이 너무 심했던 터라 마사지를 받으며 처음으로 "살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리사님도 나의 몸을 만지더니 이렇게 부으면 관절은 아프지 않냐고 많이 놀랐는데, 아파요.. 아파요 정말 아파요.


일요일인 오늘은 남편과 나의 뒤늦은 기념일 겸 아기를 맞이하기 100일이 남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물론 남편은 내가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도 모를 것이다) + 임신당뇨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죄책감 없이 먹기 위해 작년 생일에 전회사 동료로부터 받은 귀한 선물인 애프터눈티세트 기프티콘을 쓰러 웨스틴조선에 갔다. 둘 다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오랜만에 방문한 라운지 앤 바는 여전히 멋졌고, 조선호텔의 디저트는 역시 남달랐으며, 남편과 마주 앉아 홍차를 졸졸 따르며 소꿉놀이처럼 이야기를 하는 게 참 재미있었다.


웨스틴조선 호텔 라운지 앤 바 애프터눈티 세트
제일 맛있었던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


그저께부터 오늘까지는 근래 들어 가장 외출과 활동이 많았던 3일이었다. (물론 다 남편 차를 타고, 하루에 1,000보 이상 걷지도 않았다) 이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까지 한 달 남짓이 남았고, 점점 아기 물건이 많이 생기는 집에서 새로운 식구를 맞이할 준비를 조금씩 하고 있다. 오랜만에 밖에 나가니 날씨도 제법 따뜻해져서 내가 맞이하는 변화가 조금씩 더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여하간 무탈하고 건강하게 잘 준비했으면 좋겠고, 나는 그저 매일 감사 또 감사할 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