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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 Days Mar 02. 2023

육아를 하며 FOMO에 휘말리지 않기

소비와 비교를 부추기는 사회 속에서

출산과 육아를 준비하다 보면 가끔은 과할 정도의 정보에 노출되게 된다.


"원하는 곳에서 돌잔치를 하려면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돌잔치 예약을 해야 한다" "유모차는 디럭스, 절충형, 휴대형으로 나뉘는데 일명 흔들린 아이 신드롬 (Shaken Head Syndrome)을 방지하려면 디럭스가 필수다" "본아트, 50일 촬영을 하지 않으면 후회한다" "조리원 동기는 평생 친구기 때문에 수준에 맞는 사람과 만나는 게 중요하다" 등.


일례로 모 커뮤니티에 고생한 와이프에게 산후조리원을 트리니티로 준비했더니, 일개 근로속득자인 본인에게 아이를 대치동 키드로 키울 것인지, 영훈초등학교 등에 보낼 것인지를 묻는 와이프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는 글이 있었다. 안 그래도 비교를 좋아하는 한국인들, 특히나 소비적이나 보여주는 부분에 있어서 더더욱 신경을 쓰는 이 문화 속에서 "나는 못해도 내 새끼에게는 제일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까지 자극이 되어 이런 우스꽝스러운 일들이 생기는 것이다. 영어로는 이러한 것을 FOMO - Fear of Missing Out이라고 칭하는데, "남들 다 하는 것은 빠지지 않고 하고 싶은 심리"를 일컫는다.


나는 사실 내 기준, 혹은 고집이 명확한 사람이라 이런 부분에 있어서 잘 흔들리지 않는 편이다. 타인과 잘 비교도 하지 않는 성향인지라 누군가의 소비에 별로 자극을 받지 않는 편이다. (반면 그 사람의 노력이나, 성장, 삶을 대하는 태도 등에 대해서는 자극을 잘 받는다) 그래서 나의 결혼을 준비하면서도 원하는 기준이 명확했다.


1. 식장은 강남권에서 주차 편하고, 뷔페가 아닌 동시예식 가능하고, 식장이 지하가 아니며, 밥이 맛있다고 알려진 곳

2. 드레스는 인스타 보고 예뻤던 곳 (드투 없이 지정으로 함)

3. 메이크업은 깨끗하게 해주는 곳 (그냥 웨딩업체에서 추천 주신 곳으로 함)

4. 스튜디오는 인스타 보고 예뻤던 곳 (배경이 없는 곳이 좋았음)

5. 반지는 내가 옛날부터 좋아했던 깔끔하고 소박한 국내 브랜드

6. 신혼여행지는 하와이나 몰디브 (신혼여행 아니면 못가볼 것 같아서)


나의 주변에는 워낙 5성급 호텔에서 천만 원이 넘는 스드메로 진행한 결혼식을 한 사람들도 많았기에 이따금씩 질문들도 받았지만 여전히 나의 결혼 준비는 나에게 완벽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왜냐, 내 기준에 흡족하니까.


물론 성대한 결혼식을 진행한 이들의 결혼식은 멋졌고, 교회에서 하는 소담하고 경건한 결혼식들도 아름다웠으며, 소규모로 진행한 결혼식 역시 특별했고, 야외에서 진행한 즐거운 전통혼례들도 사랑스러웠다. 어디서 얼마큼의 돈을 들였냐는 중요하지 않다. 각자 우선순위와 형편에 맞춰서 하는 것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과 육아를 준비하면서는, "이게 맞나?" 싶은 순간들이 몇 번 있었다.

그리고 그런 고민 속에서 또 나의 기준에 맞춰 나래비를 하고, 과한 정보나 부추기는 글에 휘말리지 않으며 준비를 하려고 하고 있다. 오늘은 최근에 내가 고민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 병원 전원 

나는 우리 동네에서 좀 알려진 산부인과에 다니고 있다. 분만 및 제왕절개 수술까지 다 가능한 산부인과지만, 그냥 동네 산부인과다. 처음에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알리니 주변에 몇몇 분들이 전원을 하지 않을 것이냐고 물어봤다. 알고 보니 나의 지인 중 많은 사람들은 강남에서 유명한 산부인과 삼대장이라는 미래희망, 호산, 마리 산부인과 아니면 아예 강남 차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출산을 했었던 것이다. 나는 우리 집에서 차로 40분 정도 떨어진 청담동이나 압구정동 쪽으로 가서 진료를 보는 것은 좀 너무 멀지 않나 싶어 보류하다가, 대학병원 전원 등도 알아보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어, 나 너무 무심한가?" 싶었다. 어쩜 나는 노산의 문턱에 있는 산모인데 내가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동네병원에 맡기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아직 나는 고위험 산모도 아니고, 지금 다니는 곳은 집에서 10분이면 가는데 싶은 생각에 전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완전 말기에 치닫으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강남으로 차를 끌고 가고 싶은 생각도, 대학병원에서 웨이팅을 하고 싶은 생각도 아직은 없다.


2. 만삭촬영, 본아트, 50일 촬영

남편이 예약을 해둔 산후조리원과 연계된 스튜디오에서 만삭촬영, 본아트 (태어나자마자 찍는 사진), 50일 촬영을 무료로 해준다고 연락이 왔다. 스튜디오 계정에 들어가니 정말 사진들이 다 너무 똑같고 매력적이지 않아서 싫었다. 공짜라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지 않았고, 내가 그곳을 가기 위해 들이는 리소스 (시간, 에너지 등) 대비 결과물이 만족스러울까 가 의문이었다. 가서 또 앨범이나 원본을 받으시려면 추가 금액을 얼마 내셔라 라는 말을 들을 생각을 하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과연 본아트나 50일 사진을 크면서 내가 몇 번이나 볼까? 나는 과감하게 해당 스튜디오에 진행하지 않겠다고 연락을 했고 담당 실장님은 나를 오랫동안 회유 후 며칠 뒤에 또 전화까지 주셨지만, 모두가 찍으니 꼭 해야 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 자체가 싫었다. 특히 무료란 이유로.


3. 유모차

나는 커다란 물건들은 웬만하면 당근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다. 아직까지는 분유제조기, 분유소독기, 바운서 등을 당근을 했고 친한 지인으로부터 침대와 기저귀 갈이대를 받았으며, 또 다른 친한 지인으로부터 아기띠, 분유포트 등을 나눔 받기로 했다. 하지만 알뜰하고 지혜롭게 당근을 하겠다는 다짐과는 달리 당근 앱을 잘 확인을 안 해 중요한 알림을 놓치기 일쑤였고 (나는 하루 일과 대부분을 방해금지 모드로 해놔서, 전화 오는 것 외에 알람을 안 본다) 당근의 세계들은 생각 이상으로 고수가 많아서 나는 종종 뒷북을 치기 마련이었다. 여하간 내가 그렇게 "당근 알림"을 받게 된 아이템 중에 하나는 절충형 유모차인 부가부 비 6였는데, 이유는 딱 하나였다. 내가 신뢰하는 육아선배가 부가부 비 6를 쓴다고 했고, 설날에 만난 사촌오빠와 새언니도 부가부를 쓴다고 하니까였다. 음, 내가 봤을 때 육아를 잘 하는 분들이 잘 쓰니까 편하겠군이라는 생각. 주변에 잉글레시나 일렉타를 추천해 준 지인들도 몇 분 계시는데, 남편과 마실차 간 백화점들에는 스토케와 부가부 밖에 없었다. 여하간 내 나름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있는 사이, 백화점에서 육아용품의 세계를 영접한 남편은 무조건 스토케에 디럭스 유모차, 심지어 금장을 휘두른 리미티드 에디션을 사겠다고 했다. 가격은 이것저것 추가하면 300만 원이 좀 안된다. 웬만하면 내 말을 듣는 남편이 유모차에 있어서는 절대 의견을 굽히지 않았고, 오래 쓰지도 못할 디럭스 유모차를 단기간이라도 꼭 쓰겠다며, 심지어 리미티드 에디션을 사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아니, 우리 아기가 한참 디럭스를 타야 할 때는 여름일 텐데 과연 저걸 끌고 나갈까?라는 의구심과 함께 남편을 계속 설득했지만 아직 우리의 결론은 나지 않았고 휴전상태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 유모차를 사게 될까?



어쩜 결혼준비나 출산, 육아뿐만 아니라 우리가 매일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에서 보는 것은 나도 모르는 FOMO를 야금야금 자극하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잘 지내다가도 문득 해외여행을 가고 싶게 만들고, 굳이 필요 없는 물건도 갑자기 사게 만드는 사방의 자극제들을 보며 결국 우리는 그러한 유혹에 휘말리지 않고 각자의 기준에 우선순위에 맞춰서 줏대 있는 삶을 살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올해 교육열이 뜨거운 곳으로 이사를 갈 예정이다. 부디 나의 다짐이 그 곳에서도 유지되길 바란다.)


여담이지만 최근에 누군가가 한 목걸이를 보고 너무 예뻐서 나 역시 따라 산 것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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