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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르마이 Sep 14. 2023

3. (자유) 학습은 즐거움이다

퀴즈 놀이와 호기심

의식적으로 기쁘고 즐겁고 호기심이 가득한 상태를 유지하라.  _마지막 몰입(짐 퀵)



"퀴즈 카드 업(up)!"


쌍둥이는 이 말에 신나서 거실 소파에 뛰어오릅니다.

저는 거실 바닥에 앉아서 소파 양쪽 끝에 각각 앉은 쌍둥이를 올려다보며 미리 준비한 퀴즈 카드를 꺼냅니다.


"자! 첫 번째 문제입니다."


쌍둥이가 다섯 살 무렵입니다.

쌍둥이와 간단한 퀴즈 놀이를 준비하고 '퀴즈 카드 업'이라는 이름을 즉흥적으로 지었습니다. 쌍둥이는 한두 번 퀴즈 놀이를 하고 나서 이 시간을 기다리고 신나게 즐겼습니다.


쌍둥이는 마치 100m 달리기 준비 자세처럼 잔뜩 기대에 찬 모습으로 퀴즈를 기다립니다. 재빨리 자기 구호를 외친 사람에게 먼저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ㅣ 퀴즈 놀이는 승부욕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쌍둥이 수준에 맞는 쉽고 간단한 문제를 내고 풀면서 아이들의 성향도 알게 됩니다. 쌍둥이는 같이 태어났지만, 딸이 발달과 성숙이 빨랐습니다. 서로를 이기려는 마음은 비슷하지만, 승부욕은 아들이 훨씬 강합니다. 


아들은 어떻게든 이기려는 마음이 앞섭니다. 아들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화를 내기도 합니다. 퀴즈 놀이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기회가 됩니다.


퀴즈 놀이는 지식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도 키워줍니다. 한 문제라도 더 맞히려고 경쟁하면서 퀴즈에 나올 문제를 예측하려 합니다. 퀴즈 문제로 나올만한 문제를 찾아보려고 백과사전이나 책을 들춰보게 됩니다.


퀴즈를 준비할 때 아이들의 수준을 고려합니다. 아이들이 알만한 일상적인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소재가 떨어지면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백과사전이나 쌍둥이가 보고 있는 책을 참고합니다.


문제의 난이도를 항상 쌍둥이 수준에 맞추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어려워서 못 맞출 때는 퀴즈 놀이의 재미를 더해주는 힌트를 줍니다. 힌트를 잘 들으려는 쌍둥이의 눈은 초롱초롱 빛납니다. 힌트는 점점 쉬워집니다. 쌍둥이는 힌트가 더해질 때마다 먼저 구호를 외치려고 준비합니다.


퀴즈 놀이는 규칙과 기회의 소중함을 알게 합니다. 처음에는 제한 없이 정답을 말할 기회가 주어지지만, 공정하게 진행하기 위해 틀리면 순서가 상대방에게 넘어가는 규칙을 추가합니다.


 놀이는 과열되지 않도록 조절한다


아이들은 퀴즈 '놀이'이지만 지는 걸 싫어합니다. 과열이 되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진정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발달과 성장이 좀 늦은 아들보다 딸이 이기는 경우가 너무 많아지면, 아들도 이길 기회를 주어야 했습니다. 너무 티가 나지 않게 아들이 이길 기회를 줍니다. 그러나 이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아들이 퀴즈를 이기를 횟수가 줄어들어 낙담하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됐을 때 퀴즈 놀이는 중단했습니다. 쌍둥이에게 자연스러운 학습 의욕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쌍둥이의 감정이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퀴즈 카드놀이의 핵심을 눈치채셨나요? 핵심은 공부가 즐거운 놀이가 된다는 것입니다. 세상이나 사물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퀴즈를 맞힐 가능성이 커지고, 퀴즈를 먼저 맞추면 이기는 즐거움을 느낍니다. 더 즐거움을 자주 많이 느끼기 위해 공부하게 됩니다.


부작용도 있습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상대와 경쟁과 이기는 즐거움에 노출됩니다. 졌을 때 낙담해서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마음은 깨지기 쉬운 유리와 같이 여리기 때문입니다.


경쟁은 양면성을 지닙니다. 세상은 건전한 경쟁을 통해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 갑니다. 다만, 경쟁에서 낙오될 경우에도 인생에서는 낙오하지 않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사회로 본다면 패자부활이 가능한 사회시스템입니다.


어느 날 아들이 기쁜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여섯 살 무렵 영어 유치원에서 개최한 단어 퀴즈대회에서 1등 트로피를 받아왔습니다. 아마도 모두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아들의 순발력이 크게 좌우했을 듯합니다. 


아들은 '퀴즈 카드 업' 놀이할 때도 순발력만큼은 뒤지지 않았었습니다.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린 결과이고, 퀴즈 풀이를 미리 해본 것과 안 해본 것은 차이가 있었을 것입니다.


아들은 대학생이 된 지금도 승부를 좋아합니다. 게임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이 하는 건 이른 나이에 승부욕을 너무 일찍 자극해서 그런 건 아닌가 하는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부작용이 전혀 없는 약은 없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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