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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르마이 Oct 16. 2023

15. (자유) 공부가 부담이 되지 않게 한다

자녀를 부모의 자랑으로 삼지 않기

무엇 때문에 그 모든 일들을 해내야만 했는가?  _수레바퀴 아래서(헤르만 헤세) 



"내가 이렇게 기쁜데, 너는 얼마나 더 기쁘니?"


이 멘트는 자녀 교육 TV 프로그램에서 강사가 알려준 자녀를 칭찬하는 요령입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왔을 때 이렇게 기쁨을 표현해 주면 좋다고 합니다. 


아이가 좋은 성적을 받아 와서 기쁘고 자랑스러운 건 아이이지 부모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아이의 성취를 아이의 것으로 돌려주자는 취지에 공감이 갑니다. 


ㅣ 죄책감에 빠진 학생과 부모들


부모가 아이의 성취를 자신의 자랑으로 삼으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자랑은 양면성이 있습니다. 성취도가 높은 경우 아이는 한껏 자신감과 자부심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항상 잘할 수만은 없습니다. 


아이가 조금만 삐걱하더라도 주위에 자랑해 온 부모는 마치 자신이 큰 실패라도 한 것처럼 아이와 함께 낙담합니다. 부끄러운 마음이 들고 위축됩니다. 아이는 부모뿐만 아니라 주위의 기대감이라는 무게가 더해져서 감당하기 힘들어집니다.


부모가 아이의 성취에 일희일비하게 되면, 결국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동일시하게 됩니다. 동일시하게 되면 아이에게 위안이나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성취가 낮을 때 정서적으로 미성숙하기 때문에 부모를 의식하게 됩니다. 아이가 부모보다 심리적 타격이나 훨씬 클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심리학자인 허태균 교수는 책 <<어쩌다 한국인>>에서 한국인만의 독특한 심리를 분석해서 들려줍니다. 허태균 교수는 한국 부모들이 노력에 집착한다고 합니다. 부모가 자녀의 성적이 높거나 낮은 원인을 찾으려 하는 것은, 자녀의 행동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녀의 성적을 통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합니다. 조금 긴 내용이지만 인용합니다.


>> “너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아서 그래. 하기만 하면 잘할 텐데, 도대체 하지 않는 이유는 뭐니?”


이 말이 진실일 수 있을까? 물론 어떤 분야에서도 노력하지 않는 경우보다 노력하는 경우가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 하지만 현실은 부모의 말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노력하는 학생들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성적을 달성하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은 기대와 먼 그저 그런 성적과 그냥 그런 인생을 살게 된다.


그런데도 왜 우리의 부모들은 한결같이 노력을 강조할까? 부모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모든 성공과 실패를 노력의 결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공부, 사업, 취업, 심지어 결혼까지 대부분의 인생사에서 성공은 부단한 노력과 힘든 역경을 꾸준히 이겨낸 결과라고 얘기하고, 실패는 그런 노력의 부족으로 해석한다. (...)


우리가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어디서 찾고, 그 원인이 우리의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보면, 우리 부모들과 한국 사회가 왜 그렇게 노력에 집착하는지 명확해진다. 


바로 자녀들과 국민들이 실패를 자신의 탓으로 받아들이고 절대 포기하지 않으며,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해보면서 끊임없이 노력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자신은 능력은 안 된다고 줄기차게 울부짖는 자녀에게 "아니야. 이건 절대 능력 때문도 운 때문도 아니야. 노력이 부족해서 그래.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애정이 어린 격려처럼 들리는 말이 실제로 그들에게 어떤 현실적인 의미가 있으며, 또 얼마나 도움이 될까? 그게 과연 결과적으로 그들을 위하는 걸까? 혹시 자녀가 실제로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상관없이 그냥 부모의 만족을 위한 게 아닐까? (...)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능력이 아닌 노력에 귀인 되고,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질수록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을 때, 그 책임은 모두 자신이 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심리 때문에 우리의 많은 청소년들과 학부모들은 죄책감에 빠져 산다. '내가 더 많이 노력했어야 하는데', '사교육을 조금만 더 시켰더라면, 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최선을 다하지 않은 자신을 탓한다. >>  _어쩌다 한국인(허태균)


이 구절은 한국인의 특성 중에서 심정 중심주의 사례에 해당합니다. 노력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나 교육의 문제점을 분석한 내용의 일부입니다. 이 내용 중에 '부모의 만족을 위한 게 아닐까?'와 '우리의 많은 청소년과 학부모들이 죄책감에 빠져 산다'라는 말이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보여 주는 듯합니다.


아이의 학업 성취도는 아이의 몫으로 남겨둔다면 아이도 부모도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방향만 제시하고 지원해 줄 뿐, 아이의 성취도에 따라 감정적 동요를 겪거나 죄책감에 빠져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공부와 성취는 아이의 몫일뿐


아이는 부모를 기쁘게 해야 한다거나 실망시켜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눈치를 안 봐도 될 때, 마음이 편해지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공부에 온전히 집중해야만 성적도 오릅니다. 아이의 기쁨과 낙담은 아이의 몫입니다.


아이의 성취가 부모의 만족이나 기쁨이 되는 순간, 아이는 부담감을 내려놓지 못합니다. 부모의 지나친 기대는 올라가는 상승작용에 힘을 실어주지만, 내려갈 때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아이 스스로 추스르고 올라오게 할 힘을 잃게 합니다.


아이가 부모의 자랑이 되게 하지 않아야 합니다. 또 아이가 부모의 죄책감을 떠안도록 하지 말아야 합니다. 부모는 부모로서, 아이는 아이로서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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