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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르마이 Oct 17. 2023

16. (책임) 세상은 공평하다

얻은 것과 잃은 것

'나뿐'인 성공은 나쁜 성공이다.  _용인술(김성회)



최근에도 가끔 인사를 받습니다. 쌍둥이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된 분들이 건네오는 축하 인사입니다. 좋은 소식을 왜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느냐고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쌍둥이 성취를 일부러 드러내서 자랑하지 않는 이유 저의 내향적인 성향과 자기 검열 때문입니다. 성취의 이면에 있는 그늘도 함께 보여주는 것이 옳다는 양심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나는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 온 것인가?' 하고 자문하곤 합니다. 현재 쌍둥이와의 관계 원만하지 않은 것도 자랑을 조심스러워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가정에서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가장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글을 쓰면서 돌아보니, 저는 가정보다 직장을 우선하는 삶을 살아왔만, 어느 순간부터 직장에서 성취보다 가족을 우선하는 선택을 한 면도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ㅣ  가족보다 우선이었던 시간


저는 20년이 넘는 회사 생활 대부분의 기간을 일 중독자처럼 살았습니다. 회사의 근무 환경도 있었지만, 저의 개인적 성향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정서적 결핍을 채우기 위해 사랑과 인정을 외부에서 갈구했던 듯합니다. 사랑과 인정 회사에서 일이라는 수단으로 충족되었습니다. 일에 몰두했던 시기에는 그런 줄도 모르고 지나왔습니다.


저는 능력은 부족했지만, 다른 직원들보다 많은 시간을 일에 투자해서 더 인정받는 게 가능했습니다. 업무시간에 일을 끝마치지 못하면 야근하거나 휴일에 회사에 나가는 걸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편이 쉬는 것보다 마음이 편했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른 보상은 조기 승진과 같은 방법으로 주어졌습니다. 


회사 내에서 승진과 같은 개인적 성취를 위해서는 지방 본사에서 가족과 떨어져서 계속 근무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던 중 본사에서 상사와의 갈등도 있고 해서, 그때에 맞춰서 가족과 중요한 시기를 함께 보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개인적인 성취에서 한 발 물러나서 가정적인 삶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시기에 가족과 함께한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는 전국 사업장으로 간부가 수도권에 근무할 수 있는 자리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간부는 순환 근무가 원칙이라서 2~3년에 한 번은 근무 부서 또는 지역을 옮겨야 합니다. 집에서 회사로 출퇴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도, 오래 유지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저는 다행히 쌍둥이 학창 시절에 가장 중요한 시기였던,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기간에,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쌍둥이가 학원을 가장 많이 다녔습니다.


저는 주중에 딸아이가 밤늦게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나, 학원을 오가는 길에 차를 태워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내가 제 역할을 대신해서 쌍둥이의 통학을 돕거나, 쌍둥이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차로 학교나 학원을 오갈 때, 딸이 차 뒷자리에 앉아서 목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졸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볼 때, 그나마 중요한 시기에 쌍둥이 통학을 도울 수 있는 근무 여건이 된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지금 여기에 만족하고 지나가자.  _라틴어 수업(한동일)


 얻은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가정적인 삶을 위해 포기한 것들은 돌아봤습니다. 저는 현재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거의 없습니다. 저의 그늘이지만 가족을 위한다는 변명의 관점으로 본다면, 가족을 위한 선택 중 하나입니다. 주중에 회사 위주로 생활하고 주말골프 같은 취미생활로 친구들과 어울렸다면, 주말에도 가족이 필요할 때 시간내기 어려웠을 듯합니다.


아이가 있는 가정은 가족을 동반해서 식사하거나 함께 나들이도 갑니다. 우리 가족도 가끔 다른 가족과 식사나 나들이를 가기도 했지만,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습니다. 다른 가족과 함께 식사하거나 캠핑하는 등 여가를 즐기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고 추억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가끔은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시간을 내야 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가족 중에서 누군가 이런 활동을 좋아하지 않아도 함께 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약간의 희생감수하게 됩니다. 아이가 학업에서 상위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가족 모두가 여가 시간을 최소화하고 학사일정에 모든 것을 맞춰야 한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성취의 이면에는 분명 잃는 것도 있습니다. 우리는 대개 얻은 것을 보여주고, 보는 이들도 주로 얻은 것을 보면서 부러워하거나 질투합니다.


성취의 크기는 특이하거나 특별한 정도와 비례한 듯합니다. 평범함 속에서 도드라지는 성취를 한 경우, 성취한 사람이나 환경이 평범했다고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누군가를 부러워하거나 상대적 박탈감을 갖는 것은 성취의 표면만 보는 것입니다. 모두 그 나름대로 노력과 희생이 있습니다. 남과 나를 비교하면서 부러워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자신에게 집중하며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게 낫습니다.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목표를 정하고 집중해야 합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간이든 에너지든 무언가는 제대로 투자해야 합니다. 잃는 것을 감수하면서 노력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까지 하느냐는 개인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얻는 것이 있으면 그만큼 잃는 것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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