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온 전화 한 통.

새삼스레 깨달은 일상의 소중함.

by Erebus


나른한 토요일 주말 오후였다. 재택근무로 인해 평일에는 전혀 집 밖 출입을 하지 않았음에도 워낙 더운 날씨 때문인지 나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 저녁이 되어 오늘 하루도 조용히 지나가겠거니 싶었는데 갑작스레 내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


오랜만에 온 친구의 반가운 연락. 그저 안부전화겠거니 하고 받았는데 다짜고짜 지금 네가 사는 동네에 와 있으니 밥을 사달라는 연락이었다. 다행히 아직 저녁을 먹기 전이었으나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던 나는 조금 당황하면서 계획을 세우고 말았다.


일단 처음은 식당을 고르고 머리를 감고 옷을 입는 시간들을 계산했다. 동네에 사는 주민이라 할 지라도 갑작스레 식사를 할 식당을 정하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일이다. 거기다 친구가 정해준 한식집은 동네에 많이 있지도 않은 메뉴였다. 우여곡절 끝에 서너 번 가 본 집을 가기로 했다.


솔직히 밖은 매우 더웠고, 나갈 생각도 없었어서 거절하려면 충분히 거절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일단 친구가 자의든 타의든 내 동네에 와 있으며, 오죽 배가 고팠으면 내게 연락을 다 했을까 하는 생각과 근래에 들어 다른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특별한 용무가 없는 이상 코시국의 집콕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요즘의 나는 그냥 친구든 누구든 사람이 고팠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들어오는 열풍에 바로 후회하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친구를 만나 일상의 대화들을 나누며 웃고 떠들고 맛있게 밥을 먹고, 후식으로 알차게 커피와 디저트를 먹었다. 그러면서 문득 든 생각이, 코로나 이전엔 이게 아주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이었는데. 이렇게 너와 함께 밥을 먹고 있으니 새삼스럽기도 하고,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주말은 얼마만의 주말이었는지. 친구와 나는 작년 10월경에 얼굴을 보고 그 뒤로 카톡은 종종 하긴 했어도 직접적으로 대면한 것은 거의 10개월 만의 일이었다. 요새는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누군가에게 연락해서 만나자고 하는 이야기가 매우 조심스럽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될까 봐. 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서 참아내고 있었다.


계속되는 집콕 생활에 나 역시도 사람인지라 조금 지쳐가고 있었고. 리프레시할 무언가가 필요하긴 했다. 사람을 만나 오랜만에 온기를 느끼니 아, 이거지. 이게 사람 사는 거지. 했다.


다가오는 연휴, 오랜만에 친구들에게도 연락 한 번 해봐야겠다. 화상으로라도 좋으니 얼굴 한번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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