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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두요정 Mar 05. 2019

지치면 쉬는 거야!

그것 말고 또 무슨 이유가 필요해?

 한 남자가 뛰기 시작한다. 남자는 미국 전역을 돌며 달리기를 이어간다. 사람들은 그가 세계 평화를 위해 달린다고 했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달린다고도 했다. 남자는 긴 시간 동안 말없이 달리기만 했다. 그런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도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달리기를 이어간 지 3년 2개월 14일 16시간. 남자는 갑자기 달리기를 멈춘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 왔던 달리기의 종결을 알린다.


“난 많이 지쳤어요. 이제 집에 가야겠어요.”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는 어느 날 ‘뛰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뛰기 시작한다. 그의 달리기에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댄 것은 그의 달리기를 지켜본 주변 사람들의 추측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쳤다’는 이유 하나로 달리기를 마친다.


 시작의 이유도 마침의 이유도 참 싱겁다. 그런데 그런 싱거움이 왠지 모르게 끌린다. 온갖 조미료를 부어 만든 음식들과는 다른,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린 음식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특별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많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힘들면 쉬는 거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일이라면 간단한 이유로 시작과 끝을 알려도 딱히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간단한 이유를 들어 내 행동을 합리화시키는 게 어려워졌다. 그럴싸한 이유를 들어 내 행동을 합리화하고, 그런 방식에 익숙해져 더 자극적인 조미료 이유들을 만들어내곤 했다.


 과도한 조미료 사용은 재료 고유의 맛을 사라지게 하는 것처럼 그럴싸한 이유들을 만들어내느라, 삶의 이유를 잊고 있는 건 아닐지 되돌아보게 된다.


지치면 그냥 쉬는 거다.

그것 말고 어떤 이유가 더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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