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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Apr 27. 2024

엄마는 너를 위해

이 그림책은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들을 향한 엄마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그림책이다. 제목 또한 <엄마는 너를 위해> 다. 제목만 딱 보더라도 엄마가 아이를 위해 어떠한 것들을 해줄지 다짐들을 읊어낸 듯하다. 책 속의 모든 내용이 다 주옥같았지만 “네 잘못이 아니란다. 엄마 잘못도 아니야. “, ”엄마는 더 행복해질 거야. 너와 함께. “ 이 두 장면들에서 마음이 울컥했었다.


얼마 전, 서울에 있는 한 종합병원에서 아이의 발달종합검사를 시행했었고, 자폐스펙트럼이라는 결과를 전해 들었다. 결과를 듣는 순간, 어찌 보면 예상했던 결과였고, 올 것이 왔구나!라는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이었다. 오히려 이렇게 자폐스펙트럼이 맞다고 진단 결과를 들으니 묵혀있던 체증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 같았고 설명할 수 없던 어떤 것들이 다 설명되는 것 같아 명쾌했었다. 만 4년의 시간 동안 아들의 발달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건 엄마인 나였다. 그러나 언어치료센터나 다른 병원들에서 검사했던 결과를 들어보면 그동안에는 자폐스펙트럼은 아니라고 하면서 단순언어발달지연이라는 말에 일상생활에서 자폐스펙트럼이 조금은 의심이 됐었더라도 단순언어발달지연이라는 이 결과표를 더 믿고 싶었던 것 같았다.


현재 결과지가 자폐스펙트럼이라고 나왔다고 해서 아이에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지금 하고 있는 치료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고, 아이와 양질의 눈 맞춤과 소통을 하기 위해 나는 더욱더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결과를 듣고 난 후 가장 먼저 떠올랐던 그림책이 있었다. 꼭 읽어보고 싶었지만 잊고 있었던 그림책. 수개월 전 그림책모임에 나와 같은 아이의 발달 지연에 대한 아픔을 겪었던 엄마가 추천해 줬던 그림책이었어서 더욱더 기억에 남았던 그림책인 <엄마는 너를 위해>. 그때 모임 시간을 쪼개 직접 읽어주셨었는데 어찌나 울컥했던지. 나중에 꼭 읽어봐야지. 했었는데 일상생활을 하면서 잊고 있었다


이 책의 분홍색 그림책 표지는 엄마와 아이가 웃고 있는 아주 행복한 모습이었다. 앞면지에 비가 오는 듯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엄마가 처음 아이의 이상함을 감지했을 때의 느낌을 나타낸 것 같았다. 나 또한 몇 년 전 처음으로 아이의 발달지연 소견을 들었을 때 당시에는 마음이 너무 아파서 울기도 울었고, 왜 내 아이에게 이런 시련을 주신 걸까? 하늘에 원망을 하기도 했었고 내가 잘못 키워서 이렇게 된 것 같아 나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었으니까.

뒷면지를 보면 짐작건대 비가 개고 난 후 물 웅덩이가 생긴 모습을 그린 것 같은데 이는 아이의 상태를 인지하고 아이에게 어떻게 해줄지 나름의 실마리를 찾은 느낌이랄까. 나 또한 아들을 지켜보면서 안 되겠다 싶어 고민 끝에 다니던 일을 그만두고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아이에게 여러 자극을 주고 아이가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비록 속도가 많이 더디지만 아이는 그래도 아이 나름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음에 가슴이 벅차올랐고, 희망도 보였다.

이 책에는 아이가 엄마를 찾아오는 길로 노란색 길을 그려냈는데 노란색이 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하필 왜 노란색일까? 노란색은 자신감과 낙천적인 태도를 갖게 하고 상처를 회복시키는 효과를 주는 색이라고 한다. 명시성과 가독성이 높은 색이기도 해서 길을 잃어 헤맬 때 엄마를 찾아오라며 엄마를 찾아오는 길로 작가는 노란색을 그린 것 같았다.

내 인생 또한 이 책의 엄마처럼 아이가 있기 전과 있은 후,  두 파트로 나뉘게 된다. 아이가 생기고 난 후나는 아이의 발달 지체, 자폐스펙트럼이라는 진단을 통해 아이의 조그마한 성장에도 행복해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면서 상호텍스트로 자폐스펙트럼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인 <벽속에 사는 아이>와 <조금 특별한 아이> 그림책이 떠올랐다.

<조금 특별한 아이> 정민이가 사는 동네는 행동장애, 자폐증을 가진 정민이를 항상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사는 따뜻한 곳이었다. 정민이가 사고 아닌 사고를 치더라도 “정민이니까 괜찮아요 “ 하며 허허실실 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 이 책을 보면서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앞으로 살아가는 세상에 정민이가 사는 동네 같은 곳이 점점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의 장애에 대한 편견이 많이 나아지고 있는 듯해서 개인적으로는 조금이 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벽속에 사는 아이>를 보면서는 늘 벽속에만 있던 아이가 조금씩 벽을 뚫고 세상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는 스스로 벽을 허물게 될 날이 우리 아들에게도 올까?라는 아들에 대한 희망이 느껴졌다. 자폐스펙트럼 결과를 듣고 제일 먼저 의사 선생님께 여쭤봤던 건 “호전 여부”였었다. 얼마나 부모가 노력하느냐에 따라 당연히 좋아질 수 있다고 하셨던 의사 선생님. 벽속으로 들어갔던 아이가 엄마와 아빠의 노력으로 벽을 뚫고 자신의 의지로 세상을 향해 걸어 나온 것처럼 우리 아들도 머지않아 자신만의 벽을 스스로 허물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기를 나 또한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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