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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Apr 29. 2024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

이 그림책을 봤을 때 앞면지와 첫 페이지를 보고 나서 마음이 짠했다. 우리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멧돼지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가고 있는 듯해서. 삶의 터전을 잃은 멧돼지들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로 와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한 문장, 한 문장 명령조의 간결한 어조로 표현함으로써 더 명백하고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멧돼지가 살 곳을 찾기 위해 도시로 내려왔다. 간혹 뉴스에서도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에 멧돼지가 출몰했다는 뉴스속보를 봤던 적이 있었다. 멧돼지는 도시에 내려와 자신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찾으러 다니게 된다. 다른 동물들이 있는 동물병원을 탐색하기도 하고, 배고파서 음식물쓰레기통을 뒤적거리며 사람들이 버린 음식물쓰레기를 먹기도 하고 멧돼지를 잡으러 다니는 사람들로 하여금 잡히지 않기 위해 숨기도 하다가 결국 우리가 사는 한 집에 자리를 마련하게 된다. 자리를 잡고 나면 친구들을 초대하란 문장과 함께 뒤면지를 살펴보면 앞면지와 달리 엄청난 멧돼지들이 낭떠러지에 줄을 지어 서있는 것으로 끝이 났다.


이 책을 보기 전이나 다른 동물들의 멸종 위기와 관련된 그림책들을 봤을 때는 동물들이 갑자기 도시로 내려와 인간들을 해친다는 부끄러운 생각을 했었다. 나도 뉴스에서 간간히 멧돼지가 도시에 출몰했다는 소식을 봤을 때 가족들과 ‘헉, 어떻게? 빨리 잡아야 되는 거 아니야? 무서운데’라는 생각부터 들었었다. 오로지 우리 입장에서만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여러 책들을 보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들이 인간들의 터전인 도시로 내려온 것은 그들도 살고 싶었던 것이었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려왔던 것이었다. 마음이 짠했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상호텍스트로 몇 달 전 읽고, 북토크를 다녀왔었던 <장산범과 도토리> 그림책이 떠올랐다. 다람쥐의 겨울 식량인 도토리를 등산객들이 주워가면서 다람쥐는 자신의 식량을 뺏기고 있었다. 산속에서 식량을 뺏기는 게 싫었던 다람쥐는 다른 동물들을 괴롭혔고, 그러다가 전설의 동물 장산범을 만나게 됐다. 장산범에게 도토리만 지켜준다면 조용히 할 수 있다고 약속하게 되고, 장산범은 등산객들이 도토리를 가져가지 못하게끔 했다. 산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뒤면지에 산을 개발하고 있는 포클레인과 공사하는 사람들이 그려진 장면이 있었다. 장산범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우리들을 혼낼 차례였다.

이 책을 보면서 작가는 멧돼지들에게 쓴 이야기라고, 멧돼지들에게 바치는 책이라고 했지만 보면서 우리 사람에게 한 이야기인 듯 나 또한 와닿았다.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였지만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지침서였다고도 할까? 내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삶의 방향에 대한 내용들도 있었다. 동물과 사람은 서로 생김새만 달랐을 뿐 동물 또한 우리와 똑같이 말도 하고 감정도 느끼고 있었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동물들의 삶의 터전을 없애기 전에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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