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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May 15. 2024

나는 개다

이 그림책은 가족의 의미에 대해 일깨워 볼 수 있던 그림책이었다.


요즘 시대에는 워낙에 입양, 다문화 가족 이런 게 많아졌지만 우리는 예전 시대에는 단일민족이었고, 핏줄을 중시하는 사회에 살았다. 오죽하면 옛날 어른들은 뭐만 하면 “핏줄이라 그래, 핏줄이라 당기는 거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셨다. 이러한 말들을 한 번씩 들을 때마다 불편했었다. ‘그놈의 핏줄이 뭐길래!’


이 책의 주인공 구슬이는 개다. 구슬이는 슈퍼집 개인 방울이와 아빠는 누군지 모르는 개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책에 나온 가계도를 보니 얼굴만 겨우 알겠는 구슬이의 이복형제들이 참 많았다. 낳아놓고 정도 없이 바로 헤어지게 됐던 상황이었다. 구슬이는 동동이네 집으로 가게 되었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밤이 되었다. 구슬이가 짖자 아버지는 구슬이에게 조용히 하라 그랬다. 어쩔 수 없었다. 아버지는 잠을 자야 했고, 또 요즘시대에는 조금만 시끄러워도 서로 헐뜯고 심하게는 죽이기까지 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구슬이는 조용해졌고 그렇게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었다. 함께 사는 사람들이 나갈 때 자신도 밖으로 나가는 줄 알고 기대에 찼던 구슬이는 자신을 두고 다 나가자 혼자 집에 남아 사람들을 기다리며 무료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어진 산책시간. 구슬이는 할머니와 산책을 하면서 자신을 낳아준 엄마인 방울이와 맞닥뜨렸다. 그리고 유치원을 갔다 온 사람 가족인 동동이와도 맞닥뜨렸다. 구슬이는 과연 자신을 낳아준 엄마인 방울이에게 달려갔을까? 아니면 자신과 현재 함께 지내고 있는 동동이에게 달려갔을까? 구슬이의 선택은 바로 동동이였다. 이 선택이 주는 의미가 컸다.


구슬이와 동동이는 집에 와서 함께 과자를 먹고 침대에 널브러졌다. 갑자기 배가 아파진 구슬이는 그만 동동이 침대에 응가 실수를 하고 말았다. 이를 본 아버지는 구슬이를 크게 혼을 냈다. 그날 밤 구슬이는 짖지 못하고 조용히 침울하게 있었다. 그 모습이 걱정되어 밤에 자다가 구슬이에게 다가와서 구슬이를 끌어안고 자는 동동이의 모습에서 이야기가 끝이 났다. 구슬이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낳아준 방울이와 다른 개형제들보다 사람가족인 동동이네에 더 스며들고 있던 구슬이다.


“핏줄이 당긴다”는 말, “피가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 과연 맞는 말일까? 이 책을 보면서 꼭 낳기만 했다고 가족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요즘엔 낳고 그냥 무책임하게 버리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가? 함께 살을 부대끼고, 울고 웃으며 시간을 보내 생긴 정도 무시 못할 것 같다. 내가 만약 구슬이의 입장이었다면 나 또한 나를 낳아만 줬던 엄마보다 수십 년을 함께 보낸 가족들에게 더 애정이 생길 것 같다. 엄마의 이유가 어찌 됐든 말이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정, 없는 정 다 쌓아간다는 게 그래서 참 중요한 것 같다. 책 속에서 아버지와 할머니가 구슬이를 동동이와 다를 바 없이 대하는 모습에서 가족의 의미를 핏줄에 국한 지을 필요가 없었다.


남편이 둘째 이야기를 가끔씩 한다. 그때마다 나는 임신기간이 싫어서 남편에게 조심스레 입양 이야기를 꺼내봤었다. 동동이네처럼 나는 우리 아이처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남편은 그게 안될 것 같다고 했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차이는 있으니까 이해했다


이 책을 보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백희나작가는 가족의 사랑에 대한 그림책을 많이 그리고 썼다. 작가가 가족을 얼마나 사랑하고 가족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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