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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May 15. 2024

비 오니까 참 좋다!

도서관에 갔었다. 읽고 싶었던 그림책을 보면서 우연히 이 책의 책 등을 보게 되었는데 낯익은 이름이 보였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중 하나인 <행복한 질문>의 작가 오나리유코가 쓴 글이라고 했다. 다음날 비 예보도 있었겠다, 이 책을 대여해서 ’ 비 오는 날 보자 ‘ 하는 마음으로 빌려왔다.


그리고 비가 오길 기다렸다. 비가 쏟아지자 이 책을 펼쳤다.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제목에 참 충실하게 표지의 그림도 비를 충분히 즐기고 있는 해맑은 아이의 모습을 표현했다. 앞표지와 뒤표지를 연결해서 보면 엄마에게 우산과 신발을 맡기고 맨발로 첨벙첨벙 해맑은 표정으로 달려가는 아이를 보면서 동심의 힘은 위대했다. 또한 저렇게 할 수 있던 아이의 순수함 또한 부러웠다. 나는 비를 봐도  저렇게 우산과 신발을 내팽개치며 뛰쳐나가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렇게 하면 옷이 다 젖을 테니 안돼’ , ‘비 맞으면 감기 걸려서 안돼’ 이렇게 한번 더 생각하고 주춤하게 되는 나 자신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 아이가 부러웠다. 비를 보고 비를 맞으며 뛰쳐나갈 수 있던 용기.


덥고 화창했던 어느 날, 갑자기 하늘의 구름이 시커메지더니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자 하늘냄새, 땅 냄새가 났다. 나는 예전에 친구가 비 오는 날 비냄새가 난다고 하면 이해를 못 했었다. 무슨 비에서 냄새가 나냐며 그녀에게 뭐라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 그녀가 말했던 비냄새가 뭔지 알 것 같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느껴지는 습한 공기의 냄새. 흙냄새, 풀냄새가 났다. 그리고 우산을 향해 공격하는 빗소리. 우산에 똑똑 떨어지는 맑고 둔탁한 빗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소리치면 비는 더더욱 “맛 좀 봐라”라는 마음으로 장대비를 뿌려댔다. 첨벙첨벙 비를 즐겼다. 나는 비 오는 날이면 우비와 장화를 챙겨 입는 우리 아이에게도 비가 많이 와서 물 웅덩이가 생기고 일부러 그쪽으로 끌고 가 첨벙첨벙해 보라고 유도한다. 그러면 아이는 물 웅덩이로 다가가 폴짝 뛰면 사방에 물이 튀게 된다. ’ 옷에 튀면 어때? 옷은 세탁하면 그만이지?‘라는 마음으로 이렇게 아이와 신나게 놀면 아이의 얼굴에 어느새 함박웃음이 지어진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었을 때 아이가 그런 추억들이 생각이 났는지 비 맞으면서 노는 부분에서 우리 아이도 해맑게 웃었다. 우리 아이는 아직 우산을 스스로 쓰려하지 않아 우비를 입고 비를 맞는 부분에서 이 아이와 많이 비슷함을 느꼈다. 그렇게 비와 신나게 놀다 보니 비가 그쳤다. 비가 그치고 맑게 갠 하늘. 나 또한 이 책 속의 아이처럼 하늘에 대고 속삭였다. 다음에 와서 또 놀자고.


나는 어렸을 때부터 비 오는 날을 좋아했고 지금까지도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이 그림책은 비 오는 날의 풍경을 그대로 담은 그림책이었다. 보면서 정말 비 오는 날 내가 느끼는, 내가 하고 싶던 천진난만한 모습과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게 잘 표현해 준 그림책이었다. 비가 오자 우산을 쓰면 우산에서 들리는 빗소리, 장화를 신고 일부러 물 웅덩이로 달려가 첨벙첨벙 물 튀기는 놀이, 모두 나 자신이 해맑아지는 순간들, 동심으로 돌아가는 순간들이었다. 특히 비 오는 날의 우산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 듣는 걸 좋아하고 창문에 맺힌 빗방울을 보는 걸 좋아하는 나. 내일이면 비가 그칠 거란 생각에 벌써부터 아쉬운 밤이다.


이 책의 맨 뒷장을 보면 목욕을 하면서 화장실에서 샤워기를 비라고 여기고 우산을 피고 욕조에 앉아 있는 아이의 모습이 나온다. 이 장면을 보자마자 아이와 함께 하고 싶은 놀이로 추가했다. 물론 욕조의 앉기까지가 숙제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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