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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May 19. 2024

넌 토끼가 아니야

“토끼 나라 토끼들의 첫 번째 모임이 열립니다. 꼭 참석해 주세요.”라는 초대장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그림책은 지난 <북스타트 책꾸러미> 사업에서 우리 아이의 개월 수 선정도서로 받게 된 그림책이었다. 책을 펼치기 전에는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했는데 이리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을 줄이야. 요즘 시대에 꼭 읽어볼 필요가 있는 그림책이었다.


흰 토끼들이 토끼들의 첫 번째 모임을 가기 위해 색색깔의 배낭을 메고 설레는 마음으로 모였다. 그들은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출발을 했다.


“(중략) 토끼라면 흰 토끼. 눈처럼 하얀 털은 누구나 좋아한다네.”

그렇게 노래를 부르며 가고 있는데 밤색토끼들을 보게 됐던 흰 토끼들. 그리고 더 나아가 길을 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검정토끼들을 보게 되었다. 검정토끼들은 흰 토끼들을 보자 먼저 인사를 하기도 했다. 흰토끼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보지 못했던 처음 보는 털 색깔이 다른 토끼들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흰 토끼들이 잠시 연못에 앉아 휴식시간을 보내며 각자 가져온 당근과 상추를 꺼내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른 털 색깔의 토끼들 또한 휴식을 취하면서 당근과 상추를 꺼내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흰토끼들은 자신들만 먹는 줄 알았던 당근과 상추를 다른 털 색깔이 다른 토끼들도 똑같이 먹자 놀랐었다. 먹고 나서 흰토끼들은 똥을 싸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른 토끼들도 똥까지 똑같이 싸자 흰토끼들은 “우리랑 털색깔만 다르고 다른 건 다 똑같네?”라고 서로 수군거렸다.


다시 모임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길을 나선 흰토끼들은 이번에는 점박이 토끼들을 만나게 되었다. 밤색, 검은색 토끼도 모자라 점박이 토끼라니. 실망을 한 흰토끼들은 토끼들의 모임에 가지 않고 다시 돌아갈까도 생각을 했었다. 실망을 하긴 했지만 흰토끼들은 자신들만 토끼라는 생각에 흰 토끼들이 많이 있기를 바라면서 모임장소로 다시 향했다.


모임장소에 도착한 흰 토끼들. 각양각색의 토끼들을 보며 처음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너흰 토끼가 아니야!”라고 이야기를 하려고도 했었다. 그러나 먼저 다가와 인사해 주고 말을 걸어주는 각양각색의 토끼들 덕에 흰토끼들도 자신들 뿐만 아니라 세상에는 다양한 색깔의 토끼들이 존재한다는 점, 단지 색깔만 다르다는 점을 느끼고 화합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흰토끼들은 돌아가는 길에 두 눈을 반짝이며 모두 모임에 참석하길 잘했다는 이야기를 서로가 했다. 처음에는 본인들만이 토끼라며 털 색깔이 다른 것에 대해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흰 토끼들이 나중에 털색깔만 다른 것뿐이지 모두 다 같은 토끼라고 인정하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 그림책이 요즘 같은 다문화 시대에 문화적 차이를 다시 생각해 보고 이해할 수 있게 해 준 그림책이었다.


처음에 초대장을 받고 토끼들의 모임을 갈 때의 노래와 토끼들의 모임을 다녀와서 다양한 토끼들을 만나보고 돌아가는 길의 노래가 바뀐 점도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인 것 같아 눈에 띄었다.

처음에 제목과 표지만 봤을 때는 알록달록한 그림책, 가볍게 볼 수 있는 그림책으로만 생각을 했었다. 딱히 별 생각이 없었다. 오늘 딱 자리 잡고 보는데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지구촌, 다문화, 인종차별 등의 사회적 이슈가 생각이 났었다. 대표적으로 흰 토끼는 백인, 밤색토끼는 우리 같은 황인, 검은 토끼는 흑인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색깔의 토끼들은 눈과 입이 있는데 왜 하필 검은 토끼에는 눈과 입을 그리지 않았던 걸까? 검은색이라 안 보여서라고 한다면 하얀색으로라도 그려 넣었으면 했는데 이 부분도 흑인들을 대하는 사회적 태도가 반영된 것 같아 책을 보면서 참 안타까웠다.


자신들이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백인들을 흰 토끼에 빗댄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래도 요즘은 세계화, 지구촌마을이라는 단어들을 통해 각자 사는 곳에 따라 서로 피부색깔만 다를 뿐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옷을 입고 살아가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인식도 생겼다. 서로 간의 여행이 자유로워지고, 세계 청년대회 같은 전 세계인들이 함께 모이는 행사들도 많아 표면적으로는 인종차별이 많이 없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일부 백인들 사이에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나 행동들을 했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마음이 좋지 않다. 나 또한 여행을 다니면서 종종 겪어보기도 했었다.


왜 하필 작가는 다른 많은 동물들 중에 하필 토끼에 빗대어 이 이야기를 표현했을까? 궁금했다. 피부색뿐만 아니라 점박이 토끼 같은 알록달록한 토끼들을 보면서 각자의 개성도 존중해줘야 한다는 메시지도 봤다. 피부색만 다를 뿐 모두 다 같은 토끼인 것처럼 우리 또한 피부색만 다를 뿐 똑같이 먹고, 똑같이 싸고, 똑같이 입는 다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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