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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May 23. 2024

길 떠나는 너에게

이 책의 작가는 말한다. 새로운 선택과 도전을 위해길 떠나는 아들에게.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모든 아이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담아 이 책을 썼다고. 이 책을 보면서 나는 내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가 생각이 났다. 결혼도 어찌 보면, 인생을 살아가는데 새로운 선택과 도전이 아닌가. 결혼을 결심했을 때,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가정을 꾸린 내게 엄마가 해주는 말인 것 같아 참 따뜻하고 뭉클했던 그림책이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언제든지 엄마에게 말해”라고 하시는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던 그림책이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필사하고 싶어 필사한 그림책.

노랑노랑한 표지는 따뜻한 봄 햇살이 완연한 요즘 펼치고 싶은 그림책이었다. 아들에게 썼다고 하는 속지를 보면 신발끈을 단단히 묶고 길 위에 막 오르려는 아들의 모습이 당차 보였다. 나도 세상을 향해 걷기 시작할 때 이리 당찼던 모습을 할 때가 있었는데 말이었다.


부모님의 곁을 떠나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가정을 꾸린 나는 잘 살아보려고 애쓰고 있지만 참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정말 다 그만두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숨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그러다가도 생각나는 건 결국 가족이었다. 살면서 느낀 건 내가 한발 물러서면 행복할 수 있었다는 것. 이걸 깨달은 지는 그리 오래지 않았다.


성격이 너무 다른 우리 부부. 그래서인지 서로 많이 싸우기도 하고 상처도 줬었다. 남편과 참 많이도 삐걱거렸다. 그런데 최근에 병원에서 아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로 나의 그동안의 말과 행동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나와 남편의 좋지 못했던 모습이 고스란히 아이에게 영향을 끼친 것 같아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 남편에게 “우리 정말 잘 지내보자”라고 했었다. 세상이 우릴 버린 것 아니냐며 원망하는 남편에게 우리 아이, 앞으로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희망을 줬다. 나도 많이 힘들고 무너지고 싶은 때가 있었지만 나는 괜찮다고 나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참 감사하게도 이 책에 나오는 아이의 길 위에서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가는 길 옆에는 사람들이 내 길 위로 함께 걷기 시작했다.


이들은 내가 가고 있는 지금 이 길 위가 맞는 건지 고민하고 힘들어할 때마다 올바르게 가고 있다고, 힘내라며 함께 걷자고 다독여주고 있었다. 사람들마다 저마다의 성장 속도가 있는 거라며 멈추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성장하고 있다면 그걸로 된 거라고 해주는 사람들. 어차피 사람 사는 거 혼자 사는 거라고 생각을 많이 했었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건 창피한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한다.


“도움을 청하는 것도 받는 것도 용기”라고.


얼마 전부터 나도 모르게 참 많이 도움을 요청한다. 예전에는 도움을 요청한다는 걸 자존심 상하고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살면서 도움을 요청해 보니 정말 도움을 요청한다는 건 부끄러운 걸 해야 하는 것이기에 용기가 따르는 것이었다.


요즘엔 내 길 위에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어 더 내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지치고 힘들 때 함께 걸으며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 이 사람들과 함께라 힘든 일에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의 인생에는 살아가는데 더 힘든 순간들이 많이 있겠지만 지금 내 인생의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이겨나가보려 한다.


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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