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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May 25. 2024

3초 다이빙

“하지만 난 이기고 싶지 않아. 왜냐하면 누군가는 꼭 져야 하니까”


자존감이 낮은 이들에게 자존감지킴이로 선물해주고 싶은 그림책. 우리는 늘 1등을 해야 인정받고, 뭐든 빨리빨리 해야 살아남는 그런 경쟁사회에 살고 있다. 그런 삶 속에서 이 책의 주인공은 자신은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느리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자신이 응원하는 스포츠 팀조차 경기에서 졌다. 태권도 사범님은 돌려차기 한방이면 이길 수 있다고, 이기는 방법을 전수해 주셨다. 그러나 주인공은 말했다. 자신은 이기고 싶지 않다고.


대신 그가 선택한 것은 바로 다이빙. 3을 세면 모두가 똑같이 뛰어내린다. 똑같이 뛰어내리고 난 후 다 같이 웃을 수 있다. 잘하는 게 없다고 했던 주인공도 잘하는 게 있었다.  바로 다이빙이었다.


이 책을 처음 만났던 건 그림책필사모임을 진행하는 작은 서점에서였다. 그림책을 펼쳐보니 마지막에 뛰어내린 장면에서 이렇게 예쁜 사과모양의 포스트잇으로 “다이빙을 잘하잖아”라고 쓰여있었는데, 이건 책을 봤던 누군가가 이렇게 한 걸까? 아니면, 그림의 손짓도 그렇고 작가가 의도한 것이었을까? 살 땐 없었던 것 같았는데 신기했다.

이 책의 주인공을 보는데 나는 우리 아이가 참 생각이 많이 나서 이 책을 더 사고 싶었다. 끌렸다. 나중에 아들에게 읽어주고 싶었다. 우리 아들도 아직 자기가 뭘 잘하는지 모른다. 심지어 다른 또래아이들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리다. 그냥 속도가 느린 것일 뿐 우리 아이는 자신의 페이스대로 성장하고 있는 거라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을 해주고 싶다.


“네가 사는 세상 속에서는 1등 하지 않아도 돼. 그냥 지금처럼 밝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그렇게 밝고 건강하게 자라다보면, 언젠가는 너도 성장해 있을 거고. 이 책의 주인공이 잘하는 게 다이빙이라고 말했듯, 너 또한 잘하는 걸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네가 잘할 수 있는 걸 찾고 같이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나도 어렸을 적에는 내가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었다. 말과 행동, 밥 먹는 속도는 지금도 느리다. 그런데 성인이 된 지금 속도는 느릴지언정 그래도 무언가 마음먹은 일은 꼭 해내려고 노력하고,  잘하는 게 없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살다 보니 잘하는 게 있었다. 각자 잘 생각해 보면 잘하는 게 다 있고, 각자의 속도와 사는 방식은 따로 있었다.


꼭 1등 하지 않아도 돼요. 오히려 내가 살아가는 속도, 살아가는 방식 그것만 찾으면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알려주는 그림책이었다.  1등을 해야 하고, 빨리빨리 뭔가를 이뤄내야 하고, 자존감이 없는 자신이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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