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구석여행자 May 29. 2024

요시타케신스케 그림책을 보고

요시타케신스케 작가의 그림책을 몇 권 보면서 요시타케신스케 작가는 진짜 천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사과 하나로, 옷 하나로 이렇게 창의적이고 기발한 생각들을 할 수가 있을까?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웃음 짓고 놀라며 봤었다.


이 게정말사과 일까?

어느 날 문득 식탁에 사과하나 가 놓여있는 걸 보게 된다. 나였다면 그 사과를 보고, ‘어? 사과네? 한입 베어 먹어볼까?’하고 베어 먹으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사과가 사과가 아닐지도 모른다에서 시작되었다. 사과가 체리일 수도, 젤리일 수도, 안에 기계가 들었을 수도, 물고기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등 가정에 가정을 거듭하며 상상력을 키워갔다. 사과에 머리카락과 모자를 씌워보기도 하고, 몇 입 베어 물어 집을 만들기도 하고, 사과껍질이 외계인일지도 모른다는 이런 기발한 상상력은 그림을 보면서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렇게 사과 하나로 상상에 상상을 거듭하다가 문득 엄마에게 물었다. “사과 먹어도 돼요?”라고 물었을 때 엄마의 대답은 너무나 싱거웠다. “그러렴”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사과를 한입 딱 베어문 순간 그건 사과였고, 맛있었다. 사과 하나로 이렇게나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던 그림책이었다. 사과를 대할 때 이 책을 보기 전과 보고 난 후로 나뉠 것 같다. 이 책을 보고 난 이제 사과를 볼 때 좀 더 유심히 보게 될 것 같다. 아니 모든 사물을 유심히 보게 될 것 같다.


뭐든 될 수 있어

아이는 내가 뭘 흉내 내는지 맞춰보라며 엄마에게 퀴즈를 냈다. 무언가를 따라 하지만, 엄마는 다 맞추지 못했다. 나 또한 이 책을 보면서 책장을 넘기기 전 아이가 뭘 표현한 걸까? 맞춰보는 재미로 책을 봤다. 나 또한 계속 맞추지 못하다가  딱 하나, 삼각김밥만 맞췄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정말 무궁무진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던 그림책이었다. 정말 제목에서처럼 아이들은 뭐든 될 수 있었다. 표현만 한다면. 그에 비해 어른들의 생각이 따라갈 수 없었던 게 미안해서 반성하게 됐던 그림책이었다.


벗지 말 걸 그랬어

목욕하기 전에 엄마가 옷을 급하게 벗기면서 옷이 그만 목에 걸려 옷을 벗지 못하면서 겪는 해프닝을 그린 그림책이었다. 혼자 옷을 벗어보려고 갖은 애를 썼었지만 목에 걸린 옷은 좀처럼 빠지질 않았었다. 나는 당장 시야가 가려 답답하고 불편할 것 같은데. 이 주인공은 그런대로 괜찮다고 한다. 옷이 목에 걸린 채로 꿋꿋이 살아갔다.


우리 아들도 가끔 옷을 입다가 혹은 벗다가 옷이 목에 걸리는 경험을 할 때가 생각이 났다. 우리 아들은 당장 눈이 거슬리고 앞이 컴컴하고 안 보이니 무작정 울기 바쁜 아들이었다. “네가 한번 벗어봐” 하고 시간을 줬지만 성격이 급한 아들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거나 나를 부르며 빨리 옷을 빼달라고 재촉을 한다. 이 책의 주인공 아이는 옷을 벗지 못한 채로 살아가려다 순간 묘책이 떠올랐다. 바지를 먼저 벗어버리기.  그런데 결과는 처참했다. 아랫도리까지 발목에 껴버린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엄마는 거침없이 벗겼다. 그리고 화장실로 데리고 들어가 목욕을 씻겼다. 목욕이 끝난 후 옷을 혼자 입었다. 그런데, 입다가 목에 걸려버린 것이 아닌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우리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반면 요시타케신스케는 정말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며 기발한 상상력을 마구 뽐내는 작가였다. 책의 내용들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혹은 겪었던 경험담으로 많은 생각을 하며 코믹하게 읽었던 그림책이었다. 나는 생각하는 걸 참 싫어하는 사람인데 아이에게 생각, 사고력은 무한한 상상력을 심어줄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주었고 생각의 확장은 “~가 아닐 수도 있다”라는 가정에서 시작한다는 것도 알게 해 준 작가였다.


요시타케신스케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킥킥거리며 봤던 그림책들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3초 다이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