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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Aug 19. 2024

행복한 질문

며칠 전 관계를 유지함에 있어 대화와 소통이 중요하다는 <왼손에게> 책을 보고 생각나서 다시 꺼내 보게 된 그림책 <행복한 질문>. 다시 꺼내보니 부부가 서로 사소한 질문을 주고받는 게 너무나 낯간지러워 나는 절대 못할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저렇게 사소한 질문이라도 서로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워 보였다.


한 여우부부가 있었다. 둘이 밥을 먹고 있는데 여자가 먼저 묻는다. 만약에 아침에 일어났는데 내가 시커먼 곰으로 변해있으면 어떨 것 같냐는 물음이었다. 보통 남자들이라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참 어려워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내 마음에 들게 하는 답은 무얼까?’ 한참을 머리를 굴려 생각하다가 내놓은 답변들에 아내들이 좋아하면, 성공한 것이고 아니면 한참을 머리를 굴려 대답했는데 실망스러운 답변이 돌아온다면 그마저도 다툼의 요소가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남편의 대답은 참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깜짝 놀라겠지, 그리고 애원하겠지. 제발 잡아먹지는 말아 달라고. 그리고 아침밥으로 뭘 먹고 싶은지 물어볼 거야. 당연히 꿀이 좋다고 하겠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여자는 내가 아주 작은 모기가 된다면, 갑자기 큰 나무로 변하면, 혼자 세계일주를 간다고 하면 어떨 것 같은지 물어본다. 이에 대해 남편의 답변은 여자 입장에서 봤을 때 참으로 귀를 호강하게 하는 답변이었다. 아마 모든 남편들이 배워야 하는 모범답안들이 아니었을까?


우리 남편도 연애했을 때 그리고 신혼 초에는 이러한 사소한 질문들을 하곤 했었다. “있잖아 만약에 내가”로 시작하는 정말 얼토당토 했던 질문들. 그러한 질문들을 했을 때 나는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럽게 반응해주지 못했었다. 인상을 찌푸리고 뭐 그런 이상한 질문들을 늘어놓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을 보고 나니 그러한 얼토당토 했던 질문들은 아마 남편의 사랑표현 방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들이 남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답변을 듣고 싶은 만큼 남편들 또한 아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답변을 듣고 싶은 마음. 항상 남편이 내게 잘해주기만을 바랐었다. 그런데 그렇게 남편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나 또한 남편에게 사랑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스쳤다. 물론 마음처럼 쉽진 않다. 아이가 있는 지금은 더 그런 것 같다. 아무래도 아이에게 더 삶이 치중되는 엄마의 삶을 살다 보니 더더욱 그렇다. 남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요즘 남편에게 말을 좀 더 부드럽게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누구 하나만 노력한다고 행복한 건 아니다. 서로 손발이 맞아야 하듯이 서로가 서로에게 잘해야 한다는 걸 말해주는 그림책이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속담이 생각이 난다.


번외로 오늘 이 책을 그림책 모임에 가서 소개했는데 이 부부는 불륜인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한 번도 이런 생각은 해본 적 없었는데 단순히 마음이 너무 예쁜 부부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다정한 말들을 늘어놓는 걸 보면 왠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그림책을 같이 보니 참 다양한 의견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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