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처음 빅북을 대출했다. 이 그림책은 워낙 인기 있는 스테디셀러 책이라 도서관에서 빌리기 힘들 수도 있겠다고 예상은 했었는데 역시나 그랬다. 그런데 빅북은 대출할 수 있었다. 빅북은 보기에 부담스러운 크기였으나 조그맣게 자세히 봐야 했던 그림을 굳이 자세히 보지 않더라도 그림이 커서 명확하게 잘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사실 달샤베트는 이번 그림책모임 선정도서라서 처음 봤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이 책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보고 싶다는 마음은 없었다. 안 끌린다고 했어야 하나? 그렇게 별 기대 없이 펼쳤던 그림책은 많은 걸 담고 있었다.
책 속의 무더운 여름은 요즘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는 우리의 삶과 닮아있었다. 모두들 창문을 꼭꼭 닫고 에어컨을 쌩, 선풍기를 씽 틀며 잠을 청하고 있었다. 한 아파트의 반장 할머니가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하늘에서 달이 녹아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할머니는 얼른 대야를 가져와 하늘에서 떨어지는 달 방울을 대야에 담고 있었다. 달물은 대야에 가득 찼었다. 노랗게 빛나는 달물로 할머니는 무얼 할까 생각하다가 샤베트틀에 나눠 담아 냉동실에 얼려두었다. 에어컨은 씽, 선풍기는 쌩, 냉장고는 윙. 갑자기 정전이 되며 어둠이 찾아왔다. 모두 밖으로 나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반장할머니 집에 노란 불빛이 새어 나왔다. 모두들 그 불빛을 따라 할머니집으로 찾아갔다. 이웃들은 너도나도 일렬로 줄을 섰다. 할머니는 이웃들에게 달샤베트를 나눠주었고, 할머니가 나눠준 샤베트를 맛본 이웃주민들은 아주 달고 시원했다. 더위가 싹 가시는 맛이었다. 그러고 난 후 이웃들은 집으로 돌아가 창문을 모두 열고 잠을 청했다.
똑똑똑. 옥토끼들이 찾아왔다. 달이 녹아 없어져서 살 수가 없었다고. 할머니는 남은 달물을 꺼내 빈 화분에 부었고, 달처럼 환하고 커다란 달맞이꽃이 피었다. 꽃송이들은 밤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고, 잠시 후 밤하늘에 보름달이 생기게 되었다. 자신들이 돌아갈 집인 보름달이 생긴 토끼들은 돌아갔다. 반장할머니도 마침내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달샤베트 이 책 속에는 우리의 무분별한 전력낭비로 인한 환경문제와 지구온난화, 또한 에어컨과 선풍기로 인해 창문을 꼭꼭 닫고 살며 이웃 간의 소통단절, 부재 등의 여러 문제들을 보여주었다. 소통단절되었던 이웃들이 할머니집에 모여 샤베트를 나눠먹고, 창문을 열고 자는 모습에서 달샤베트가 어찌 보면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해준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책에서 할머니 집에 줄을 서서 달샤베트를 나눠먹는 장면이 나는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기도 했었다. 이전엔 이웃 간의 만나면 서로 웃으며 인사도 나누고, 맛있는 음식도 나눠먹고 했었는데 요즘에는 다들 꽁꽁 문을 걸어두고 열어주지 않아 인사를 나눌 길이 없다는 점이 참 세상이 각박해지고 삭막해진 것 같아 안타까웠던 와중에 옛날 정겹던 그 모습이 생각나서 아련했다.
또한 에어컨과 선풍기를 될 수 있으면 안 써야지, 전기를 아껴야지라고 생각은 하지만 너무 더워진 탓에 실천하기가 좀처럼 쉽지가 않다. 매년 더위가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지만, 올해가 제일 시원한 거라고 기후학자들은 이야기한다고 한다. 점점 더 더워지는 날씨에 이제 야외활동은 점점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 미래의 후손들과 미래의 우리 삶을 위해 지구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노력들을 실천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희나작가의 상상력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이 녹은 달 물을 받아서 샤베트틀에 얼려 시원하고 달콤한 샤베트를 만들어 먹고, 남아있던 달물을 화분에 부어 달맞이꽃이 되고 이 꽃이 하늘로 올라가 다시 달이 되는 과정이라. 작년에 있었던 백희나작가의 원화전을 보고 왔을 때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원래는 백희나작가의 그림책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작년에 있었던 그림책원화전시회를 보고 나서 좋아지게 됐었다. 이 책뿐만 아니라 그림책을 점점 보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말 백희나 작가를 다시 보게 되고, 그녀의 기상천외한 작품들이 참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달샤베트도 그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