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눈이 오늘 내렸다. 어렸을 때부터 눈 오는 걸 좋아했다. 오죽하면 내 생일이 있는 가을보다 눈이 내리는 겨울이 더 좋겠는가. 그런데 어른이 돼도 여전하다. 아이처럼 눈 오는 걸 좋아하고 겨울마다 항상 첫눈을 기다린다. 올해 첫눈은 조금 늦은 감이 있다. 항상 11월 말 정도면 내렸었는데 말이다. 첫눈이 내리니 오늘따라 생각나는 그림책이 있다. 바로 눈아이.
이 책은 한 아이와 눈사람과의 우정을 아름답게 그려낸 책이다. 학교가 끝나고 아이는 눈사람을 만든다. 눈과 입을 그려주고, 장갑도 끼워주고 함께 눈밭을 걷고 썰매를 타며 논다.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잠시, 눈이 녹아내리며 둘은 안타까운 이별을 맞이한다. 이를 숨바꼭질로 표현해 낸 것도 참 아름다웠다.
“내가 더러운 물이 되어도 우리는 친구야?”라고 물어봤을 때 “응”이라고 대답해 주는 친구. 이 부분에서 멈칫하고 돌아보게 된다. 나는 과연 누군가를 대할 때 계산하거나 재지 않고 이렇게 대하고 있을까? 내 주변 친구들 중에는 과연 이런 친구가 있을까? 실제로 인간관계를 들여다보면 진정한 친구 1명만 주변에 있어도 인생 잘 산 것이라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눈아이와 주인공이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 책을 보며 눈밭에서 처음 만났을 때 눈을 맞으며 눈사람이 점점 커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눈이 녹으면서 눈사람이 작아지고 더러워지며 숨바꼭질에서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녹아버리는 모습에서 계절감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겨울이 돌아오고, 눈이 내리자 다시 만나는 눈아이. 부활의 유명한 노래인 네버앤딩스토리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그리워하면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는~“
함께 나눠 끼던 빨간 장갑을 남겨놨었기에, 그리워했기에 찾을 수 있었고,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 아니었을까? 이들의 우정이야기에 추운 겨울 마음이 녹아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