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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Mar 17. 2017

퇴사일기 #32. 내 삶의 일부, 여행

9월 2일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을까.

김혜자 할머니(!)가 붙은 식빵 모양의 저금통에

소말리아 아이들을 돕기 위한 성금 모으기가
한창 유행이었다.


소말리아는 어디에 있는 나라냐고 물으면
오빠는 항상 아프리카라고 대답을 해줬고,
대륙과 나라의 차이를 몰라 이해가 안갔던 나는
그럼 아프리카의 수도가 소말리아냐는

웃지 못할 질문을 참 여러 번도 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에는

사회과부도라는 교과서가 있었다.
사회 시간만 되면 수업은 안 듣고,
세계지도 페이지를 쫙 펴놓고
짝꿍과 도시 이름 찾기 게임을 하느라 분주했다.
그린란드는 왜 이쪽 페이지에도 있고
저쪽 페이지에도 있지라는 의문이 매번 들었고,
엄마를 조르고 졸라 산 지구본을 보고 나서야
전세계는 교과서를 쫙 핀 것처럼
일렬로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은 부루마블이었는데,
거기에 나오는 도시들의 컬러와 가격은

외국이라곤 가본 적 없는 내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구별하는 기준이었다.


전세계를 누비는 직업을 가지려면
미리미리 공부해두어야 한다며
고등학교 시절엔 다들 기피한다는 과목인

세계사와 세계지리를 굳이 선택해 공부했다.
'수능 점수에 맞춰 학교에 갔어'라고 말하면서도

전공과 경력을 포함해 내 20대를 이렇게 보낸 건
나 스스로 만들어 온 운명이 아니었을까.


돈 모으면 여행,

또 돈 모으면 또 여행을 반복하더니
지금 현재,

6개월이 넘는 긴 시간을 오롯이 여행만 하는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듯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행이 내 인생 자체를 흔들어 놓진 않겠지만
나를 변하게 하고,
나를 진화시키고,
나를 성장시키는 건 분명하다.

여행은 내 삶의 일부다.


스페인 그라나다의 한 성당 앞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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