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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Mar 23. 2017

퇴사일기 #38. 나는 강인해졌다

9월 14일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난 살아있는 생명체를 무서워 한다.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가
내 반경 5m 안에 들어오면

온몸의 신경이 쭈뼛쭈뼛 서면서 긴장이 된다.
그게 갓 태어난 강아지이든

내 손톱보다 작은 벌레든 작은 새든

우리 안에 갇힌 소든 뭐든 간에 말이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옆에 있는 사람을

꽉 잡고 온갖 오두방정을 떠는데,
그 때마다 손가락 힘이 유난히 센 나 때문에

팔에 멍이 든 친구가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여행은 사람을 강인하게 만든다 하지 않는가.
독일에 오니 길거리에 정말 흔히보이는 것이

내 허벅지까지 오는 큰 개.
지나갈 때마다 무서워서 꼼짝도 못하고 서 있기를
한달여간 반복하고 나니
그 다음달부턴 지나가더라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건 독일의 개들이 어릴 때부터

교육을 매우 잘 받았고 굉장히 점잖다는 게

한몫을 했다.

그래도 내 마음의 동요는 계속 되었고
몰타에 머무는 두달여 동안에도

이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몰타는 특히나 고양이가 정말 많은 나라인데,
어디선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고양이들 때문에
나와 같이 가던 친구들 팔만 괜히 고생 좀 했다.


"너 엄청 무던해졌다?"

내가 있는 곳으로 휴가를 온,

5개월만에 만난 친한 친구가
뜬금없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개가 지나가도 새가 가까이 와도

소리 지르지 않고
침착하게 얌전히 있는다고.
여행이 사람을 완전 바꿔놓았다 했다.

도대체 예전의 나는 얼마나 오두방정을 떤걸까.


갇혀있지만 뛰쳐나올까봐 몸이 쭈뼛쭈뼛


내가 좋아하는 트램이 있어 더 좋았던 도시 프라이부르크


프라이부르크는 유럽 내에서도 유명한 친환경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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