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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Oct 25. 2022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함정

원래대로는 없다. 지금부터만 있다.

[1분 인생 힌트] 마음 치유와 회복,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함정


요 며칠 비가 가끔 흩뿌리고 있습니다. 가을이 되어 부쩍 선선해진 날씨에 비까지 내리면 꽤나 쌀쌀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언제 여름이었냐는 듯 날씨가 바뀌었지요. 축 쳐지게 만들었던 그 더위가 사라지는 걸 보면 새삼스럽습니다. 가을 또한 그렇게 겨울에게 자리를 내어줄 때가 오겠지요. 


우리 마음이 그런 계절의 흐름과 비슷합니다. 

근육처럼 아플 때가 있고 하나도 안 아플 때가 있습니다. 아플 때에는 아픔이 언제 끝날지 끝도 안 보이는 것 같지만 괜찮을 때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무렇지 않기도 합니다. 마음이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지요. 


상담 중에 가끔 이런 질문을 듣습니다. 

원래의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요? 


글쎄요. 하고 싶은 말은 아래와 같습니다.



과거의 나와 이별하고 정말로 괜찮게 살기


묻는 사람의 마음에 한 가지 가정이 숨어 있습니다. 예전에 나는 이렇지 않았다, 지금보다는 정신적으로 건강했다, 잘 먹고 잘 자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등등. 그런데 여차저차해서 지금 이 상황에 이 상태에 이르렀다. 정말 그럴까요? 정말로 과거에는 괜찮았는데 지금 안 괜찮은 걸까요? 



예전으로 돌아가고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에는 과거의 내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보다 낫다는 가정이 숨어 있습니다. 심리상담을 통해서 얻고 싶은 것을 물어보면 예전의 활기찼던 내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마음의 치유와 회복이 곧 예전의 나, 원래의 나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원래대로!
이 얼마나 끈질긴 유혹인가?



정말 유혹적입니다. 지금의 상태에 이르지 않았을 나,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상황을 겪지 않았어도 됐을 나. 엄청난 환상입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환상을 품고 있기에 우리는 고통을 가중시킵니다. 그런 나는 없다는 것이 명백한대도 이미 여기까지 와서 다른 삶의 길은 없었다는 것이 분명한대도 우리는 환상을 붙들고 늘어집니다. 과거의 나라면 지금의 나보다 훨씬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착각하는 것이지요. 



그 놈이 그 놈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가 그 놈입니다. 과거의 내가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살아온 것이 지금의 나입니다. 원래대로 돌아가면 원래대로 살 가능성 밖에 없습니다. 그 놈이 그 놈이니까요. 


마음이 건강하고 싶다면 나를 괴롭게 만드는 환상을 빨리 포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말로 과거에 잘 살았고 지금은 최악을 지나고 있는 중이라면 더욱 더 환상을 포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거의 그 사람은 이미 진작에 과거로 사라지고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나를 바라보고 있는 중에도 삶은 흘러가면서 지금의 내가 소외 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 그 사람이 산다고 나름대로 노력한 결과물이 지금의 나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사람이 어떤 고통을 지나왔거나 지나는 중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겠지요. 


괜찮았던 과거의 나는
왜 고통을 겪었나요? 



그게 무슨 소리! 외부 상황이 이렇게 저렇게 갑자기 펼쳐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상황은 원래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제멋대로 펼쳐집니다. 그런데 그 고통을 겪는 방식은 내가 택할 수 있었습니다.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나, 괜찮았던 과거의 나는 왜 그런 식으로 고통을 겪었을까요? 조금 더 현명하게 겪을 수는 없었을까요? 



그 사람
정말 괜찮은 사람인가요?



묘하게 이상합니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이 글의 흐름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뜻밖에도 과거의 그 사람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상하지요. 그리고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예전의 나, 원래의 나로 돌아가려는 시도는 무수히도 실패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 길이 제대로 된 길이 아니라는 것을 마음 한 켠에서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마음의 치유와 회복으로 가는 길은 과거로 가는 길이 아닙니다. 미래를 바라보고 현재를 사는 것 외에 삶에 다른 길은 없습니다. 원래의 괜찮았던 나로 돌아가면 그 나는 분명히 똑같은 선택을 할 것입니다. 다른 선택을 한다면 그 사람이 아니겠지요. 내가 원하는 예전의 나로 돌아가면 고통이 반복될 수도 있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앞을 바라봅니다. 원래대로 돌아가는 길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원래대로 돌아가면 이 고통을 다시 겪을 내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차립니다. 예전의 괜찮았던 나, 잘 살았던 나는 내가 마음속에 지어낸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인식합니다. 그리고 무엇을 합니까? 



원래대로는 없다.
지금부터만 있다.



이제부터 더 괜찮아지기로 선택합니다. 

과거에서 지금까지 그리고 지금부터 미래로 이어지는 모든 시간을 포섭하고 있는 '지금의 나'가 지금부터 조금씩 더 잘 살기로 선택합니다. 과거에서 지금까지 고통 속에서도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했듯이 앞으로의 삶에서는 더욱 성장하기로 의식적으로 선택합니다. 육체의 성장은 한계가 있을지언정 정신의 성장은 한계가 없습니다. 과거에서 시선을 거둔 나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마음의 치유와 회복은 어쩔 수 없이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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