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 움직이기가 싫어집니다. 특히 새벽 운동 같은 경우에는 여름보다 저항감이 훨씬 심합니다. 여름에는 벌써부터 밝아오는 햇빛에 '얼른 나가서 뛰자!'라며 의욕이 솟습니다. 하지만 겨울이 다가올수록 어두컴컴한 하늘이 '더 자도 돼~'라고 유혹합니다. 더구나 따듯한 이불을 박차고 나서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지요. 얼마나 보들보들하고 따듯한데..
이럴 때일수록 움직여야 합니다. 안 그러면 더 동굴 속으로 들어가기 쉽습니다. 마음의 동굴. 무시무시한 중력으로 끌어당기는 마음의 동굴.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는 마음의 동굴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적입니다. 이 동굴은 가끔만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정신건강을 위해서.
춥고 어둡고 게을러지기 쉬운 날들. 날씨는 꼭 마음을 닮았습니다. 마음도 날씨를 따라서 춥고 어둡고 게을러지기 쉽습니다. 이는 우울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이런 마음이 들 때, 기분이 꿀꿀할 때 먼저 점검하고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심리상담을 하면서 우울한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다들 알다시피 우울한 사람들은 겉으로 어떤 표시가 나기 시작합니다. 이전과 달리 안색이 안 좋아 보이고 기운이 없어 보입니다. 행동이 느려지고 예전과 달리 부주의한 실수가 늘어납니다. 식욕이 없거나 많이 먹는데도 맛없게 먹습니다. 잠이 안 오거나 잠을 많이 자는데도 피곤해합니다.
이런, 어쩐지 내 모습 같다면 지금부터 귀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아차. 음성지원이 안 되니까 귀가 아니라 눈이네요. 눈을 크게 뜨셔야 합니다.
우울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울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각양각색의 사람들이니 다들 다른 느낌과 형태로 우울을 겪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일상의 사소한 부분이 매우 닮아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불을 개지 않습니다.
우울한 사람들은 자고 나서 침대 정리를 하지 않습니다. 이불 정리를 잘하는데도 나는 우울하다고 한다면 그건 격이 높은 우울입니다. 수준이 높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우울 이면에 더 깊은 생각이 있을 것이니 그걸 잘 찾아보면 도움이 됩니다. 다시 돌아와 보통의 우울한 사람들은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불을 잘 개지 않습니다. 이불 개기가 거대한 과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극심한 우울의 횡포를 뚫고 어떻게든 이불 정리를 하고 나면 기분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불을 정리하고 그 거대한 과제를 완수한 사람이 되면 나는 대단한 일을 해낸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대단합니다!
두 번째는 신발을 정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아무렇게나 벗어놓는 신발. 일본 서적에는 이런 미신인지 나름의 과학인지가 많이 쓰여 있습니다. '돈의 신은 신발 정리가 잘 된 집을 좋아한다.' 돈의 신이 들어오려다가 신발 정리가 안 되어 있으면 도로 나간다고 합니다. 자기를 맞이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곳에 기쁜 마음으로 들어오려는 존재는 없겠지요. 기쁘게 오려다가도 기분이 상해서 돌아갈 것입니다. 돈의 신을 기분 상하게 해서는 안 되겠지요. 반쯤 농담이지만 우울한 사람들은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놓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이불과 마찬가지입니다. 신발만 정리해도 기분이 달라집니다. 말끔하게 착착 정리된 현관을 상상해 보세요. 개운하지요!
세 번째는 웃지를 않습니다.
저런. 우울한 사람에게 웃으라니 이게 무슨 가혹한 형벌(?)일까요? 하지만 기분이 좋아서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는 부르니까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건 뇌과학적으로도 사실이고요. 오랫동안 웃지 않으면 웃는 근육이 퇴화됩니다. 정말로 웃는 근육이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살면 계속해서 인생이 심각해집니다. 우울한 표정으로 살면 계속해서 인생이 우울해집니다. 우울해도 밥은 먹고 샤워는 하고 출근도 하듯이 웃는 것도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우울해도 웃을 수 있습니다. 일부러 웃다 보면 뇌에서 '지금은 웃는 시간이구나. 그렇다면 웃는 호르몬을 분비하자!' 하면서 저절로 기분이 조금 나아집니다. 당장 웃는 게 힘들다면 그냥 하회탈 표정을 따라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힘 빼고 눈꼬리는 내리고 입꼬리는 올리고. 적어도 1분 30초 이상 그냥 흉내만 내는 것이지요. 진심으로 웃지 않고 흉내만 내도 기분이 달라집니다. 그러다 보면 긍정적인 생각도 듭니다. 웃고 있는 데다가 긍정적인 생각까지 들다니. 점점 더 기대되지요!
이 3가지 방법의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전부 다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이불을 정리하고 신발을 정리하고 웃는 것조차 내 근육을 써서 움직여야 하는 것이지요. 움직이지 않으면 지금의 상태를 고정시키기 쉽습니다. 지금의 마음과 다른 상태가 되고 싶다면 일단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심리적인 부분을 깊게 들여다보는 것도 몸을 먼저 움직인 다음에 할 일입니다.
기분이 꿀꿀할 때는 혹시나 우울한 상태로 진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의를 기울이면 좋습니다. 어제는 기분이 정말 좋았다가 오늘 갑자기 우울해지지는 않지요. 그래서 스멀스멀 잠식되어 가는 상태일 때 얼른 알아차리는 것이 좋습니다. 그 기준점이 될 수 있는 것이 앞서 이야기한 3가지. 이불 개기, 신발 정리, 웃기입니다. 이 3가지를 요새 잘하지 않고 있다면 요새 내 마음이 어떤지 좀 더 세심하게 살피면 좋습니다.
기분이 꿀꿀할 때 3가지를 잘 실천하고 있다면 기분이 곧 나아질 것입니다. 나도 몰랐는데 요새 3가지를 잘 실천하지 않고 있다면 내 기분이 꿀꿀하지는 않은지, 우울모드로 전환 중인 것은 아닌지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하나씩 실행하면서 내 기분이 어떻게 달라지나 확인해 봅니다. 사소하게 기분이 꿀꿀할 때, 사소한 3가지를 잘 지키면 곧 나아집니다.
오늘 나는 이불을 갰는가?
오늘 나는 신발을 정리했는가?
오늘 나는 웃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