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삶을 사랑하나요?
사람이 자기 삶을 사랑하는 일은 가타부타 따질 것도 없이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나 밖에 살 수 없는 내 삶. 그 삶을 사랑할 단 한 사람, 나 자신. 어떤 전제나 명제도 필요 없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본능이니까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 본능을 거스르기도 합니다. 현실에 지치고 마음이 고통스러워지면 애써 자기를 미워하기도 합니다. 문제의 근원이 나인 것처럼 생각되는 무서운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자기를 미워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능력입니다. 우리가 키워야 할 능력을 오히려 정반대의 능력인데 말이지요.
오늘은 내 삶을 사랑할 능력과 권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 봅니다.
내 삶을 사랑하는 방법은 따로 없습니다. 그것은 왕도가 없습니다. 그냥 무턱대고 내 삶을 좋아할 뿐입니다. 그 외의 다른 방법을 동원한다는 것은 내 삶을 사랑하려고 노력한다는 뜻이지 내 삶을 지금 사랑하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느 날 어떤 연인에게 꽂히면 우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매불망 그 사람을 생각합니다. 그처럼 아무 이유도 없이 내 삶을 사랑하는 것, 그 외에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심리상담실에서도 그렇지만 요새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듯합니다. 범람하는 자존감, 자기애와 관련된 책과 유튜브 영상. 그것들이 요새 세태가 어떤지를 알려주지요.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시대가 있었는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방법이 아닙니다. 방법을 찾아봐야 헛물켜는 일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방법이 문제였다면 방법을 다룬 많은 책과 영상을 보고 더 이상의 갈증은 없어야 하겠지요. 그런데도 이 주제와 관련해서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콘텐츠를 보면, 하나의 방법에 만족하지 못하고 대안을 계속 찾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에게 정녕 필요한 것이 방법인지 의문이 듭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린 것은 자기를 사랑하는 능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할 능력이 있나요?
내 삶을 사랑할 능력.
다른 그 누구도 대신 줄 수 없는 능력입니다. 사람들이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이 이 능력처럼 보입니다. 왜 이 능력이 퇴색되고 있는 걸까요? 내 삶을 사랑하는 데에는 요새 세태와 분위기와는 다른 것들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그것은 하나둘씩 모을 수 있는 어떤 조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단순히 태도입니다. 내가 내 삶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 작은 일과 관계에도 정성을 다하는 태도. 다른 것들에 앞서 내 삶을 존중하는 태도. 다른 모든 삶과 평등하게 내 삶을 바라보는 태도. 내가 원하지 않았지만 나에게 주어진 것을 대하는 태도. 즉 고통을 대하는 태도 등.
고통을 대하는 태도야말로 자신이 자기 삶을 어떻게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척도입니다. 인생에서 불가피한 고통을 겪을 때에도 내 삶을 존중하는 것. 그 고통 속에서도 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는 사람들에게는 없는 은근한 향기가 있습니다. 빠른 속도와 꾸며진 미에 열광하는 시대, 겉으로 보이는 것에서 모든 가치를 찾게 되는 시대에 그들이 내뿜는 은은한 빛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저 빠르게 눈에 띄게 내 삶을 나아지게 하려고 합니다. 나를 사랑할 능력은 그 가운데에서 점점 소실되어 갑니다.
내 삶을 사랑할 능력은 오히려 피하고 싶은 고통을 감내하며 때를 기다릴 때 자라납니다. 장을 오랫동안 묵혀야 맛이 나듯이 나를 사랑하는 능력도 오랜 세월을 견디고 살아내는 힘에서 비롯됩니다. 어떤 시련과 고난이 와도 다른 삶과 바꾸지 않을 정도로 내 삶을 사랑하는 것. 그런 사랑은 빠르고 화려한 것들과는 애당초 결이 맞지 않습니다. 느리고 질박한 것들에서, 무미건조한 것들에서, 끝이 안 보이는 마음의 사막을 묵묵히 걸어가는 와중에 내 삶을 사랑할 힘이 길러집니다.
그러니까 고통은 자기를 사랑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입니다. 참으로 역설적이게 말이지요. 상황이 아주 순조로울 때에는 내 삶도, 내 삶을 사랑하는 정도도 전혀 시험받지 않습니다. 그때 우리는 그런 것들을 궁금해하지 않으며 물을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합니다. 우리가 정말로 내 삶을 사랑해야 하는 순간이자 내 삶에 대한 사랑의 외침이 진실해지는 순간이 고통의 한복판에 있을 때입니다.
남다른 태도로 내 삶을 사랑하고자 결심이 섰다면 이제 질문은 이렇게 탈바꿈합니다.
나는 나의 고통을 사랑하나요?
고통을 사랑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을 껴안지 않고는 내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고통도 내 삶의 일부이기도 하고 그 고통이 내 삶을 사랑하게 만들 토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고통을 사랑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나의 고통조차 사랑할 수 있는지 나 자신에게 물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나는 이제 내 삶을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에 진실해집니다. 그 진실함은 다른 누구도 나에게 줄 수 없는, 나 자신을 향해 내가 던지는 빛입니다.
내 삶을 사랑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 권리에는 어떤 조건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권리를 잘 행사하기 위해서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무능력한 가운데 권리를 행사하면 마땅히 주어진 권리도 못 찾고 스스로 초라해집니다. 내 삶을 사랑할 능력이 있으면 내 삶을 사랑할 권리를 세상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누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