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지 않는 답장 3. 눈물

스승 상담사가 상담사에게 마음으로 남기는 답장

by 나무둘

'살아있는 강줄기 같다.'

선생님의 눈물에 대해 읽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꿈틀대며 자기의 물꼬를 트고 자기 살 길을 어떻게든 찾아서 흐르는 물처럼

선생님의 눈물도 선생님의 삶이 잘 흐를 수 있도록 돕는 것 같네요.

이런 노래 가사가 있지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지나가기 전에는 알 수 없지만 지나가고 나면 의미가 보이는 게 삶입니다.

힘든 시간을 통과하는 중에도 의미를 다 알 수 있으면 그 시간을 견디기 더 쉬울 테지만 의미라는 건 그 시간을 다 견뎌 본 사람만이 찾을 수 있는 것이지요.

왜 상담실에서는 흐르지 않던 눈물이 아파트 단지 구석에서 혼자 터졌을까요?

그곳에서 어떤 경험을 하셨던 것인지 생각을 해 보았어요.

다른 건 몰라도 그 순간은 다른 어떤 순간보다, 상담실에서보다도 더 진실하셨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자기 자신에게 끝내 숨길 수 없는 것을 체험하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무엇인지는 선생님만이 아시겠지요.

눈물이 멈출 줄 모르고 흐를 때 강물의 흐름을 따라 춤추던 조약돌 둘이 우연히 맞닿아 달그락 소리를 내듯 '의미'라는 것이 선생님 삶에서 반짝였을 거 같아요.

'울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삶을 인정하고, 자기만의 삶을 살 자격을 스스로 주는 것이다.'

편지의 이 말은 참 멋진 말이네요.

그 말을 내 식대로 이렇게 가다듬고 싶네요.

'자기의 눈물을 허용하는 것은 자기 존재를 허용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나의 체험과도 일치합니다.

나의 박사 과정에 대해 물으셨지요?

박사 과정의 지난함은 다시 말해 무엇하겠어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으면서도 다시 봐도 나에게 그만한 훈장이 없습니다.

그때 심적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그 가운데서도 나에게 지극히 충실했던 시간이니까요.

아무리 해도 진척이 없던 그때 눈물도 참 많이 흘렸어요.

하지만 이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답니다.

다시 살아도 그보다 더 잘 살 수는 없을 거라고.

수도 없이 좌절하고 울었지만 그게 다 헛되지 않았답니다.

그 울음이야말로 터져 나오는 진심이었고, 그때 그렇게나 울지 않았다면, 그렇게 내 진심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나는 박사 과정을 끝내지 못했을 겁니다.

내 존재를 끊임없이 허락하고 승인하게 했던 눈물.

선생님처럼 나도 그때 혼자 울었어요.

혼자 우는 눈물에는 한 마리 짐승 같은 내 본성의 날 것 그대로가 들어있지요.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도 싶습니다.

'참 잘 우셨습니다. 혼자서 울었던 눈물이 자신을 더 진실되게 할 것입니다.'

눈물 한번 제대로 흘리지 않고 상담사로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눈물을 흘려 자신에게 더더욱 진실할 수만 있다면 나는 선생님이 더욱 힘껏 울길 바랍니다.






이 글은 아래 편지에 대한 답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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