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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안 May 11. 2024

제주 빛의 벙커

빛과 음악으로 가득 찬 이상한 세계

태양이 뜨는 마을 제주 서귀포 성산에 옛 국가 통신시설로 오랫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 벙커가 있었다.


이 시설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해저 광케이블 통신망을 운영하기 위해 설치된 시설로,

900평 면적의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을 오름 안에 건설한 후 흙과 나무로 덮어 산자락처럼 보이도록 위장하고 군인들이 출입을 통제하던 곳이다.


 2017년 발견한 이 오래된 벙커는 철거와 내부공사를 거쳐 2018년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공간인 '빛의 벙커'로 탄생했다.



사진출처 : '빛의 벙커' 홈페이지

방어를 목적으로 설계한 벙커는 외부의 소리와 빛이 완전히 차단되어 방음효과가 완벽했다.


또한 단층건물이면서 기둥이 27개가 나란히 있어 공간의 깊이감을 한층 살려주는 구조와


미로 같은 진입로는 관람객들이 점진적으로 몰입을 높여갈 수 있어 몰입형 미디어아트 공간으로 완벽한 조건이었다고 한다.



빛과 음악으로 가득 찬 이상한 세계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바닥 아무 곳에나 앉아 있으면 환상적인 미디어아트가 시작된다. 그리고 끝난다. 다시 시작된다.


사람들은 자유롭고 세상은 빛과 소리라는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런 상태를 경험했다. 이곳에서



고흐가 가진 색을 좋아한다.

따뜻하고 깊고 조화롭다. 그의 삶도 그랬다면 이런 명작은 나오지 않았겠지...



고흐의 자화상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쓸쓸함이 눈을 가득 채우고 있다.


평생 외로웠던 빈센트 반 고흐... 그러나 그림으로 만나는 그는 한없이 따뜻하고 다정하다.


한 인간의 열정은 시간 속에 재가 되어도 저 열정들은 천지에 가득하다.

-황현산 "우물에서 하늘 보기"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노을


차에 타고 있던 우리는 노을을 보고 처음에는 탄성을 질렀다가 신음소리를 내다가 숨 막히는 조용함으로 응시했다.


모두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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