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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극P러 Sep 21. 2024

고난 속에 나 던지기

고통이라는 영양제

  벌써 일주일에 1번씩, 오늘까지 피아노 레슨을 5번이나 받았다. 한 달 동안 거의 매일(이번 연휴 기간 때는 연습을 못 했지만ㅠ) 1시간 정도 연습을 하려고 노력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매일매일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동생과 엄마한테 영상을 보여주니 '이렇게 잘 치는 줄 몰랐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연습을 해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 그건 바로, '레슨에 대한 두려움'이다. 오늘 받은 레슨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혼자 연주할 때는 흡사 무대 위에서 능숙하게 연주하는 연주자가 된다. 마음껏 몰입하고 퍼포먼스도 잘 나온다. 그런데 레슨 때 선생님만 옆에 계시면 긴장 돼 미칠 노릇이 된다. 손에선 힘이 빠져 자꾸 미스터치를 내고, 온전히 집중을 하지 못해 박자도 왔다 갔다 한다. 혼자 연주할 땐 아주 음악적이고 파워풀했던 음악이 밍밍해져 버린다. 5~6분 연주하는 동안 아주 진땀이 난다. 이건 아무리 학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계속 마인드 컨트롤을 해도 해결이 안 된다. 또 긴장을 풀기 위해, 그리고 연주를 미루고 싶어서 연주 전 스몰토크를 해도 마찬가지이다. 그 긴장감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 걸? 오늘 레슨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연주를 마쳤을 때, 선생님이 환하게 웃으시며 박수를 마구 쳐주시는 거다. 그리고 칭찬을 퍼부어주셨다. "이거 그렇게 깔끔하게 치기 어려운 곡인데, 되게 잘하셨어요! 연습을 열심히 하셨나 봐요!" "템포도 어느 정도 잡혔고!", "이렇게 input이 들어간 대로 output이 나오는 경우가 잘 없는데!" 최고의 칭찬이었다. 평소 팩폭을 잘하시는 타입인 선생님께 들은 칭찬이라 더 신났다. 그런데 조금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혼자 칠 때랑 비교하면 진짜 못 한 건데..?' '말도 안 되는 실수도 했는데..?' 조금 억울하기도 했다. '그래도 연습은 배신하지 않나 보다... 다행이다' 안도하는 내 등줄기가 땀으로 젖어 있었다. 그야말로 진땀이었다.


  나는 예전부터 '선생님' 위치에 있는 사람을 어려워했던 것 같다. 선생님 옆에서 연주를 하려고 하면, 얼어버린다. 좋은 연주가 나오려면 온전히 몰입하고 집중해야 하는데, 그렇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뭔가 부끄럽다. 칭찬을 받아 안도한 나는 선생님께 이런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아봤다. "선생님 옆에서 하려고 하면 너무 긴장돼요 ㅠ 못 하겠어요!" "저도 그랬어요~ 혼자 연주할 땐 막 연주자 빙의해서 하는데 누구 옆에서 하려고 하면 괜히 뻘쭘하고..." 서울대를 졸업한 피아니스트도 그런 마음을 느낀다니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늘 걱정을 안고 레슨에 가고, 연주를 진땀으로 마치지만 그래도 점점 나아지고 있긴 하다. 오늘 선생님께 많은 칭찬을 들은 것도 생각해 보면 확실히 나아지고 있는 게 맞는 것 같다.

  


강한 자들은 고통을 반갑게 여긴다
- 프리드리히 니체


  아무런 고통의 시간도 겪지 않고 강한 신체를 얻기란 불가능하다. 더 커다란 근육을 얻기 위해선 근육이 찢어지는 고통을 반드시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을 크게 잃어본 사람이 이후에 더 능숙하게 사랑할 줄 알게 되고 크게 실패해 본 사람이 이후에 덮쳐오는 시시콜콜한 시련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게 된다. 단 한 번도 가난해 본 적 없고 힘들어 본 적 없는 사람은 결코 남의 본보기가 되지 못한다

- 책 《니체 인생수업》



  레슨을 가기 전에 느껴야 하는 불안은 어떻게 보면 고통, 고난이다. 그러나 니체의 말처럼 나는 성장하기 위해, 더 강한 나를 만나기 위해 나 자신을 고난 속에 몇 번이고 기꺼이 던지고자 한다. 피아노 레슨을 나를 그렇게 만들어줄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https://brunch.co.kr/@treelemon/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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