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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딥그린 Sep 18. 2023

6 안녕, 또봇과 타요. 그리고 파워레인저.

-하루에 하나씩, 물건과 이별하기




장난감 박스를 거실로 들고 나왔다.


샘키즈 수납장 맨 아랫칸에 끼워둔 커다란 플라스틱 박스  개였다.


알록달록한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일뿐인데.


박스 안을 들여다보는 내 마음이 뭉클했다.


너무도 소중한 추억들이 담겨 있는 보물들이니까.


아이들이 많이 아꼈던 것 몇 가지를 빼두고, 나머지 장난감들을 분리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남자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로봇이라던지, 공룡이라던지, 자동차에는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나였다.


그러던 내가 아이와 변신 로봇을 가지고 놀고, 거실 가득 레일을 깔고 기차놀이를 했지만

아이가 노는 모습이 좋았고 아이와 함께 보내던 그 시간들이 즐거웠던 것뿐이지 장난감 자체를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지금 나는 캐릭터들이 나왔던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흥얼거리고 있다.


언젠가 아이가 어렸을 때, 장난감 백화점에서 로보카 폴리 행사가 열린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폴리를 모르고 있었는데, 꼬마들이 부르는 로보카 폴리 주제가 떼창에 잠깐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어찌나 우렁차던지.


그 후로 매일이다시피 불렀던 그 노래가 우리 집에서 사라진 지 벌써 오래다.


모두 아이들에게 소중했던 장난감이었지만, 이제는 기쁜 이별을 할 시간.


대부분 부품 몇 개가 사라졌다던지, 팔다리가 부러졌다던지, 플라스틱이 깨진 부분이 있는 것들이라 그대로 분리수거함에 넣기로 했다.


그나마 온전한 것들 몇 가지를 사진으로 남겨두고 안에 들어있던 건전지를 분리했다.


장난감 상자 안에는 과학실험 수업을 하면서 만들었던 결과물들과 움직이는 자잘한 장난감들이 더 들어있어 건전지의 양이 꽤 됐다.


나는 커다란 상자에 플라스틱 장난감들을 넣어 들고, 크로스백에 장난감에서 분리한 건전지를 담아 집을 나섰다.


재활용 공간에 플라스틱과 종이 박스를 분리해 두고, 주민센터로 가 건전지를 재사용봉투와 교환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두 손을 가볍게 비어 있고, 크로스백에는 10리터짜리 재사용봉투 두 개가 들어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샘키즈 박스 두 개를 세척해 베란다에 말려 두었다.


오늘도 이렇게 개운한 하루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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