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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스터디카페에 가본 적 있습니까?

+ 오후 1시 말고 새벽 1시에 아이와 엄마, 스카에 가다

by 딥그린





예, 저는 있습니다.


지금은 2025년 6월 7일 새벽 2시 2분. 저는 집 앞 스터디카페에 와있습니다.


이곳에는 지금 저를 포함 5명이 머물고 있고, 조금 전 엘리베이터 도착 알림음이 먼 곳에서부터 들려왔습니다. 그 외에는 고요한 정적만이 감돌고 있습니다. 아, 지금 누군가 스카에 입실했는지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집에서 나온 시간은 대략 새벽 1시 즈음. 아파트 단지 안은 정말이지 고요했습니다. 아이와 잠깐 멈춰 서서 낮의 소란이 삭제된 그 풍경을 음미하기도 했죠. 동네가 낯설게 보이는 순간이었달까요.


할 일이 많아 아무래도 집보다는 스카, 그러니까 '라떼'는 독서실로 부르던 곳으로 가야겠다고 아이가 말했을 때, 저는 주저 없이 일어나 함께 가자고 했지요. 고등학생 남자아이지만 12시가 넘은 시간에 외출은, 더군다나 누가 있을지 모르는 폐쇄된 공간인 스카에 혼자 보내는 건 걱정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뜻밖의 스카 데이트가 시작된 거죠.


아마 낮이었다면, 혹은 주말 밤이었다면 상상도 못 할 동행이었을 겁니다. 우리 집 둘째라면 기겁을 할 일이기도 하지요. 엄마와의 외출도 꺼릴 수 있는데 함께 스카에 공부를 하러 가다니 말입니다. 잠이 조금씩 밀려오기도 하지만, 내일 한 시간쯤 운전을 할 일도 있지만 괜찮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인 아이가 공부를 하겠다는데 이쯤이야 견딜 수 있죠. 집중만 잘해준다면 땡큐, 땡큐입니다.


지금 제 왼쪽에 두 개의 자리를 사이에 두고 앉아 공부를 하는 아이를 흘긋, 곁눈으로 바라보고 다시 모니터에 시선을 둡니다. 멀리 자리를 맡은 제게 아이는 제 옆자리로 오라고 권하더군요. 혹여나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 멀리 앉으려 했던 건데. 오라고 하니 조금 기쁜 마음으로 자리를 옮겨 앉습니다. 조금 전 스카로 들어온 사람이 왠지 인상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새벽에 사람 없는 낯선 공간에서 만난 터라 괜히 그렇게 느낀 거겠죠. 어쩌면 마주쳤던 그분도 저를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습니다. 만약 저 혼자 이 시간에 스카에 왔다면 겁이 나 집으로 돌아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를 따라 나오기를 정말 잘했다는 안도의 한숨을 슬쩍 내뱉고요. 그러나 아이들은 겁이 없죠. 세상 무서운 것 아는 엄마만 겁쟁이일 뿐입니다.


요즘 들어 왜 이렇게도 아기들이 예뻐 보이는지. 길 가다 눈이 마주치는 아기들도 예쁘고, 제 핸드폰에 담긴 우리 아이가 아기일 적 사진도 너무 예쁩니다. 아이가 자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고2인 아이는 금세 대학생이 되고, 점점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겠죠. 어쩌면 언젠가, 우리가 함께 새벽길을 나섰던, 그리고 스카에 왔던 이 새벽을 떠올리고 그리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우리 그런 적도 있었는데. 그래도 재밌었는데. 뭐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어쩌면 그때 우리 사이에는 캔맥주가 하나씩 놓여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제 제 품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아이와의 일상을 종종 기록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아이가 나아가는 길 중 많은 부분이 밝고, 따뜻하고, 힘이 나는 그런 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걷다 가끔 쉬고 싶어 본가에 찾아왔을 때, 언제나 아이 마음이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비워진 에너지를 다시 채우고,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고 다시 기운을 차려 제 세계로 달려갈 수 있기를. 소망하는 그런 새벽입니다.



출처 (1075)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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