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소문을 동네에서 가장 마지막에 알게 되는 사람, 그건 나지.
처음 만났을 때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이웃 아이가 벌써 대학생이 되었다.
크게 공부를 잘한다는 소문도 없었고, 엄마도 조용조용 아이를 챙기는 스타일이어서 그간 몰랐는데, 입학한 학교가 스카이.
입학 소식을 듣고 지금까지 아이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했을 아이 엄마와, 정말 일분일초 최선을 다했을 아이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며 함께 기뻐했다.
그 노력과 잠 못 자며 고생했을 시간들과 긴장했던 순간순간들이 어땠을지 나도 조금은 알 것 같으니까.
학교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입고 등교하는 이웃집 아이를 보면서 나도 덩달아 뿌듯했던 어느 날. 밤늦은 시간에 집에 오는 길에 집 앞에서 그 아이를 다시 만났다.
아니, 그 아이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이는 남자친구와 꼭 껴안은 채 아파트 입구에 서 있었다.
나는 내 아이의 연애라도 목격한 듯, 깜짝 놀라 다시 몸을 돌려 오던 방향으로 되돌아 걸었다.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내 다리가 그렇게 움직였다.
대학생인데. 성인인데. 왜 나는 아직도 그 아이가 처음 만났던 초등학교 3학년인 것 마냥 느껴지는지. 괜히 내가 그 아이가 남자친구와 꼭 안고 있는 것을 보았다는 것을 들키면 안 될 것 같았다.
괜히 빵집에 들러 이런저런 빵을 사서 다시 집에 도착하니 다행히 아파트 입구에는 아무도 없었다. 후다닥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가며, 나는 언젠가 내 아이가 이성친구와 함께 있는 걸 목격한다면 어떨지 상상해 보았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주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벌어질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웃집 엄마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집 엄마는 잠깐 커피 한잔을 하자며 집으로 초대했다.
같은 아파트 같은 평수인데도 우리 집과 분위기가 다르게 꾸며진 이웃집을 구경하며 이런저런 청소팁과 가구배치 팁을 얻고 있을 때였다.
"대학 가도 학교, 집, 학교, 집. 애가 너무 숫기가 없어서 그런지 학교 생활도 딱히 재밌게 하는 것 같지가 않아요. 미팅도 안 하는 것 같고. 남자친구는 안 사귀냐고 얘기 한번 꺼냈다가 난리도 아니었어요. 관심이 없대. 그것도 참 걱정이에요."
아.... 순간 어떤 얼굴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괜히 커피를 호로록 마셨다.
내가 본 건 분명 이 집 아이였는데. 뒷모습이지만 내가 잘못 봤을 리가 없는데. 아니, 착각이었나. 그럴 수도 있겠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현관에서 우리 집 둘째와 마주쳤다.
아이 손에 처음 보는 봉투가 들려 있었다.
저런 게 우리 집에 있었나?
"그건 뭐야?"
하고 묻자, 아이는 어? 아무것도 아니야, 하고 얼버무리며 봉투를 대충 가방에 밀어 넣었다.
아, 나는 순간 얼마 전 반모임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어떤 아이의 비밀스런 소문을 동네에서 가장 늦게 아는 건, 그 애 엄마예요.
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