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 기말고사 지난주에 끝났고, 중등 기말고사 이제 곧 시작되다.
엄마는 쉬는 날도 없다.
게다가 아이가 하나가 아니고 둘이다 보니 방학이면 '돌밥돌밥'이 일상이다.
돌밥돌밥, 이 말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딱히 이유는 없다. 그냥 어감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말이 찰떡이긴 하다. 돌아서면 첫째 밥을 차려야 하고, 첫째를 학원에 보내고 정리하고 돌아서면 학원이 끝난 둘째가 돌아와 밥을 달라 한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밖에서 친구들이랑 밥 먹는다고 할 때가 많고, 그럴 때마다 햄버거 그만 먹어라, 인스턴트 그만 먹어라, 몸에 좋은 거 먹어라 잔소리하고 한숨 내쉬고 휴대폰을 내려놓지만, 그러면서도 입꼬리가 쓰윽 올라가곤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엄마도 사람이니. 밥 차리지 않아서 좋기는 좋다.
무튼 곧 무더위와 함께 무서운 여름방학이 시작될 테고.
그전에 우리는 기말고사를 보아야 한다.
딱히 엄마가 해줄 것도, 해 줄 일도 없다. 일 년 전만 해도 인터넷을 뒤져서 족보를 찾아 다운로드하고 프린트해서 건네드렸으나, 이제는 이것도 스스로 찾아서 하고 있으니 기말고사라고 내가 뭘 해야 할 것은 없다.
그저 시험 잘 보기를 바라고, 다녀와서 표정 어떤지 체크하고, 고생했다 엉덩이 두드려주고, 맛있는 거 시켜주고. 그리고 또 내일 시험 대비할 것들 리마인드 해주는 정도.
시험을 봤으니, 먹고 싶었던 것을 주문해 주는 게 우리 집은 정석처럼 되어서 요리를 하느라 애쓸 것도 없다. 하지만 시험 기간은 웬만하면 약속을 잡고 집을 비우는 일은 삼간다. 집에서 대기조를(무슨 대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다못해 낮잠 자는 아이 깨우기 위한 대기조더라도) 하는 게 여러모로 내가 편하다. 애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첫째는 시험이 끝난 후 바로 만날 수 없다 보니 보통 통화를 한다. 아이 전화가 오면 곧바로 받고 무조건 밝은 목소리로 응! 하고 말한다. 아이가 시험을 어떻게 보았든 엄마는 상관없고, 그저 노력하고 열심히 본 네가 대견하다. 이 문장을 베이스로 깔고 모든 아이의 말에 반응한다. 아이가 시험을 잘 봐서 기뻐하면 함께 기뻐하고, 못 봤다고 시무룩해하면 못 볼 수도 있지, 괜찮아, 그래도 어떻게 되든 다 꽃길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일단 내일 시험 준비 열심히 하면 되는 거야! 그런 말들을 (아이에게 먹혔을지 모르겠지만. 내 말을 뒷등으로 안 들었을 가능성이 더 크지만) 늘어놓는다. 통화를 끝내고 깊은 한숨과 함께 눈물 한 방울 훔치는 건 비밀.
시험이 끝나면 학원에서 시험 리뷰를 보낸다. 우리 아이는 어려웠다는데 시험 난이도는 왜 중하냐. 이 선생님, 제대로 파악 못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들을 하며 다시 한숨을 내쉰다. 솔직히 시험 리뷰는 그다지 받고 싶지 않다. 이런 거 보내지 말지. 다 끝났는데 뭘 또.
잠을 줄이고, 비타민과 홍삼과 커피를 입에 털어 넣으며, 온 힘을 다해(아마도?) 공부한 건 아이인데, 시험이 끝나면 내가 만신창이가 된다. 끝도 없는 피곤이 몰려오고 (실은 평소에도 피곤하다를 입에 달고 살지만) 엄청난 후련함에 뭘 하고 놀아야 하나 (평소에도 놀긴 놀지만) 계획을 짜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마음뿐. 아이의 성적과 다른 아이들과의 성적 대조표. 그러니까 석차 확인을 앞두고 또 마음엔 돌덩이가 들어있는 것 같다. 이걸 일 년에 네 번, 중학교까지 합지면 스무 번에서 스물두 번을 하게 되는 것이구나. 아니, 설마 아이가 대학에 가서도 시험 기간마다 엄마 마음이 널을 뛰려나.
아무튼, 첫째가 시험이 끝났고 둘째가 다음 주부터 기말이다.
왜 쾌적하고 무료인 도서관을 놔두고 스터디카페에 가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지만.
뭐, 믿어야지. 그래도 중학생이 기말은 조금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그렇지만 아들, 잘 보자. 제발.
공부할 땐 집중 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