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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사 이목원 Nov 01. 2021

[10월 마지막 날] 가을 단풍 여행

[10월 마지막 날] 가을 단풍 여행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에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어요.”

10월 31일. 70, 80, 세대들은 매년 10월 마지막 날이 되면 가수 이용이 부른 이 노래를 한두 번쯤은 불러 보았을 것이다.

이 노래도 해가 지나면 지날수록 잊혀지는 느낌이 문뜩 들었다. ‘그저 10월의 마지막 날이구나!’ 하는 생각만 스쳐 지나갔다.     

10월의 마지막 날, 이런저런 생각이 마음에 스쳐 지나갔다. 최고의 날씨였다.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에 20도 전후 기온이었다. 집 베란다에서 용지산 정상을 보니 이미 단풍으로 물들어 있었다. 도로변에 가로수들도 단풍으로 물들어 있었다. 햇살에 비친 단풍의 자태가 너무나 곱고 아름다웠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모르는데요. 오늘이 10월의 마지막 날이잖아요. 아 맞네.”

오후 3시경 지인분과 월드컵 경기장 주변을 산책했다. 이 분도 10월의 마지막 날 이용의 노래를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치고 있었다. 세월 따라 그 의미도 퇴색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불멸의 명곡처럼 라디오나 방송에서는 이 노래가 흘러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람쥐 챗바퀴 돌 듯, 1년이 더욱더 빨리 지나가다 보니 10월 마지막 날 의미도 점점 희석되어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로수 단풍이 너무 아름다웠다. 도로변에는 외래종 갈대 종류인 핑크 뮬리가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핑크 뮬리 실물은 처음 봤다. 지난번 뉴스에서 생태계 교란 식물로 지정됐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얼마 만에 산책인가? 가슴속이 후련해졌다. 걷는 운동이 몸에 가장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제처럼 마음 놓고 한가하게 걸은 적이 잘 없었다. 더군다나 최고의 날씨를 만끽하면서 걷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다. 지난 시절 설악산을 무박 2일로 다녀온 기억 등 한때 등산을 자주 다닌 적이 있었다. 형형색색 단풍으로 물든 가을 산은 최고의 힐링 장소였다. 세월이 흘러 등산에대한 관심은 식어 버렸다. 인생 2막 준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인생 후반기에는 다시 등산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해 봤다.     

‘등산은 조금이라도 젊을 때 가세요. 나이가 들면 등산도 가기 어려워요.’ 집 엘리베이트를 탔는데 노 부부께서 내 복장을 보고 얘기를 하시는 것이다. 얼 빗 보아도 걸음걸이가 자유롭지를 못하다. 나도 머지않아 나이가 들 것 같은데, ‘현재를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월드컵 경기장 주변에는 코로나 블루를 피해 많은 시민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가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억눌려 왔던 코로나의 답답함을 떨쳐 버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경기장 인근 제척지에는 예전 주택을 개량하거나 전원주택을 꾸며 놓은 집들이 많았다. 이곳을 산책하니 또 다른 곳에 온 기분이 들었다. 

주렁주렁 감이 달린 시골집 풍경. 어릴 때 아주 많이 봤지만, 자주 봐도 정겨운 풍경이다. 

     

“시골에서 청산별곡처럼 생활하면 빨리 늙습니다. 왼지 아세요? 긴장감이 없어져요. 긴장감이 없으면 빨리 늙습니다. 건강 하려면 공부도 하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는 등 다소 긴장감이 있어야 합니다.”

함께 전원주택 주변을 산책하던 지인이 문득 시골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얘기를 해서 좋은 점 안 좋은 점을 얘기했다.     

만보기를 걸었던 시간이 1시간 43분, 총 2시간이 넘게 걸으며 가을 단풍을 즐겼다. 내가 걸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고, 꿈을 꿀 수 있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았다. 10년 뒤 이 순간을 기억할까? 앞으로 다가올 매년 가을은 오버랩이 되며 기억의 짬뽕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뇌는 새로운 자극을 받지 않으면 기억이 중첩되어 생각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월드컵 경기장에서 보낸 10월 마지막 날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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