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밭으로 달려갑니다.

by 포사 이목원

[주말농장] 고구마 밭으로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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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뒤 10년 뒤 함께했던 지금의 작은 몸짓이 성공의 씨앗이 됨을 다 함께 상상하며... 저는 고구마 밭으로 곧 달려갑니다.” ‘쫓기지 않는 50대를 사는 법‘ 오픈 채팅방에 간단히 카톡을 남기고 주말농장이 있는 팔공산 자락을 향했다. 토요일 밤 찐팬 이은숙 선생님의 강연 후 오픈 채팅방의 훈훈한 분위기가 다음날까지 느껴졌기 때문에 채팅방에 톡을 남겼다.

집에서 출발해서 시계를 보니 7시 50분이 되었다. 봄 햇살 가득한 최고의 날씨였다. 토요일 날씨도 좋았지만 오늘도 미세먼지가 거의 없는 완벽한 날씨였다.

밭 설거지를 위해 주말농장으로 향했다. 밭 설거지란 지난해 농사지은 후 밭에 남아 있는 비닐, 옥수수 대 등 각종 지저분한 것을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해 주어야 만 경운기를 이용해서 흙을 잘게 부셔주는 로터리 작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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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둑에 달린 두릅순, 밭 정리에 필요한 낫

올해 처음으로 밭에 간다. 일요일 아침은 고요함 그 자체다. 음악을 들으며 주말농장을 향하는 기분은 조금은 들떠 있었지만, 일을 해야 한다는 기분에 묵직함도 동시에 느껴졌다. 밭둑에 두릅이 많이 자랐는지 궁금했다. 이전 밭주인이 두릅 외에도 오가피나무, 엄나무, 아로니아 나무 등을 밭둑 주변으로 많이 심어 놓았다. 덕분에 두릅과 같은 봄나물을 손쉽게 맛볼 수 있다.


주말농장은 2017년 경매 공부를 했던 지인과 함께 낙찰받았다. 구입한지는 5년째 되었고, 주말농사를 한지는 올해로 4년째가 된다. 함께 했던 지인은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관계로 딱 1년만 같이 했고, 2년째부터는 내가 아는 지인이랑 농사를 짓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가운데 40분 만에 팔공산 자락에 있는 주말농장에 도착했다. 이름 모를 새소리가 나를 반기는 듯하다. 사람의 기척은 전혀 없는 자연 속에 내가 느껴졌다. 자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너무 정겹고 편안한 마음이 든다. 밭둑에 두릅이 있는지 보았다. 두릅나무 사이에 엄나무 순이 돋아난 것도 보였다. 두릅나무는 순이 많이 자란 것도 있고 싹이 나지 않는 것도 보였다. 오가피나무 순도 데쳐서 먹을 만큼 자라 있었다. 두릅 순, 오가피 새싹, 엄나무 새싹을 채취했다. 사실 나는 봄나물 채취하는데 별 관심과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함께 농사를 짓는 지인은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일을 하러 일보다도 쑥을 뜯고 밭 근처 자라있는 머위 등을 채취하는데 더 신경 쓸 때도 있다.


밭 바로 옆에는 할머니 혼자 살고 계시는 시골집이 있다. 마당에 주차를 하고 시계를 보니 8시 30분이 되었다. 할머니 인기척이 없다. 2018년 첫 고구마 농사를 지을 때만 해도 할머니 기력은 좋았다. 해가 갈수록 점점 쇠약해지는 모습이 느껴진다. 모친이 살아계실 때 이곳 할머니를 만나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정정했던 기억이 난다. 분무기, 호미, 낫 등 농사일에 필요한 것을 할머니 집안의 별도 장소에 보관하고 있다. 밀짚모자 장화를 신고 밭을 보았다. 밭 정리가 되지 않는 비닐이며 옥수수 대 등을 치워달라며 주인 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닐도 바람을 타고 대추나무를 감싸고 펄럭거리고 있는 것도 보였고, 옥수수 대들도 밭골에 보였다. 넘어진 대추나무도 보였는데 베어 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낫과 호미를 들고 밭에 남아 있는 작년 추수 흔적들을 지우기 시작했다. 비닐과 제거하고 대추나무 가지 치기를 하고 옥수수대를 치웠다. 작년에 옥수수 뿌리 덩이도 호미로 파내었다. 보기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비닐을 걷고 옥수수 대궁 뿌리 덩이를 파낼 때마다 먼지가 올라온다. 열심히 집중하여 일하다 보면 잡초에 남았던 풀씨가 옷에 가득 묻어있었다. 대추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하다 목장갑을 뚫고 들어오는 가시에 찔리기도 했다.


밭 설거지 등 농사일을 직접 하다 보면 살아왔던 세월만큼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일은 때가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자연의 이치로 볼 때 농사일은 더욱더 정직하다. 농사를 직접 지어보니 ‘뿌린 대로 거둔다.’라는 확실히 느껴졌다. 몇 해 전 고구마가 자랄 때 잡초제거에 신경을 덜 썼더니 풀이 넝쿨을 덮어 버린 곳도 있었다.


20200425_122756.jpg 작년 경운기 로터리 할때 사진


4월 전에는 로터리 작업을 하고 밭 골을 만든 후 비닐까지 덮어야 한다. 이런 작업을 하지 않으면 잡초가 하루하루 다르게 빨리 자라기 때문이다. 고구마 농사를 연작하는 것도 부담이 있다. 올해 지으면 4년 연속 고구마 농사를 짓는 셈이다. 첫해가 고구마가 가장 컸다. 큰 고구마임에도 맛이 끝내 줬다. 해가 갈수록 수확량도 감소하고 첫해만큼 맛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맛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고무가 비료를 구매해서 사용해볼 계획이다. 이는 고구마 농사를 오랫동안 지은 친구가 정보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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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을 할 때면 무념 상태도 되고 흙과 내가 하나가 될 때도 있다. 지난 과거도 생각나지만 한 줌의 흙으로 사라지게 될 미래도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자연의 이치를 통해서 내가 어떻게 여생을 잘 살아야 할지도 생각했다. 점심 무렵 집으로 돌아와서 수확한 두릅을 데쳐 고추장, 마늘, 참기름 등을 넣어서 나물을 무쳤다. 맛이 일품이었다. 소소한 행복감이 온몸을 감싸는 휴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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