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일, 두문불출하던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가 7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흰머리도 늘고, 수척해진 모습이었는데요. 사람들은 이러한 모습을 보고 중국 정부의 탄압에 많은 고초를 겪은 것 같다며,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마윈 또한 과거 직설화법으로 유명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공식 언급을 자제했고요. 작년 10월 중국 금융규제의 후진성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는 이유로 당국의 눈 밖에 난만큼 조심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실제로 이후 알리바바는 여러 규제들로 인해 회사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우선 문제의 발언 직후인 작년 11월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홍콩증시 상장이 무기한 연기되었고요. 올해 초에는 사상 최대인 3조 원 규모의 반독점 과징금까지 부과되었습니다. 정말 마윈 창업주의 얼굴이 변할만하지 않나요?
사업을 잘한다고 다가 아닙니다
결국 과징금 때문에, 알리바바는 2021년 1분기 1조 원 대 적자를 기록하고 맙니다. 이는 상장 이후 알리바바의 분기 단위 첫 적자이기도 한데요. 벌금을 제외한 실적 자체는 너무나도 좋았기에, 알리바바에게 더욱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알리바바의 전체 매출은 64% 성장하였고, 커머스 부문은 72%, 클라우드 부문도 50% 성장했다고 하니 말입니다.
알리바바의 1분기 실적은 아주 훌륭했습니다 (출처: INSIDER)
한편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중국 테크 기업들은 선제 대응에 나섰습니다. 사업을 아무리 잘해도 규제 한방이면 훅 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특히 바이두, 알리바바와 함께 BAT라고 묶이는 텐센트는 아예 8조 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하였는데요. ESG에 투자한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중국 정부가 주요 IT기업들을 불러 모아, 불법적 관행을 시행할 것을 요청한 지 6일 만에 투자 계획이 발표된 터라, 아부성 대책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글로벌 대세가 된 테크 기업 규제
우리는 이러한 흐름을 중국의 특수상황으로만 여겨선 안됩니다. 물론 정치구조 특성상 유독 중국 정부의 입김이 강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테크 기업을 향한 규제가 강화되는 건 중국 만의 일은 결코 아닙니다. 우선 미국만 해도 트럼프 정부 시절 틱톡은 거의 반강제로 매각으로 내몰리기도 했고요. 바이든 정부가 새로 들어서면서, 이와 같은 극단적인 일들은 없어졌지만, 테크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 자체는 강화되면서 국내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작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분리를 명령하거나, 법률 개정으로 타다 서비스가 종료되는 등 규제가 IT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이처럼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을까요? 일단 테크 기업들은 대부분 플랫폼 사업자라는 데 원인이 있습니다. 플랫폼 사업은 특성상 소수의 선도기업들의 영향력이 무제한적으로 커지게 되는데요. 따라서 필연적으로 이들은 반독점 규제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테크 기업들은 전통적인 기업에 비해 고용 노동자 수가 적어서, 규제로 인한 파급효과마저 작습니다. 그렇기에 정부는 맘 놓고 테크 기업들을 때릴 수 있는 겁니다.
따라서 앞으로 국내 테크 기업들도 이러한 규제 리스크에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정부와 밀접하게 소통하며 유연하게 규제에 대처했던 카카오의 모빌리티 사업은 순항 중이지만, 정면으로 맞섰던 타다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결국 이처럼 규제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서, 미리 준비하는 기업 만이 앞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