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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Oct 22. 2020

세기의 커플 탄생? 네이버❤CJ

왜 둘은 커플이 되기로 했을까?

 요새 들어 바람 잘날 없는 커머스 업계에 또다시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공룡 네이버가 CJ그룹과 무려 포괄적인 사업 제휴를 추진 중이라는 것! 업계에 따르면 CJ그룹 계열사 중 CJ대한통운을 비롯하여,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등이 사업 제휴 대상으로 이미 좁혀졌다고 한다. 방식은 주식을 맞교환하는 형태가 유력한데, 네이버가 CJ대한통운의 지분 10~20%를 확보하여 2대 주주에 오를 수 있다는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나오는 걸로 봐서 진짜 성사되긴 할 걸로 보인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네이버는 CJ와 제휴를 맺기로 결정했을까? 과연 이번 제휴는 커머스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알다시피, 사업 제휴는 본질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다. 경쟁 기업을 이겨내고 시장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이버의 이번 선택을 이해하기 위해선, 네이버의 경쟁자가 누구인가와 그들과의 경쟁에서 네이버가 가지지 못한 것을 찾아보면 된다. 그렇다면 네이버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플랫폼에서는 카카오, 커머스에서는 쿠팡을 첫 손에 뽑을 수 있다.


그렇다, 이번 CJ와의 포괄적 제휴는 네이버의 최대 경쟁기업 두 곳,
쿠팡과 카카오를 겨냥한 회심의 한 수로 보인다.


01 쿠팡, 나 혹시 떨고 있니?

 모두가 말하는 이번 제휴의 1번째 목적은 이커머스 1위에 올라서긴 위한 경쟁에 있다. 한때 10여 개 업체들의 치킨게임이 이어지던 이커머스 시장은 작년부터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 구도로 재편돼 오고 있다. 한국의 아마존의 자리는 하나, 결국 이 둘은 외나무다리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 둘은 정말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어, 경쟁구도가 더욱 흥미롭다.


 먼저 쿠팡은 자체 배송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로켓배송과 로켓와우라는 유료 멤버십, 그리고 쇼핑몰 중 방문자 수 1위에 빛나는 앱 채널, 3가지의 핵심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물류로 고객 편익을 제공하고, 이러한 혜택에 만족한 고객을 앱으로 유도하며, 장기적으로는 유료 멤버십으로 완전히 묶어 버리는 게 기본 전략이다. 따라서 로열티 고객이 쿠팡의 핵심 자산이다. 그렇기에, 쿠팡의 핵심 카테고리는 정기구매를 유도하기 좋은 생필품과 공산품들이기도 하다.


(쿠팡의 고객 유지 전략과 관련된 내용은 아래 글을 참조하면 된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와 다르다. 네이버의 가장 큰 무기는 검색 트래픽과 가장 많은 수를 자랑하는 35만 이상의 셀러들, 그리고 네이버페이라는 결제 서비스이다. 검색 서비스 1위인 네이버는 쇼핑 관련 검색 트래픽 분야에선 특히 압도적인 점유율 자랑한다. 이처럼 모이는 고객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 셀러들도 모이게 된다. 네이버는 특히 오픈마켓 중 가장 낮은 수수료를 제공하여 셀러 진입 문턱을 낮추고, 대신 쇼핑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네이버는 따라서 구매주기는 길지만, 고관여 제품인 명품, 가전이나 패션 등의 카테고리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양사는 자신들의 강점과 경쟁사 대비 약한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쿠팡은 따라서 코로나로 확보한 신규 고객들을 생수 등 생필품 특가를 무기로, 자신들의 개미지옥에 끌어드리는 동시에, C애비뉴, 로켓모바일 등의 다양한 전문관을 만들어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수년간 네이버페이에 공을 들여, 네이버쇼핑의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류는 네이버에게 있어 큰 장벽이었다. 커머스 분야에서 물류 서비스의 질은 너무 큰 차별화 요소였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그래서 선택한 모델은 알리바바이다. 사실 쿠팡은 아마존이나 징둥의 포지션이고, 네이버는 그들과 경쟁하는 알리바바나 쇼피파이의 포지션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네이버가 먼저 올해 집중한 것은 풀필먼트 역량을 가진 스타트업들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네이버는 위킵이나 브랜디 같은 물류기업 혹은 물류 역량을 가진 커머스 기업들을 수집하듯이 투자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스마트스토어 셀러들이 이들을 통해 물류를 아웃소싱할 수 있도록 풀필먼트 서비스를 연결하였다. 이는 알리바바의 자회사 차이냐오의 방향을 계승한 것이다. 하지만 아쉬웠던 것은 바로 볼륨. 알리바바의 파트너들인 4통1다라는 택배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무려 64.7%. 하지만 네이버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점유율은 아직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서 네이버의 간택을 받은 곳이 바로 CJ대한통운이다. CJ대한통운은 국내 택배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한 1위 사업자 아닌가. 네이버는 단숨에 볼륨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다면, CJ대한통운에게도 좋은 점은 있을까? 예전 로켓배송이 처음 등장했을 때 물류 업계는 마치 공공의 적인 것마냥 쿠팡을 공격했었다. 이는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했고, 그 소송에서 쿠팡이 졌다면, 아마 타다처럼 로켓배송도 사라졌을 것이다. 이처럼 쿠팡은 물류시장의 평화(?)를 파괴하는 메기이자, 그 자체로도 이미 대형 택배사 수준의 물류를 처리하고 있는 잠재적 경쟁자이기도 하다. 쿠팡이 자체 물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수준에 도달하면 택배업에 진출할 거라는 전망도 많다. 따라서 쿠팡 견제는 CJ대한통운의 미션이기도 하다. 더욱이 시장 1위의 입지 역시, 네이버라는 파트너가 있으면 더욱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제휴 소식에 가장 비상이 걸린 건 아마 쿠팡이 아닐까 싶다. 쿠팡의 무기인 익일배송 보장, 새벽배송 등을 35만에 달하는 스마트 스토어의 셀러가 모두 진행하게 된다면, 쿠팡에게는 정말 악몽일 테니 말이다. 물론 제휴만 한다고 바로 이러한 일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쿠팡만큼의 일률적인 퀄리티의 배송 서비스 구축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2위 이하의 다른 택배사업들의 이합집산 가능성도 또 다른 변수이다. 안 그래도 압도적인 1위인 CJ대한통운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과 택배사들의 제휴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이 높다. 다만, 무언가 큰 변화가 곧 찾아올 것은 분명해 보인다.


02 긴장 타라, 카카오

 이처럼 스포트라이트는 네이버 쇼핑과 CJ대한통운이 받고 있지만, 우리가 네이버와 CJ의 만남에서 주목할 것은 물류뿐이 아니다. 아직 약간은 언론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지만, 콘텐츠 분야에서도 큰 폭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포괄적 제휴의 대상에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이 콕 집어 들어가 있다는 점이 포인트이다.


 CJ의 수많은 계열사 중 CJ대한통운과의 제휴가 쿠팡을 겨냥한다면,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카카오를 견제하기 위한 우군이라 볼 수 있다. 최근 카카오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키우고 있으며, 네이버도 정말 탐을 내고 있는 곳이, 바로 콘텐츠 산업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정말 차근차근 콘텐츠 산업에서의 지배력을 키워가고 있다. 그 시작은 멜론 인수와 카카오페이지 론칭이었다. 인수 당시만 해도 모험이라 불리던 멜론 인수는 지금은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멜론 인수를 통해 카카오는 덩치를 키우고, 콘텐츠 제작 역량을 내재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늘어난 매출과 영업이익 덕분에 새롭게 투자할 여력을 얻을 수 있었는데, 그러한 투자로 탄생한 것이 바로 카카오 페이지였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카카오의 현재 기세는 정말 무섭다. 카카오는 먼저 멜론을 뿌리로 한 자회사 카카오M을 통해 엔터계의 인재들을 말 그대로 빨아들이고 있다. 많은 기획사들과 제작사들을 인수 합병하였고, 업계 최대 기획사 중 하나로 올라서기도 하였다. 또한 드라마, 영화 제작사는 물론 공중파 출신 스타 PD들도 여럿 영입하여 제작역량도 건실하게 갖추고 있다. 또한 카카오페이지, 그리고 일본의 픽코마를 중심으로 유료 콘텐츠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였고, 이를 통해 자체 IP도 쌓고 있다. 이태원클라쓰 등 이미 이를 활용한 큰 성공 사례도 여럿 등장한 판이다. 여기에 화룡점정을 한 것이 바로 카카오TV. 카카오는 일종의 OTT라 할 수 있는 카카오TV를 론칭하며, 한국의 디즈니가 되고 싶은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코로나 이슈로 인해 카카오의 야심작 '승리호'가 삐걱거린다는 게 옥에 티일 뿐이다. 


(카카오의 콘텐츠 산업 전략과 관련된 내용은 아래 글을 참조하면 된다)


 그에 반해 네이버는 뭔가 더디다. 네이버웹툰이라는 좋은 재료를 가지고도 국내 유료 콘텐츠 시장의 선두 자리를 빼앗긴 것부터, '신과 함께' 등 IP 기반의 2차 콘텐츠를 성공시키기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까지. 뭔가 카카오에 늘 한 발씩 늦고 있다. 더욱이 네이버는 IP와 채널은 갖췄지만, 제작역량은 빈약하다. (물론 네이버도 플레이리스트 등 찾아보면 있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한 건 사실이다) 기획사와 제작사, IP, 유통채널까지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카카오와 겨룬다는 건 단기간 내에는 어려워 보였'었'다.


 하지만 CJ가 등장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위와 같은 목마름을 바로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CJ의 이력을 살펴봐보자. 우선 수많은 콘텐츠와 제작역량을 보유한 곳이 바로 CJ이다. tvN과 같은 인기 방송사를 가지고 있고, 여기서 이미 수많은 히트작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더욱이 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 분야에 있어서는 국내 탑 수준의 제작사이기도 하다. 네이버의 빈틈 CJ는 확실히 메꿔줄 수 있다.


 그렇다면 CJ는 뭘 얻을 수 있지? 언뜻 완벽해 보이는 콘텐츠 제국 CJ도 채널 측면에서는 뭔가 부족하다. 티빙이라는 OTT를 JTBC와 협력해 키우고 있지만 넷플릭스는커녕 웨이브도 이기기 어려운 형국. 하지만 V LIVE나 네이버TV 같은 나름 견실한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와 함께한다면, 한국판 넷플릭스는 이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쿠팡처럼 카카오도 충분히 위기감을 느낄만하지 않은가?


 더욱이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콘텐츠 역량이 다시 커머스로 연결되며, 자체 상품이나 PB브랜드로도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미 CJ ENM은 윤식당을 통해 오덴세라는 리빙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알린 경험이 있기도 하니 말이다. 이처럼 CJ는 콘텐츠뿐 아니라, 상품 제조나 브랜딩 쪽에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오덴세뿐 아니라 CJ오쇼핑에서 만들어낸 수많은 PB 브랜드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아직 여기까지 계획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CJ와 함께 만든 네이버쇼핑의 PB나 단독상품이 곧 등장하지 않을까?


 


 이처럼 이번 둘의 만남은 정말 다방면으로 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도 존재하긴 한다. 하나의 기업 계열사끼리도 같이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은데 전혀 다른 두 기업이 무언가를 함께 이뤄나간다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분 교환까지 염두엔 둔 적극적 제휴라는 점에서, 둘의 결기가 느껴지기 때문에, 다음 행보가 정말 궁금하긴 하다.


 또한 여기에 더해 이번 제휴를 통해, 역설적이지만, 쿠팡과 카카오가 갖추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도 동시에 알 수 있다. 이미 완성형에 가까운 그 두 경쟁자가 아니었다면 전격적인 이번 제휴는 세상에 선보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네이버의 패는 던져졌다. 과연 쿠팡과 카카오가 이에 맞서 어떤 그림을 또 그려나갈지도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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