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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May 31. 2023

누군가를 생각하며 데크위를 걸었다.

태평양횡단 크루즈 캐나다에서 호주까지 


밤 사이 또 한 시간을 뒤로했다.

적응이 잘 안 돼서 자꾸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된다. 


새벽에 9층 식당에 가니 아무도 없는데 그래도 커피는 준비되어 있다.  

 나처럼 새벽에 일어난 사람들이 데크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수도쿠를 하기도 한다.

커피 한잔 들고 데크에 나가 해 뜨는 걸 보았다.



 아침을 먹고 'on Deck for a Cause '라는 행사에 참가했다. 

얼마의 돈을 기부하고 데크에서 5 Km를 걷는 행사다.  신청을 하면 왜 이 행사에 참가하는지 이유를 묻는다. 혹시 가족이나 친구 중 암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도 묻고 어느 병원인지도 묻는다. 

하얀 티 셔츠와 팔찌를  주었다. 

3층 데크에 가니 음료수와 쿠키를 준비해 놓고 참가자들을 응원해 준다. 

한 바퀴 돌 때마다 마라톤 선수나 되는 것처럼 물을 주고 박수로 응원해 주기도 했다.   

 

걷기 시작했다. 지난겨울  암으로 세상을 떠난 한 사람과 지금 병원에서 암으로 고생하는 있는 친구를 생각하며 걸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도..

누구나 죽음을 맞이 하지만 아무도 자기가 얼마나 살지는 알지 못한다. 나는 얼마나 살다 가게 될까? 

나의 마지막을 안다면 두려울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준비할 시간이 있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많이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이 배 안에는 거의가 노인들이다. 그들이 걷는 뒷모습을 보며 저 사람들도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자선 행사라고 하지만 나의 작은 행위가 저 바다에 물 한 컵 부어주는 것 보다도 작고, 누구에게 별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걷기를 마치니 땀이 흐르고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남을 위해 한 일 이라기보다 나를 위해 한 일처럼 느껴졌다. 


 점심은 애리조나에서 온 클라우스 부부와 같이 했다.

며칠 전 우연히 합석을 했는데 그 부인이 들고 있는 책을 보고 관심을 보였더니 이야기가 통해 거의 날마다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세계 안 다녀 본 곳이 없고 자기가 마실 와인을 직접 만들어 마시는 와인 전문가다. 

코닥 회사의 중역이었다는 그의 명함에는 

"Wine is the Answer"라고 새겨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해 보인다. 


오후에는 폴리네시아, 마크로네시아.. 남태평양의 부족들과 이민 역사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아주 옛날 조각배를 타고 목숨을 걸고 건너와 살던 사람들이 19세기 강대국들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역사였다. 

강의를 끝나고 나오며 일리노이에서 온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1800명이 넘는 승객 중 내가 만난 한국사람은 단지 일곱 명 인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같이 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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