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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Jun 04. 2023

리푸(Lifou) 섬의 이소(Easo)

태평양횡단 크루즈 

크루즈 26일째.

오전 7시 반. 배가 섬 근처에 닻을 내렸다.  천천히 아침을 먹고 텐더링 데크로 갔다.

작은 섬이라 배를 멀리 대고 텐더 링을 한다.  

여기는 뉴 칼레도니아, 아직 독립하지 못한 프랑스령, 

프랑스 국기를 달았다. 

뉴 칼레도니아의 리푸 섬의 이소라는 마을이다.

오후 4시 반까지 돌아오면 된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손님들을 환영하는 노래를 불러준다.

이 작은 섬의 작은 마을에는 가끔 이런 큰 배가 와서 이 섬주민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마을로 걸어 들어갔다. 

 예쁘고 평화롭다.  

타파카라는 사람네 집이다. 

오늘 아침 누군가는 부지런히 빨래를 해서 널었다.  

저 집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우리네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 고래처럼 생긴 언덕 위의 작은 성당을 가 보기로 했다.  

성당 이름은 노트르담이다.

입구에 나무 장승이 한쌍 서 있다. 

우리의 장승과 참 비슷하다.

2,3천 년 전에 이 사람들은 어디서 왔을까?

아시아의 어디쯤 일 테니 비슷할 수도 있다.  

언덕 끝에 이르니 작은 성당이 있다. 


성당 바로 옆에도 죽은 나무를 깎아 장승을 만들어 놓았다.

1774년 쿡 선장이 이곳에 들른 후 유럽 사람들이 들어오고 그들의 믿음도 달라졌지만 

미국의 원주민들이 키바를 버리지 못했던 것처럼 이들도 장승을 버리지 못했나 보다.

몇 천년을 믿어 오던 것을 바꾸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다. 


성당 꼭대기 에는 성모 마리아가 두 손을 모으고 먼 곳을 바라보며 서 있다.   

그리고 목을 쭉 뽑은 야자나무도 서 있다.

야자나무는 이들이 살아 가는데 대단히 중요한 식량이고 잎과 줄기는 생활필수품이다.  

언덕에서 내려오면 야외 수족관이 있다.

보호구역이지만 입장료를 내고 스노클링을 할 수도 있다.

날이 스노클링을 하기에 충분히 덥지가 않아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 마을 사람들은 배가 오는 날이면 이런 집에서 음료수도 팔고 안마도 해준다.  


야자 나뭇잎으로 이런 것도 만들어 팔고 있다.  

팔러 나온 가방들 사이에  엄마와 딸이 정답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섬의 뜨거운 햇살을 머금은 듯, 화려한 색들이 잘 어울린다. 

그늘에서 잠시 쉬고 반대편 해변을 따라 걸었다.


한참 가니 더 큰 성당이 있다.  

1898년에 지은 성당이다.    

성모 마리아와 예수님 상과 토템폴같은 십자가가 성당 안에 공존한다.  


천천히 걸어서 배로 돌아가는 길, 원주민의 집 마당에 피어있던 꽃들은  그 색이 화려했다.  




꽃 봉오리에 앉은 작은 벌레,

처음 보는 놈이다.   

백 년 된 성당과 3천 년을 살아온 사람들의 토템 폴, 원주민들의 집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파란 하늘아래 핀  화려한 꽃들을 보고 배로 돌아왔다

 


짧은 순간 구명보트를 타고 돌아온 배안은 

완전 다른 세상이다. 

배에 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캘리포니아의 요르바 린다에서 온 윌슨내외와 합석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시드니에 대한 여행 정보를 주며 친절하게 설명도 해 주었다.

5시가 되어 배가 천천히 움직인다.

비슷한 시간에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가면 같은 사람들을 만난다. 한 마디씩 인사를 나누고 지난다.

탁구를 30분 하고 갑판에 올라갔다 남쪽으로 갈수록 바람이 차가워진다.

배의 불빛 때문에 별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아까 갔던 이소 섬에는 별들이 쏟아질 텐데 그 섬의 바닷가에 누워 별을 보는 꿈을 잠시 꾸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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