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번개여행
새벽부터 비가 오고 있었다. 두브로브니크를 떠나기 전 구 시가에 다시 들어가 꼭 보고 싶은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차도 한 잔씩 마시고, 짐도 다 싸놓고, 그래도 비가 그치지 않는다. 할 수 없지.. 우산을 쓰고 라도 가자.
1537년에 만들어진 성문을 향했다. 그 옛날 이 다리는 저녁마다 들어 올려지던 Draw-Bridge였다.
매일 밤, 다리는 올려지고 성문은 잠가 그 열쇠는 왕자가 보관했단다.
왕자님 문 좀 열어주세요.. 하지 않아도 이미 열려있다.
광장으로 들어서니 어제저녁에 몰려다니던 사람들과는 다른, 오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광장 끝까지 걸어가 프란시스칸 수도원에 들어갔다 문은 아직 안 열었고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본 듯한 철문 안으로 조용한 수도원 회랑을 보았다. 혹시 다시 못 오게 될지 몰라 문틈으로 사진도 한 장 찍었다
전쟁사진만을 전시한다는 War Photo Limited라는 곳을 보려고 하는데 10시에 문을 연다.
마침 바로 앞에 조그만 식당이 있어 들어가 간단한 아침을 주문했다. 이 식당에도 여러 나라 지폐를 부쳐놓았는데 물론 한국 돈도 있다.
주인에게 사진 전시실은 꼭 10시 되어야만 아느냐고 물으니
그 여인 왈 "열 시 넘어서 열 때도 가끔 있다" 한다.
두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다시 밖으로 나가 수도원으로 가니 이번에는 열려있다.
이 수도원 입구의 예수상은 1408년 두브로브니크가 베네치아 공화국으로부터 독립되어 한창 문화의 꽃을 피울 당시 레오나르드 안드리익이라는 조각가가 만든 피에타상인데 1667년 대 지진으로 성당이 파괴되며 이 부분만 남게 되었다.
예수님의 모습이 너무 처참하다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돕기 위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뮤지엄 안으로 들어가면 이 수도원이 소장한 보물, 금으로 된 미사용 잔과 향로, 비숍의 옷
그리고 성화가 몇 점 전시되어 있다
늘 느끼지만 같은 교회나 성당 안에서 예수님은 아주 검소한 옷 한 조각 걸치고 계시는데
추기경이나 주교님의 옷은 대단히 화려하다.
지진과 전쟁으로 거의 모든 것이 파괴된 것을 이제 조금씩 조금씩 복구해 나가고 있다.
지붕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인다.
수도원 안에 들어와 있는 동안 비가 개었구나.
부서진 창틀과 비에 맞아 싱싱해 보이는 오렌지가 전쟁과 평화파괴와 재건을 안고 있는 두브로브니크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1991년 두브로브니크는 몬테네그로와 보스니아 연합군이 집중 공격을 받았다.
2000개의 대포알 중 하나가 바로 이곳 수도원의 벽을 뚫고 들어왔다고 한다.
1667년 대 지진
1808년 나폴레옹의 침략
1991년 민족전쟁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는 이 도시가 이렇게나 많은 상처를 안고 있었다.
거의 모든 것이 파괴되었던 두브로브니크는 지금 아픔을 감추고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