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무조건 하는 것의 미덕
2023. 3. 8.
자전거를 구입한 후 침대 옆에 고이 모셔뒀다가 드디어 지난주부터 탄다. 대학 때 2년여간 mtb를 타고 캠퍼스 내를 다녔음에도 워낙 오래전이어서인지 다시 시작하기가 좀 어려웠다. 커브는 어떻게 도는지, 잠깐 정차할 때는 어떻게 하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특히 내가 사는 곳 근처는 자전거도로가 띄엄띄엄 있고, 있다고 해도 차도와 길주차된 차들 사이 60cm 정도의 좁은 길이여서 차도 옆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두려웠다.
요새 자전거를 타면서 가장 많이 떠올리는 단어는, “junk miles”이다. 내가 자전거를 구입한 샵에는 (팀 코치랑 25년 알고 지낸 사이라는) 80살도 넘어 보이는 자전거피터(fitter - 자전거를 몸에 맞춰서 조정해 주는 사람)가 계신다. 내가 첫 시험 주행을 마치고 고개를 저으면서 “자전거 타는 게 무섭다. 어떻게 하면 되나?”라고 질문하자, 이 분 “You have to get a lot of junk miles under your belt.” 즉, (트라이애슬론 훈련이 아닌) 그냥 목적 없이 의미 없이 자전거를 많이 타라고 조언해 주셨다.
나는 어떤 운동이든 간에 처음부터 “바른 자세로, 제대로” 일종의 완성을 위한 의미 있는 동작들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아마도 내가 그동안 해왔던 운동의 종류 때문 일 수도 있고 혹은 개인 취향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수영을 하면서 그리고 자전거를 타면서 이 정크마일을 생각한다. 초보의 경우 어쩌면 “바른 자세로 제대로” 동작을 수행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정도까지 능숙해지려면 그냥 자세고 뭐고 별생각 없이 몸을 움직여서 운동의 리듬을 몸에 익히는 데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자유형에서 캐치를 할 때 early vertical forearm이 이상적이라고들 하는데, (특히 어른) 수영 초보가 나는 early vertical forearm을 완성할 거야! 하고 계속 훈련해 봤자 다른 동작들이 잘 안 되는 상황에서는 정확한 수행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큰 의미도 없다는 것. 어설퍼도 수영이라는 것을 하며 움직일 수 있어야 early vertical forearm자세를 배우는 것이 가능하고, 추구하는 것이 의미가 있으며 이를 통해 다른 동작들도 완성도가 높아질 수 있을게 아닌가.
오늘도 나는 정크마일을 타러 나간다.